[중앙일보] 입력 2013.03.04 00:09 / 수정 2013.03.04 09:08
복지재원 없다고 기부금 소득공제 제한
복지재원 없다고 기부금 소득공제 제한
고액기부자·모금기관들
“자선 막는 법” 한목소리
중산층 나눔도 위축시켜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일산신도시 해오름안과 진료실에서 만난 서원선(57) 원장은 “크게 잘못됐다” “너무 잘못됐다”는 말을 반복했다. 올해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을 두고서다. 서 원장은 20년째 기부활동을 하며 매년 기부금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6000만원, 교회에 2000만원을 냈다. 소득이 4억원이라 기부한 8000만원 전액 소득공제를 받아 그만큼 세금을 덜 냈다. 올해는 조특법에 따라 2500만원까지만 소득공제 되고 5500만원에 대해서는 38%의 소득세와 주민세(소득세의 10%)로 2299만원을 내야 한다. 서 원장은 “기부금 한도를 정하고 이를 넘는 돈을 소득이라 여겨 세금을 매기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선의의 기부자를 세금 포탈하려는 사람 취급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팀은 조특법 시행 2개월을 맞아 탤런트 최수종(51)씨를 비롯한 고액기부자 8명과 아름다운재단·굿네이버스 등 모금기관 10곳의 관계자를 집중 인터뷰했다. 그 결과 조특법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갓 피어나고 있는 국내 기부 문화가 꺾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부 셀레브리티(유명인)인 탤런트 최씨는 “세금을 더 낸다고 해도 기부를 줄일 생각은 없다”면서도 “기부 문화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둑계의 기부천사’ 조한승(31) 9단은 “혜택을 주며 기부를 유도해야지 오히려 위축시키고 후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특법은 정부가 복지를 늘리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과세와 감면을 줄이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올 1월 시행된 뒤 반발이 일자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이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아직 법 개정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재부 정정훈 소득세제과장은 “조특법에 걸리는 기부자가 연 소득 5000만~6000만원인 사람이 몇 명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1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산층도 대학생 자녀가 있는 경우 예외일 수 없다. S그룹 박모(48) 차장의 지난해 연봉은 8200만원이다. 매년 장애인단체·환경보전에 800만원을 기부한다. 지난해 ▶대학생 자녀 둘의 교육비 각각 900만원 ▶신용카드공제 300만원 ▶보장성 보험 100만원 소득공제를 받고 281만4000원의 세금을 냈다. 올해는 교육비·신용카드·보험공제 2200만원을 받고 나면 기부금은 300만원만 공제받는다. 2500만원을 초과한 500만원에 대해서는 82만400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서원선 원장은 “이렇게 되면 2500만원에 맞춰서 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목천김정식문화재단 김정식 이사장은 “복지 재원이 없다고 선한 일 하는 데서 세금 더 걷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나랏돈이 미치지 못하는 음지로 흘러간다. 소득공제 혜택을 본 기부금은 2011년 11조1600억원이다. 조특법을 시행하면 900억원의 세금이 더 들어온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전현경 연구실장은 “세금 이득이 기부의 가치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말했다. 조특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법정모금단체(사회복지공동모금회·적십자사·바보의나눔)로 기부가 쏠려 다양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모(42·서울 용산구) 변호사는 “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데가 아니라 더 어려운 곳에 직접 전하고 싶어 여러 단체에 기부하는데 조특법이 이런 걸 막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국의료지원재단 유승흠 이사장은 “지금도 대부분의 모금단체가 법정모금단체에 차별을 당하고 있다. 조특법 때문에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이 더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조흥식(사회복지학)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세금이 적고 복지 혜택이 적은 미국형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기부가 공동체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우리는 개인 고액기부자가 적기 때문에 자발적 기부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반대로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신준봉·장주영·이정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 기부금 소득공제=기부금에는 법정기부금과 지정기부금이 있다. 법정기부금은 정부가 지정한 단체나 국가기관에 기부하는 돈이다. 모금기관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적십자사·바보의나눔이며 대학·공공병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정기부금은 국제 구호단체나 사회복지·문화·예술·종교단체 등이며 대부분의 복지단체·시설이 여기에 든다. 기부를 하면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기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소득에만 세금을 매긴다. 법정기부금은 자신의 과세 소득 한도 내에서 100% 공제한다. 지정기부금은 30%(종교 기부는 10%)까지만 공제한다. 가령 연간 5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다른 공제가 없다고 가정하면 1500만원까지 지정기부금 공제를 받는다. 지난 1월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은 교육비·의료비·보험료 등 7가지 공제와 지정기부금을 합해 2500만원까지만 공제한다. 7가지가 먼저이고 지정기부금은 맨 나중에 포함한다. 법정기부금은 해당하지 않는다.
[관계기사]
▶ 기부 확산에 찬물 끼얹는 조특법 개정 움직임
▶ "게이츠·버핏에게 2500만원만 기부하라 할 순 없어"
중앙일보 취재팀은 조특법 시행 2개월을 맞아 탤런트 최수종(51)씨를 비롯한 고액기부자 8명과 아름다운재단·굿네이버스 등 모금기관 10곳의 관계자를 집중 인터뷰했다. 그 결과 조특법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갓 피어나고 있는 국내 기부 문화가 꺾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부 셀레브리티(유명인)인 탤런트 최씨는 “세금을 더 낸다고 해도 기부를 줄일 생각은 없다”면서도 “기부 문화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둑계의 기부천사’ 조한승(31) 9단은 “혜택을 주며 기부를 유도해야지 오히려 위축시키고 후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특법은 정부가 복지를 늘리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과세와 감면을 줄이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올 1월 시행된 뒤 반발이 일자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이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아직 법 개정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재부 정정훈 소득세제과장은 “조특법에 걸리는 기부자가 연 소득 5000만~6000만원인 사람이 몇 명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1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산층도 대학생 자녀가 있는 경우 예외일 수 없다. S그룹 박모(48) 차장의 지난해 연봉은 8200만원이다. 매년 장애인단체·환경보전에 800만원을 기부한다. 지난해 ▶대학생 자녀 둘의 교육비 각각 900만원 ▶신용카드공제 300만원 ▶보장성 보험 100만원 소득공제를 받고 281만4000원의 세금을 냈다. 올해는 교육비·신용카드·보험공제 2200만원을 받고 나면 기부금은 300만원만 공제받는다. 2500만원을 초과한 500만원에 대해서는 82만4000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서원선 원장은 “이렇게 되면 2500만원에 맞춰서 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목천김정식문화재단 김정식 이사장은 “복지 재원이 없다고 선한 일 하는 데서 세금 더 걷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나랏돈이 미치지 못하는 음지로 흘러간다. 소득공제 혜택을 본 기부금은 2011년 11조1600억원이다. 조특법을 시행하면 900억원의 세금이 더 들어온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전현경 연구실장은 “세금 이득이 기부의 가치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말했다. 조특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법정모금단체(사회복지공동모금회·적십자사·바보의나눔)로 기부가 쏠려 다양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모(42·서울 용산구) 변호사는 “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데가 아니라 더 어려운 곳에 직접 전하고 싶어 여러 단체에 기부하는데 조특법이 이런 걸 막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국의료지원재단 유승흠 이사장은 “지금도 대부분의 모금단체가 법정모금단체에 차별을 당하고 있다. 조특법 때문에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이 더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조흥식(사회복지학)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세금이 적고 복지 혜택이 적은 미국형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기부가 공동체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우리는 개인 고액기부자가 적기 때문에 자발적 기부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반대로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신준봉·장주영·이정봉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 기부금 소득공제=기부금에는 법정기부금과 지정기부금이 있다. 법정기부금은 정부가 지정한 단체나 국가기관에 기부하는 돈이다. 모금기관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적십자사·바보의나눔이며 대학·공공병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정기부금은 국제 구호단체나 사회복지·문화·예술·종교단체 등이며 대부분의 복지단체·시설이 여기에 든다. 기부를 하면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 기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소득에만 세금을 매긴다. 법정기부금은 자신의 과세 소득 한도 내에서 100% 공제한다. 지정기부금은 30%(종교 기부는 10%)까지만 공제한다. 가령 연간 5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다른 공제가 없다고 가정하면 1500만원까지 지정기부금 공제를 받는다. 지난 1월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은 교육비·의료비·보험료 등 7가지 공제와 지정기부금을 합해 2500만원까지만 공제한다. 7가지가 먼저이고 지정기부금은 맨 나중에 포함한다. 법정기부금은 해당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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