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말에 그친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공약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65살 이상 모든 어르신께 다달이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드리겠다던 약속은 빈말이 되고 말았다. 인수위는 또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전액 급여화하겠다는 공약과 달리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을 제외했다.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관련 공약은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인수위 방안은 약속 실천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겨줄 뿐 아니라 복지 수준을 한 차원 높여야 할 시대적 요구에도 많이 뒤떨어지는 것이다.
인수위 안을 보면,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대상자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재산소득 하위 70% 노인들로 한정된다. 전체 노인 약 600만명의 절반가량인 300여만명에게만 해당한다고 한다. 재산소득 하위 70%에 속하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한 노인 101만명에게는 가입기간에 따라 14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겠다고 한다. 국민연금을 몇 푼 받으니 기초연금 일부를 떼겠다는 것이다. 상위 30% 노인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 4만~10만원, 미가입 노인은 약 4만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이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저소득층에 크게 불리한 제도로 감액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소득이 비슷한 이웃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덕에 기초연금 20만원을 다 받는데, 빠듯한 살림을 쪼개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한 사람은 기초연금을 다 못 받게 된다면 납득이 되겠는가.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며 저소득층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아야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을 수 있으니 탈퇴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3.5%)의 3배에 이른다. 국민연금 급여액도 낮은 상태에서 여러 조건을 대면서 차등지급하는 건 기초연금의 취지에 어긋난다. 현재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소요재원(13조원)은 국내총생산의 1%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7~8%)에 비해 너무 낮다. 정치적 결단으로 복지 수준을 높여야지 기존 재정의 틀 안에서 끌어다 맞추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부터가 잘못됐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직접적인 치료비만 포함되고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쏙 빠졌다. 의료비 부담의 가장 큰 원인인 이들 3대 비급여의 급여화를 포기함으로써 의료 복지로 가는 최소한의 발판마저 사실상 사라졌다.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공약 파기는 새 정부에 큰 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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