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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통비법 개정 노력, 대법원도 일단 지켜보자 [한겨레]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2.

[사설] 통비법 개정 노력, 대법원도 일단 지켜보자

등록 : 2013.02.11 19:06 수정 : 2013.02.11 19:06

여야 의원 159명이 최근 대법원에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에 대한 최종 판결을 미뤄달라고 탄원했다.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의 불합리한 형량 부분을 개정하기 위한 입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판결을 그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취지다. 이에 앞서 여야 의원 152명은 통비법의 관련된 내용을 정비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14일로 예정된 최종 판결을 앞두고서야 이뤄진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입법기관의 합리적 개정 노력에 대해서는 대법원도 숙고하기 바란다.

 

물론 일부에서는 벌써 동료 의원 구명운동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런 눈총이 예상됐음에도 여야 의원들이 통비법 개정 및 판결 연기 탄원에 나선 것은, 통비법이 입법 취지와 달리 적용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정보기관의 불법 도청 및 감청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도·감청 행위자들이 아니라, 대개 도·감청 정보를 위법하지 않게 획득해, 공적 이익이 큰 부분만 공개한 이들만 처벌했다. 안기부 도청팀의 삼성 엑스파일을 처음 취득한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나, 녹취록 가운데 떡값 검사 관련 내용을 실명으로 공개한 노 의원은 대표적 경우다.

 

게다가 통비법은 처벌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통신대화 비밀 보호 조항 위반자는 실형에 처하도록 했다. 불법 도청을 한 자나, 합법적으로 입수해 공익을 위해 공개한 경우나 모두 실형이다. 불법과 비리에 대한 내부 고발을 막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노 의원의 경우 떡값 검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공개했지만, 유죄가 확정되면 무조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과도한 처벌이 아닐 수 없다.

 

여야 의원들이 서둘러 개정하려는 것도 일단 획일적인 실형을 지양하고 벌금형을 산입하려는 데 있다. 공익을 위한 행위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라면 사법부가 최종 선고를 강행할 일은 아니다. 노 의원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1심 통비법 위반 및 명예훼손 유죄, 2심 모두 무죄, 대법원 일부 유죄(통비법 위반) 취지 파기환송 등 서로 일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