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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민주당, 국정원 ‘정치댓글’ 못 밝히면 야당 자격 없다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6.

등록 : 2013.02.06 08:12 수정 : 2013.02.06 08:27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씨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번에는 김씨가 누리집에 올린 정치 관련 게시글이 80건 이상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김씨의 아이디를 이용해 댓글 작성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ㄱ씨가 경찰의 출석 요청을 거부한 채 잠적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의혹이 양파껍질 벗기듯이 터져나오는데도 국정원은 정당한 ‘대북 심리전’ 활동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 활동을 해왔을 가능성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지난해 대선 전까지 ‘오늘의 유머’ 등 3개 누리집에 158건의 정치적인 글을 쓴 행위는 국정원법 9조의 ‘정치관여 금지’ 조항에 명백히 위반된다. 김씨한테서 5개의 아이디를 받은 ㄱ씨는 적어도 30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오늘의 유머’에서 200여건의 게시글을 올리고 2000여회의 찬반표시를 하는 등 김씨보다 더 열심히 활동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국정원은 “간첩 잡고 싶어하는 민주시민”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잠적한 것을 보면 ‘공작’에 연루된 의혹이 짙다. 김씨가 누리집에 올린 글 가운데 4대강 홍보 등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옹호하는 글을 80건 넘게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도 ‘대북 심리전’이란 국정원 주장의 허구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벌인 사건이라면, 어렵게 눈치보며 수사를 하고 있는 일선 경찰서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수사 주체를 격상하는 등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국정원이 심리정보국의 대북 심리전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상, 국회가 본격적으로 나서 국정원으로부터 심리정보국 활동상황을 보고받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정당한 활동이었다면 국정원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해온 민주당은 엊그제 이 사건을 ‘최악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위원회를 비대위 직속의 당 차원 특위로 격상시켜 진상규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보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다면 정말로 국기문란 행위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공정선거가 훼손됐는데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다면 야당 자격도 없다. 당운을 건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선거기간에 김씨를 비호하며 민주당을 인권유린 한다고 역공격했던 새누리당이 이 사건에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