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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중국이 原油·쌀·돈줄 등 북한의 급소를 누를 때다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4.
 

입력 : 2013.02.14 02:53 | 수정 : 2013.02.14 02:59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국제 규약에 도전하고 국제사회가 제재하면 또 다른 도발로 맞서는 도발→제재→재도발의 순환고리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이래 20년 동안 계속돼온 이 패턴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북한이 매번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시하고 재도발로 치닫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국제사회가 북한의 노출된 급소는 외면하고 다른 곳만 건드리는 방법으로 북한의 태도를 바꾸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어정쩡한 채찍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

북한이 그동안 플루토늄 추출용 영변 핵시설과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차곡차곡 핵무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핵시설 불능화 선언이나 원자로 냉각탑 폭파 같은 쇼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언제나 자기들이 가고자 한 최종 목적지를 향해 쉼 없이 달려왔다.

북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는 미국 중심으로 다시 제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동안의 유엔 안보리 결의처럼 미국이 주동하고 중국이 마지못해 동의하는 패턴으로 가면 그 효과는 보나 마나다. 제재로 북한을 핵 보유 이전 상태로까지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국제사회가 제재로 나오면 2차, 3차 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북한의 재도발이라도 저지할 수 있으려면 국제사회의 제재가 제재다워야 한다.

제재다운 제재는 북한의 급소를 바로 누르는 것이다. 북한의 노출된 급소는 첫째가 원유, 둘째가 식량, 셋째가 금융이다. 북한으로 가는 원유와 식량을 차단하면 그 효과는 즉각 나타난다. 북한의 이 두 급소를 누를 것인가는 전적으로 중국에 달려 있다. 중국은 10년 전 북한으로 연결된 송유관 밸브를 사흘간 잠근 적이 있다.

금융제재는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돈줄을 죄는 조치다. 미국은 2006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김정일 비자금으로 의심되던 수천만달러 계좌를 동결했다. 그러자 북한은 미국과 협상할 때마다 이 동결 조치 해제를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한이 현재 중국에 갖고 있는 수백 개의 비밀계좌를 모두 찾아내 틀어막으면 북한이 느낄 압박 강도는 BDA 때를 훨씬 상회할 것이다. 이 금융제재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할 때 가능하다.

북한이 재도발하지 못하게 하려면 실제 급소를 눌러 재도발하면 막대한 손해가 따른다는 걸 절감하도록 해야 한다. 급소 중의 급소는 원유와 쌀이다. 현재 중국은 이 급소를 누를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제 중국은 생각해봐야 한다. 북한이 사실상 핵무장을 완료하고 나면 미국·러시아를 포함해 이 지역에서 핵을 안 가진 나라는 한국과 일본만 남는다.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를 놓고도 연일 중국과 부딪치고 있는 일본이 언제까지 핵 없이 지내려 하겠는가. 일본이 핵무장에 나서면 한국도 그 길로 가지 않을 수 없다. 그 경우 세계의 핵질서는 동북아에서부터 붕괴한다.

이 같은 사태를 가장 우려할 나라는 미국이겠지만 중국이라고 핵확산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이대로 내버려둬서 당면하게 될 국가적 위험과 북한 정권과 우의(友誼) 관계를 잠시 훼손하더라도 북한의 급소를 제대로 눌러 북한이 바른길을 가도록 하는 것 사이에서 어느 쪽이 참다운 국익의 길인지 교량(較量)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