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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새 정부 복지공약에 경종 울리는 세입 감소[한겨레]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2.

등록 : 2013.02.11 19:06 수정 : 2013.02.11 19:06

지난해 세금이 애초 목표보다 2조8000억원 덜 걷혔다고 한다. 경제 상황이 정부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 탓이다. 더욱이 올해는 세입 여건이 지난해보다 어려워 세수 구멍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예상된 세입조차 차질을 빚으면서 새 정부의 복지 공약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결국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아무리 봐도 어렵게 됐으며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성장률 전망 4.5%를 바탕으로 세입 예산안을 짰지만, 실제 성장률은 2%에 그쳐 국세 징수 실적 또한 계획보다 2조8000억원 적은 203조원에 그쳤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입 감소로 관세가 예상보다 1조8000억원 덜 걷히고 소비 부진으로 부가가치세가 1조1000억원 덜 걷혔다. 농어촌특별세, 증권거래세 등 경기민감 세목에서도 세수가 크게 줄었다. 이처럼 국세 징수가 예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4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세계잉여금은 사상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해 거둔 세금에서 이미 쓴 것과 올해 쓰기로 한 것을 빼면 여윳돈이 남지 않고 마이너스 상태가 된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총세출에서 총세입을 빼고 7조6093억원이 남았으나 7조7577억원을 올해로 넘기면서 1484억원의 세계잉여금 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현 정부로부터 사실상 마이너스 통장을 받아들고 출발하게 됐다.

 

복지 확대 공약을 많이 내놓아 돈 쓸 곳은 훨씬 늘었는데 세수 여건은 최악의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013년 예산안을 짤 때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예상하고 그에 맞춰 216조4000억원의 세금이 들어올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2.8%에 그치고 민간연구소들은 2%대로 더 낮춰잡고 있다. 올해 경기도 엔화 약세 등의 여파로 좋지 않지만 지난해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벌써부터 세입 차질이 예상된다.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실적으로 올해 세금을 내는데 지난해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법인세와 종합소득세가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해선 연간 27조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마당이다. 세출 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로 재원을 조달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세입이 차질을 빚고 세계잉여금도 마이너스라면 재정운용 여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복지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내미는 것을 틀어막고 국민과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려면 증세로 물꼬를 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