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3.02.25 00:22 / 수정 2013.02.25 00:22
정권 바통 터치 기간 반으로 확 줄이자
[일러스트=강일구]
갑자기 궁금해졌다. 67일. 대통령직 바통 터치에 걸린 시간이다. 도대체 왜 이리 길까. 좀 줄일 순 없나. 세상은 초단위로 돌아가는데 ‘굼벵이 댄스’도 유분수지. 두 달여의 긴 시간, 나라를 사실상 권력 공백 상태로 놔둬도 되는 건가. 최근 일만 봐도 그렇다. 나라 안팎에 좀 일이 많았나. 북한은 핵실험, 일본은 엔저 드라이브. 하지만 대응은 영 변변찮았다. 오는 권력은 준비 부족, 가는 권력은 힘 부족이었으니 그럴밖에. 미루고 눈치 본 일은 또 얼마나 많았나. 기업은 “새 정부 산업 정책이 불투명하다”며 투자를 미루고, 금융 당국은 “먼저 나섰다 경칠 일 있느냐”며 구조조정을 미뤘다. 물가는 눌렀던 힘이 사라지니 용수철 튀듯 뛰었다. ‘선거 끝나기만 기다렸다’는 듯 가스·전기 요금이 올랐다. 공공요금 뛰는 데 민간이라고 가만 있나. 소주에서 김치·밀가루까지 10% 안팎 일제히 올랐다. 이런 일이 한두 개, 하루이틀이 아니다. 1987년 말 이후 5년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두 달 인수인계’ 기간은 87년 정해졌다. 미국 예를 본떴다. 미국은 11월 첫째 주 화요일 선거, 이듬해 1월 20일 취임식이다. 미국을 따라 한 이유는? ‘잘 모른다’가 답이다. 당시 총무처는 유럽과 미국에 연구반을 보내 정부 이양 절차를 조사했다. 사상 첫 민정이양이라 외국 예가 필요했다. 그중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 예를 따랐다는 게 다수설이다. 그럼 미국은 왜 두 달 반일까. 본래는 넉 달이었다. 20세기 초까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3월 4일이었다. 이날이 헌법제정일인 데다 서부 등 먼 지역 당선자가 마차로 워싱턴에 도착하는 시간을 감안했다고 한다.
미국의 ‘넉 달 인수인계’가 두 달 반으로 줄어든 건 워낙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기라 링컨은 남부의 연방 탈퇴를 막지 못했고, 대공황은 루스벨트와 전임 후버의 관계 단절로 더 깊고 커졌다는 반성이 나왔다. ‘마차시대 끝난 지 언제인데 넉 달씩 끄느냐’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1933년 법을 바꿔 취임식을 1월 20일로 앞당겼다. 정치 체제가 다른 프랑스나 일본은 더 짧다. 프랑스는 10일 정도다. 5공화국 사상 첫 정권 교체가 이뤄진 81년에도 미테랑 취임까지 선거 후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본은 며칠이면 끝난다.
박근혜 정부의 첫 아침이다. 새 정부는 아직 미완성이다. 4월이 돼야 제 모양이 갖춰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67일, 그 긴 시간 뭐했나 싶다. 이 참에 절반 이하로 확 줄이자. 아무리 좋은 제도도 업데이트가 필요한 법이다. 하물며 국적 불명, 부작용투성이 인수인계 놔둘 이유가 없다. 애꿎은 바통 터치에만 시간 쓰다 막상 달려야 할 때 힘 떨어지는 구습, 이젠 끊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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