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11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글로벌취업창업대전 개막식에서 미래희망 대표단과 희망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
노인기초연금, 국민연금서 충당 논란
“납부자 부담 키워”-“적립금 적극 활용”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실행에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국민연금 보험료에서 충당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인수위와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인수위는 보편적인 기초연금 지급에 필요한 추가 재원(연간 7조원)의 20~30%가량을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국민연금 분담 비율을 30%로 정할 경우 해마다 약 2조1000억원의 보험료를 기초연금으로 투입하게 된다. 국민연금 1년치 보험료 수입의 7~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다만 올해 말 약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적립금에는 손을 대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내년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현재는 65살 이상 노인의 66%에게 최고 9만4600원(1인 기준)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기초노령연금의 확대를 요구해왔다. 2007년 연금 개혁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평생 평균 월소득 대비 연금지급액)이 낮아진 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소득 보장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 확대를 위해 국고가 아닌 국민연금을 끌어다 쓰는 것을 두고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국민연금 납부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처사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국민연금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2007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기금고갈론’으로 겁을 주면서 소득대체율이 60%에서 40%로 낮아졌는데, 이제 와서 조세 대신 연금기금을 쓰자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은 2043년 2465조원에 이른 뒤 급속히 감소해 2047~2060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만 기초연금에 투입하는 것은, 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변호사)은 “소득대체율을 줄이면서 국민연금에만 부담을 주는 건 개악이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수위의 방안은 밑돌 빼서 윗돌 괴는 형태로, 후세대의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찬성 의견도 있다. 중앙대 김연명 사회개발대학원장은 “현재 한국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나 되는데, 2011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적립금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29.2% 수준으로 세계 최고다. 단기간에 노인 빈곤 문제를 상당히 완화할 수 있는 인수위의 개혁안에 찬성한다. 차제에 기금 운영과 연금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400조원에 육박하는 국민연금 적립금을 쌓아 놓고 노인 빈곤을 외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런 점에서 인수위의 방안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재원을 끌어다 쓰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이탈 가능성을 키울 수도 있는 만큼, 국민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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