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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대학등록금 순위 하락? 정부부담 국가와 단순비교 했다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7. 1.

등록 : 2013.07.01 08:36 수정 : 2013.07.01 09:50

 

한국 2위→4위 하락했다지만
2위 슬로베니아 99% 등록금 안 내
3위 오스트레일리아 4%만 사립대
교육부 “정책 덕” 아전인수 홍보

 


교육부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에서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 국제 순위가 2위에서 4위로 내려간 것을 두고 정부 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인 것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이는 통계상의 ‘착시’일 뿐, 실제 등록금 부담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세계 2위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 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2009학년도 오이시디 국가 중 2번째였던 연평균 대학 등록금이 2011학년도에는 자료를 제출한 국가 중 4번째로 많았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면서 “특히 오이시디는 한국이 2011년부터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등 학생지원 정책을 확대해 왔음을 주목하고, 향후 교육지표에 이와 같은 정책 성과가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사립대 등록금의 경우 2009학년도 미국의 연평균 등록금이 2만2852달러(이하 미국 달러 구매력지수 환산액)로 가장 높고 우리나라가 9366달러로 2위였다가, 올해 발표된 2011학년도 지표에서는 미국이 1만7163달러로 여전히 1위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4위(9383달러)로 내려갔다. 대신 슬로베니아가 1만1040달러, 오스트레일리아가 1만110달러로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학교육연구소가 오이시디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슬로베니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사립대를 다니는 학생은 전체 대학생의 1~4%밖에 되지 않고, 거의 모든 학생이 무상이거나 등록금이 싼 국공립대에 다닌다.

 

2위인 슬로베니아는 1% 이하의 학생만이 ‘독립형 사립대학’을 다니며 1만달러가량의 등록금을 내고, 99%가 넘는 학생은 등록금을 내지 않고 국공립대나 ‘정부의존형 사립대’에 다닌다. 3위인 오스트레일리아도 대학생의 96%는 등록금이 평균 3924달러에 불과한 국공립대에 다닌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생의 77%가 사립대에 다니기 때문에 높은 등록금을 내는 학생 수가 이들 나라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다.

 

국공립대 등록금 부담도 우리나라는 세계 4위가 아닌 3위 수준이다. 오이시디 자료를 보면, 국공립대 등록금 1위(6450달러)인 아일랜드는 명목상 등록금 액수를 제출한 것일 뿐, 국공립대에 전일제로 다니는 자국 학생과 유럽연합(EU) 국가 학생의 등록금은 모두 정부가 지불한다. 국공립대에 다니는 학생이 97%에 이르러 거의 대부분이 등록금을 면제받고 있는 셈이다. 1위 아일랜드와 2위 칠레(5885달러)는 2011학년도부터 자료가 제출돼 이번에 새로 순위에 진입했다. 우리나라의 국제 순위가 내려간 데는 이런 사정이 작용했다.

 

실제론 대학 등록금이 세계 최고로 비싼 미국과 우리나라의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국공립대 등록금은 2009학년도 때 우리나라(5193달러)가 미국(6312달러)의 82.3% 수준이었는데, 2011학년도에는 우리나라 5395달러, 미국 5402달러로 거의 같아졌다. 사립대도 2009학년도에는 미국의 41.0% 수준이었는데, 2011학년도에 와서는 54.7%로 추격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 등록금 국제 순위가 떨어진 것을 제대로 해석하지 않은 채 이를 등록금 정책의 결과로 자랑하듯이 홍보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정부는 실제로 ‘반값 등록금’이 되도록 근본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수진 교육부 교육통계과장은 “방대한 자료를 요약해서 보도자료를 내느라 설명을 반영할 수 없었던 것이지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