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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영도구/동구

뉴스와 현장] 맑은 물 흐르는 동천 '유쾌한 상상' /신수건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28.

사회1부 차장 giant@kookje.co.kr

  • 2013-01-27 19:14:05
  • / 본지 26면

   
부산과 일본 오사카는 유사점이 많다. 양국의 제2도시인데다 항구도시이다. 사람들이 직설적이지만 속정이 깊은 것도, 롯데자이언츠와 한신타이거스로 대표되는 열혈 야구팬을 보유한 것도 닮았다. 동래파전과 오코노미야키 같은 부침개도 유명하다. 역사적으로도 임진왜란 때 오사카 출신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왜군이 처음 상륙한 곳이 부산인 것은 악연이다.

하천이 많은 것도 비슷하다. 오사카의 하천은 총 33개 146㎞. 부산의 하천도 48개에 총연장 192㎞로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하천의 생태 차원에서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일본 하천은 복개가 거의 없고 대부분 연결돼 있다.

반면 부산에서 부전천, 보수천, 초량천, 동래천, 우동천, 가야천은 햇빛을 볼 수 없는 완전 복개 하천이다. 온천천, 동천, 전포천, 학장천, 구덕천, 괴정천, 대리천, 죽성천 등도 부분 복개 하천이다. 비복개 하천은 장안천, 일광천, 대천천, 수영강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환경 전문가들은 부산 도심을 흐르는 동천과 오사카의 명물 도톤보리(道頓堀)천을 자주 비교한다. 어떤 이는 동천의 롤모델로 도톤보리천을 꼽기도 한다. 도톤보리천은 '물의 도시' 오사카를 대표하는 하천이다. 오사카 도심을 격자처럼 흐르는 도톤보리천을 돌아보면 마치 오사카가 수상도시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사카 시민은 도톤보리천을 거닐다 인근 노상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고단한 일상을 정리한다.
총연장 2.7㎞(유역면적 4㎢), 폭 30~50m인 도톤보리천은 지난 1615년 운하로 완공됐으나 애초에는 높은 호안과 수질 악화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수질도 최근에는 크게 개선됐으나 1960년대 중반에는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 30㎎/ℓ정도로 오염됐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오사카시가 '물의 도시, 오사카'를 재생 심볼로 설정하고 대대적인 복원 사업에 들어가면서 도톤보리천은 시민의 사랑을 되찾았다. 오사카 외에 독일 함부르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선진국 제2도시들은 대부분 항구이면서 운하가 발전돼 있다.

오사카에서 도톤보리천의 상징적 무게감은 부산에서 동천의 그것과 엇비슷하다. 하지만 도톤보리천과 달리 동천은 부산 도심 발전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있다. 과거 개발지상주의 시절 서면을 중심으로 한 도심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토지가 절대 부족했다. 관료들은 동천 상류지역 대부분을 복개해 주차장·도로 등으로 사용했고, 하천은 그 희생양이 됐다.

본지가 새해 들어 동천 재생 프로젝트를 전개하면서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토건 홍수 속에 지방 하천을 이용한 도시 재생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가장 핵심인 복개 시멘트 덩어리를 들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상충한다. 막대한 예산과 민원 등 지난한 과정이 예상되는 이 사업 성공의 핵심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부산시장 등 지역 지도층의 의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제 개발 드라이브시대의 그림자를 걷어내자는 공감대 형성이다.

주말 오후 서면에 쇼핑 나왔다가 아이들 손을 잡고 맑은 물이 흐르는 동천을 걷는 모습.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