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3.03.12 00:33 / 수정 2013.03.12 00:33
홍상지
경제부문 기자
올해 대기업 2년차인 신입사원 A씨(26)는 최근 휴대전화로 모 시중은행 창구 직원에게서 이런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지난달 은행 창구에서 재형저축 상담을 받다가 ‘상품이 출시되면 줄이 길어지니 예약자 명단에 이름을 적어놓고 가라’는 창구 직원의 말을 따른 것이 화근이었다. 창구 직원이 A씨에겐 알리지도 않고 자기 돈 1만원을 넣어 A씨 명의의 통장을 만든 것이다. 은행 직원이 사비를 부었다는 의미로 ‘자폭 통장’으로 불리는 이 행태는 명백히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지난 6일 시작된 은행의 재형저축상품 판매 경쟁이 목불인견이다. 실적 할당에 시달린 은행 직원들이 가족이나 친인척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물론 A씨 경우처럼 아예 고객 동의 없이 통장을 만드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대출을 해주면서 재형저축을 강요하는 ‘꺾기’도 등장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상품의 위험성 설명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은행들은 주로 최고금리를 앞세워 고객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최고 금리라고 얘기하는 고정금리는 가입 시점부터 3년간만 적용되고 4년차부터는 변동금리가 적용돼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은행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엄연한 ‘불완전 판매’다.
인기를 끌 만한 상품이다 싶으면 은행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과당 경쟁을 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불완전 판매가 상당히 진행되고 나면 금융당국이 뒷북을 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했다. 재형저축이 어떤 상품인가.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에 아무리 저축을 해도 목돈 마련이 힘든 20~30대와 서민들을 위한 것 아닌가. 출시 3일 만에 60만 계좌가 팔린 것도 청년층과 서민들이 재형저축에 목돈 마련의 희망을 걸기 때문이었다. 은행들이 말로만 ‘따뜻한 금융’을 외치면서 서민들을 울리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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