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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

[조선시론] 북핵 문제를 우리 대신 해결해 줄 나라는 없다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4.
입력 : 2013.02.13 23:07

북한의 핵 개발 20년 됐는데도 정작 우린 그들 논리에 춤춰…
미·중·국제사회 피로감 상승… 향후 3~4개월 우리가 주도를
핵전력 견제 가능한 억제력과 北 체제 전환 환경 조성해야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번 실험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몰린 것은 바로 우리다.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련한 우리 국방력은 핵무기에 무기력하다. 이미 우리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무기 독점체제가 갖는 위력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 해군 함정을 폭침시키거나 영토에 대한 무차별 포격은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도발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어떻게 도발해도 우리가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다.

남 탓을 하기 전에 왜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는지 먼저 자성(自省)이 필요하다. 1990년 9월 소련의 마지막 외상인 세바르드나제가 한·소(韓·蘇) 수교를 통보하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영남 북한 외상은 "핵무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성공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 발전과 민주화로 북한이 도저히 국력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절대무기인 핵무기만이 흡수 통일을 막고 체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굳혀간 것이다. 지난 20년 이상 북한은 착실히 핵무기를 개발하는 가운데 한국을 배제시키고 대미(對美) 담판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핵 독점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추진하여 왔다.

그런데도 우리는 북한 논리에 따라 춤추어 왔다. 1990년대 초 북핵 위협에 대한 우리 지식인들의 첫 반응은 냉전 붕괴로 존재 가치가 없어진 미 국방부와 CIA, 군수업자가 결탁하여 북한 핵 능력을 과장하고 있다는 '군산(軍産)복합체 음모론'이었다. 이어 북한 핵 능력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나자 북한이 협상 지렛대로서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핵 카드설'이 등장했다.

그리고 고농축우라늄(HEU) 개발로 인한 2차 핵위기가 터지자 미국 네오콘들이 남북 관계의 진전을 방해하기 위해 조작했다는 주장을 당시 한국 정부의 정책 담당자까지 공공연하게 제기했다. HEU 능력이 사실로 드러나자 미국이 북한을 압살하려 하기 때문에 자위적(自衛的) 차원에서 개발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마침내 이제 북한 핵무장이 현실화되는 상황이 되자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난 뒤에 비핵화를 하자는 '선(先) 평화협정, 후(後) 비핵화'란 북한 논리를 그대로 옮기는 주장까지 부상하고 있다. 비핵화는 미·북 사이의 문제이니까 우리는 남북 관계 진전에만 힘쓰면 된다는 발상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북한 핵무장을 수용하자는 논리다.

북한 핵미사일 부대의 실전(實戰) 배치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북 정책에서 게임 변화가 절실하다. 우선 북핵 문제가 우리 문제라는 당사자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해 줄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미국도 중국도 북핵 문제에 피로감을 갖고 있다. 네 차례의 유엔 제재 결의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과 핵실험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력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향후 3~4개월이 중요하다. 6월경이나 돼야 2기 오바마 정부가 실질적으로 인사를 마무리하고 대북(對北) 정책의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년의 협상으로 사실상 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소진된 상태다. 중국의 시진핑 신정부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그러므로 결국 우리가 나서야 한다. 창의적이고 대담한 우리의 안(案)을 마련하고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비핵화 틀'을 준비해야 한다. 새 정부의 외교장관은 미·중·일·러로 향하는 항공편을 집무실로 쓸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

창의적이고 대담한 우리 안은 반드시 '억제와 전환'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담겨야 한다. 첫째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 억제력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서 보듯이 억제력이 없다면 어떠한 대북 정책도 효과를 가질 수 없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우리도 핵무장하는 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핵을 평화적 이용에만 국한한다는 '비핵(非核) 정책'을 국가 시책으로 갖고 있다. 어려운 길이지만 북한의 핵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포괄적인 비핵 억제력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북한의 체제 전환이다.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북한이 지금 가는 길은 핵무기를 갖고 서서히 망하는 길이다. 김정은 정권은 연이은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국력을 소진하고 있으며, 경제·사회의 왜곡으로 심각한 불안정에 처하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환은 북한 스스로 정해야 할 문제지만, 이를 촉진하기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핵개발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선 미얀마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예측의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 틀을 만드는 것이다.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문제 해결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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