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과 보도를 통해 들으니, 빅 브레인의 탄생은 2003년 일찌감치 시작됐다. 인간 마음과 정신의 현상과 질환에 관한 신경과학 연구는 빠르게 진전하고 있는데, 정작 상세하고 체계적인 뇌 지도는 없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했다. 1900년대에 작성된 2차원의 뇌 지도나 최신의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얻은 수많은 3차원 뇌 영상이 있지만, 현대 뇌과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는 지도로는 역부족이었다. 연구팀은 뇌질환을 앓은 적 없는 건강한 뇌를 찾아 3차원 디지털 지도를 제작하는 일에 나섰다.
연구자들이 설명하는 작업은 장인의 지극한 노동을 닮았다. 여러 달에 걸쳐 무른 뇌에 걸쳐 파라핀을 채우고, 불면 날아갈 듯 매우 얇은 0.02밀리미터 두께의 7404개 단면조각으로 잘랐다. 그 하나하나에 신경세포의 미세 구조가 잘 드러나도록 특수염색 처리를 했고, 현미경을 통해 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으로 제작했다. 차곡차곡 쌓인 7404개 영상은 3차원을 구현했다. 연구자들은 “구글어스처럼 높은 해상도로 뇌를 탐사할 수 있게 됐다”고 비유한다.
빅 브레인은 곧바로 더 많은 뇌과학 연구를 위해 연구용으로 공개됐다(bigbrain.cbrain.mcgill.ca). 남자 뇌와 젊은이 뇌의 특징까지 다 대표하진 못할지라도, 빅 브레인은 뇌 탐사 항해의 길잡이로서 구실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뒤편엔 연장 1000시간의 섬세한 연구노동과 과학 연구에 주검을 내놓은 이름 모를 기증자의 숙연한 죽음이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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