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3월19일치 2면에 실린 기사와 사설 제목을 옮겨본다. “‘희귀병’ 두 아들 돌보던 엄마 자살”, “‘희귀 유전질환 17종’ 전국 11개 병원서 진단 지원”, “희귀난치성 질환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병이 나을 거라는 희망도 없이 두 형제의 손발 노릇을 하던 어머니를 떠올리니 참으로 가슴 아프다. 이런 병을 개인 문제로만 놓아두지 말고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하는 무상의료 세상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내가 여기서 짚고 싶은 건 ‘희귀병’이라는 단어다. 결론부터 말하면, 환자에게 ‘희귀병’이라고 하면 그건 환자를 우롱하는 거다. ‘희귀’는 드물 희(稀) 자에 귀할 귀(貴) 자를 써서 ‘드물어서 매우 진귀하다’는 뜻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물 같은 게 희귀한 것이다. 그럴 때 쓰는 단어인 ‘희귀’를 써서 ‘희귀병’이라고 하면, “세상에 별로 없는 귀한 병”이라는 단어가 돼버린다. 아무리 귀하기로서니 병이 귀하겠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굳이 그런 단어를 만들고 싶으면 ‘희소병’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희소’는 드물 희(稀) 자에 적을 소(少) 자를 써서 “매우 드물고 적음”이라는 뜻이므로 ‘희소병’은 말이 된다. ‘드문 병’이라고 하면 더 좋겠다. ‘희귀난치성 질환’이 아니라 ‘드물고 낫기 어려운 병’이라고 하면 얼마나 쉽고 바른 표현인가.
한자어가 많은 세로쓰기 신문이 전부이던 세상에 순한글 가로쓰기를 하는 <한겨레>가 나왔을 때 참으로 기뻤다. 지금도 여전히 사랑한다. 앞으로도 쉬운 우리말을 널리 알리는 <한겨레>가 되길 바란다.
서광석 남원시 남원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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