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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발] 지금 정치개혁이 필요한 이유 / 백기철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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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14 19:22 수정 : 2013.03.14 21:22

 

 

백기철 논설위원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귀환으로 새 정치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새 정치, 다시 말해 정치개혁은 경제민주화와 함께 지난 대선을 관통한 두 개의 핵심 테마였다. 경제민주화가 힘없는 백성 돌보지 않고 부자 배나 채우는 나라 꼴에 대한 백성들의 분노였다면, 정치개혁은 상황이 이런데도 제 밥그릇 챙기기 급급한 정치권에 대한 환멸의 표출이었다.

 

지난 대선에선 안철수의 등장에 힘입어 여야가 경쟁적으로 정치개혁 이슈들을 쏟아냈다. 선거 땐 온통 정치개혁이 다 되고, 새 정치가 만개할 것 같더니 선거 끝나니 감감무소식이다. 사실 정치개혁은 선거의 단골 메뉴이면서도 선거만 끝나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곤 했다.

 

그간 예로 보면 정치개혁의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개혁은 무망하다. 이해득실 따지느라 될 일도 안 된다. 대선과 총선이 끝난 지금, 정치개혁 논의를 바로 시작해야 한다. 지금 시작해도 제대로 될까 말까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만 해도 4년 중임제 개헌 구상에서부터 책임총리제, 국회의원 후보 여야 동시 국민경선 등을 내놓았다. 야권에서는 결선투표제, 권역별 정당명부제, 투표시간 연장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제기됐다.

 

야권은 안철수의 귀환으로 다시 새 정치 경쟁이 불붙을 조짐이다. 민주당은 5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주자들이 과감한 정치개혁 방안을 내놓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새 정치를 갈망하며 안철수를 지지했던 유권자를 끌어안지 못하면 민주당은 미래가 없다. 안철수는 대선 과정에서 내놓았던 의원 정수 축소 정도의 아마추어적 정치개혁 방안으로는 곤란하다. 내용도 없이 새 정치를 되뇌기보다는 차라리 정치개혁의 동력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소박한 자세가 바람직하다.

 

야권 전체로는 제 정파와 세력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정치개혁이란 큰 깃발 아래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정치개혁 과제의 엄중함에 비춰보면 야권이 지금 미래창조과학부의 과 한두 개 넣고 빼는 문제로 힘을 뺄 일은 아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목숨을 건 단식으로 지방선거를 쟁취했듯 비상한 각오로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눈에 정치개혁은 아주 먼 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안보와 경제를 책임지는 일로도 밤잠을 설칠 지경인데, 정치개혁 운운하는 사람은 집권 초반을 흔들려는 저의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가 제대로 서야 안보건 경제건 튼튼해진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곤 했다. 정치를 제대로 세우는 일, 약속대로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일, 대탕평·대화합을 이루는 일이 정권 안위에 사활적이라는 걸 박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알아차리는 게 좋다.

 

정치개혁의 요체는 기득권 내려놓기다. 대통령의 제왕적 패권, 거대정당들의 지역 패권, 국회의원의 과도한 특권 같은 기득권 구조를 깨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헌과 함께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개헌은 이런저런 논의가 있지만 의회 권한을 크게 강화하는 선에서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가는 게 맞다. 결선투표제와 정당명부제 역시 중요한 정치개혁 과제다. 두 제도의 도입은 기호 1, 2번으로 상징되는 두 거대정당의 독식구조를 뒤흔드는 의미가 있다.

 

정치개혁은 단순히 정치권에만 맡겨둘 일은 아니다. 시민의 압박이 없으면 정치개혁 논의는 두 거대정당이 나눠 먹는 구조로 가기 쉽다. 어떤 형태로든 시민사회의 통제가 필요하다.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 개헌과 정치관계법 개정을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도 내년까지 끝마치기 쉽지 않다. 잠시 뒤로 미뤄놓는 순간 정치개혁은 연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

 

백기철 논설위원 kcbae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