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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계의 창] 미-중 관계와 북-중 관계 / 진징이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3. 27.

등록 : 2013.03.26 19:16 수정 : 2013.03.26 19:16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중국의 대북정책이 또다시 초점으로 떠올랐다. 이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서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방중한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차관도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례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제재 결의안에 지지를 표명한 것도 미-중 협력 작품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도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세하고 있다. 중국은 이중, 삼중의 압력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중국의 어떤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것일까? 한마디로 중국이 가지고 있는 카드로 북한을 압박하라는 것이다. 한·미·일은 이제 더 꺼낼 카드가 없을 정도로 북한을 제재해 왔다. 북한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그 북한을 마지막으로 조일 카드를 중국이 쥐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북핵 문제에서 협력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는가? ‘G2’로 불리는 중·미는 아직 상호관계를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미국은 급부상하는 중국이 자신의 지위에 도전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중국은 미국이 자신을 포위하고 견제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이 나서서 북한에 압력을 가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 미국의 압력을 거절할 만한 명분을 주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다. 북한은 사실상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명분을 실어주고 있다. 북한은 3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며 중국의 권고 같은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중국은 엄청난 대가를 지급하고도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 감정적으로 ‘북한 포기론’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결국 중국에 대한 압력은 미국만이 아니라 북한에서도 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이 미국의 의도대로 북한을 압박하게 되면 과연 북핵 문제 해결에 서광이 비치게 될까? 이 경우 자칫하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깨질 수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중국의 대북정책 전환은 역설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중국의 대북정책을 깰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이것이 미국이 바라는 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국의 대북정책은 영원히 고정불변하는 것일까?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국가이익만이 있는 게 국제사회다. 중-북 관계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바로 이 영원한 국가이익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진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 지지를 표명한 기준 역시 이 잣대였다.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이 국가이익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장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축과 일본의 헌법 수정, 군사대국화의 꿈에 길을 열어주는 모양새다. 동북아의 핵도미노 현상도 빈말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대북정책을 전환해 악역을 맡을 때 야기되는 예측 불가능한 지각변동 역시 중국의 국가이익에 큰 충격파를 몰고 올 수 있다. 결국 이 딜레마 속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을 좌우하는 것은 국가이익일 뿐이다.

 

중국의 국가이익 차원에서 볼 때 가장 이상적인 패턴은 중-미 관계를 협력관계로 자리매김하며 북-미, 남북, 북-일 관계를 정상화로 이끌어 북핵 문제의 근원인 한반도 냉전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유일한 길이다. 냉전의 방식으로는 냉전 구조를 해체하지 못한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