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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료

생명공학 소비시대, 소비자의 '알고 선택할 권리'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26.
오철우 2013. 0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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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
김훈기 지음 | 동아시아


GM 작물에 이어 GM 연어도 식탁에 오를 것이다. 다른 GM 동물도 식품으로 등장할 것이다. 복제동물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식품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언젠가 우리 식탁에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 식품에 관한 논란은 이어질 것이다. 알고서 선택할 수 있게 보장하는 투명한 정보공개는 생명공학 소비시대에 소비자한테 필요한 권리가 돼야 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바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는 식용 옥수수 가운데 몇 퍼센트 정도가 GM[유전자 변형] 옥수수일까? 2011년에는 절반이 GM 옥수수에 해당했다. 2011년 기준으로 수입된 식용 옥수수 208만3000 톤 가운데 GM 옥수수는 102만5000 톤으로 집계됐다. 수입되는 식용 콩 가운데 GM 콩은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2011년 식용 콩은 112만7000 톤 수입됐으며, 이 가운데 85만 톤이 GM 콩이었다.”(26~27쪽)


농산물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는 식용 GM 농산물이 오늘날 대량 수입되고 있지만, 정작 GM 농산물이 소비자의 관심과 눈에 잘 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이 가공되어 식품 재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주요한 수입 작물인 GM 옥수수는 대부분이 전분이나 전분으로 만든 감미료(과당, 물엿, 올리고당)로 사용되며 GM 콩은 거의 모두 콩기름 제조에 쓰인다. 또 GMO 표시제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가공식품 가운데에는 ‘표시 면제’ 대상이 많다. 김훈기 서울대 교수(기초교육원)가 낸 새 책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를 보면, 우리는 이미 생명공학 식품을 소비하는 시대에 깊숙이 들어와 살고 있으면서도 그런 소비생활의 변화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한국 GMO 승인 세계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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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소비시대>는 식품 소비생활에서 중요한 이슈이지만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생명공학 식품, 특히 GMO와 복제동물 식품에 관해 최근의 연구 동향과 시장 상황, 그리고 안정성 논란과 쟁점을 소비자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의 관심사인 유전자 변형 작물과 동물복제의 기술적인 내용과 연구개발의 흐름을 풀어쓰고, 소비자의 인식에 관한 여러 조사 결과와 생산과 소비의 최근 시장 동향을 정리하며,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생명공학 식품 논쟁의 갖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지은이는 발품과 손품을 팔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갖가지 관련 정보들을 꼼꼼하게 모았으며, 특히 잘 얘기되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 관해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자세하게 담았다. 한국에서 GM 식품은 얼마나 어떻게 소비되고 있을까? 책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국내 소비자들은 아마도 1996년 무렵부터 GM 식품을 먹기 시작했을 것이며, 지금은 한국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GM 농산물 승인 건수가 많은 나라이며 GM 농산물 재배국을 빼면 그 순위는 세계 2위이다. 콩, 옥수수, 면화 등이 식용 또는 사료용으로 수입되는데, 식용 옥수수와 콩의 경우에는 GM 농산물이 대량으로 수입되고 있다. 이런 식용 GM 농산물은 주로 식품의 재료로 사용된다. 사료용 GM 농산물은 훨씬 더 많아, 사료용 옥수수의 거의 100%가 GM 옥수수이다. 이런 높은 수입률은 농산물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어쩔 수 없이 농산물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GM 농산물 관리는 투명해야 하나 그렇지는 못하다. 2009년에는 수입된 GM 옥수수가 유통 과정에서 유출돼 야생에서 GM 옥수수가 자라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있었으나 관련 정보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국은 GM 농산물 수입국이었으나 재배국, 수출국이 되기 위한 연구개발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1년 12월 한국 정부도 경쟁력 높은 GM 종자를 개발해 반도체 같은 수출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종자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보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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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농산물 소비시대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이거나 남의 나라 얘기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사실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알고 보면 이미 생명공학 식품을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에서는 관련 정보가 남의 일처럼 다뤄지고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2012년 8월 중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황금미(비타민A 기능을 높였다는 GM 쌀의 한 품목)의 기능을 확인하는 생체 실험을 거쳐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안전성 판정이 나기도 전에 유례없이 인체 실험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프랑스 연구진이 장기간의 동물실험 결과 GMO가 인체에 위험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반박 역시 과학기술계에서  즉각 이뤄져 한동안 논란이 계속도리 전망이지만, GMO의 안전성을 판단할 때 지금보다 엄격한 실험 결과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 사건이었다. [...]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소식이 매스컴을 통해 잠깐 전해졌을 뿐 이내 묻혀 버렸다. 한국 소비자와 별로 관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8쪽)


국내 매체에서는 외신 보도로 다루는 건도 사실 따지고 보면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프랑스 연구진이 실험한 GMO 품목인 '엔케이603(NK603)'은 한국인이 지금 식용으로 소비하고 있는 품목이며, '황금미'를 비롯해 GM 쌀의 개발 연구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며 연구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GMO를 해외의 논쟁 정도로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무심함을 보면서, 지은이는 국내에서도 GM 작물에 관한 진지한 관심과 논의가 일어나길 바라며 이 책을 썼을 것이다. 또한 책에서는 GMO에 관한 정보의 불균형을 줄여보려고 애쓰는 지은이의 뜻도 읽을 수 있다. 사실 그동안 GMO에 관해서는 주로 연구개발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관련 산업계가 제공하는 정보와 소식이 권위 있게 받아들여진 데 비해,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쪽의 정보나 주장은 잘 다뤄지지 못했다. 연구비 부족 때문에 GMO에 관한 문제제기를 본격 검증하려는 연구는 진행하기 힘든 게 현실이어서, 연구 결과물도 GMO를 지지하는 쪽에서 대부분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니 GMO에 관한 동향과 논쟁을 충분히 파악하려면 잘 들리지 않는 정보들까지 모으고 주시하려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과학기자 출신의 지은이는 이 책에서 정보의 균형을 위해 지구촌의 심각한 식량문제에 GM 작물이 기여하는 바를 강조하는 GMO 산업계와 연구자들의 자료뿐 아니라, 그동안 제기된 안전성 논쟁과 관련 사건들에 관한 자료도 한데 모았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GM 작물의 수입 승인 절차와 심사 과정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한국에서 수입되어 가공되는 식품의 현황, 사료용 작물의 사용 현황, 그리고 국내에서 한창 개발되고 있는 GMO의 현황에 대한 정보과 더불어,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여러 우려와 문제제기도 함께 다뤘다. 일반 소비자들은 알 듯 모를 듯한 영문약자 GMO가 대체 유전자 안에서, 세포 안에서, 개체 안에서, 그리고 식품 안에서, 더 나아가 식량과 농업 체제에서 어떤 의미로 작동하는지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GMO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산업, 연구자, 농부,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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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농산물 이야기는 이제 과학 뉴스보다는 경제 뉴스나 사회논쟁 뉴스에서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많은 경우에 기초연구를 넘어서서 실제 산업에 응용, 생산되는 제품이 되어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냐 어떤 유통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넓힐 것이냐 하는 실험실 너머의 이해관계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연구개발자한테서 나오는 뉴스 말고도 산업체에서, 농업생산자한테서, 소비자한테서 나오는 뉴스가 많아진다. 점점 비중이 커지는 GM 농산물은 과학기술의 이슈일 뿐이 아니라, 오히려 그보다는 여러 다른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치며 또한 다른 분야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GM 작물의 성공이 단지 산업계와 연구소의 희망대로 이뤄지는 게 아님을 여러 사례에서 보여준다. 농업생산자한테 생산성과 소득 증대를 보장해주어야 하며, 안전성과 기능식품을 요구하는 소비자 기호의 선택을 받아야 하며, 그러면서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는 시장전략이 통해야 한다. "한 종류의 GMO가 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년이고, 비용은 1000만~1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34쪽). 최초로 상업 재배한 GM 토마토가 결국에 시장에서 실패한 것처럼 많은 GM 작물들이 여러 요인들에 의해 실패하기도 했다.   


GMO를 연구하는 연구자의 대부분은 GM 작물을 개발하는 분야에서 일한다. 비교적 충분한 연구비를 받으며 연구하는 GMO 연구개발자에 비하면 GMO의 위험 가능성을 따져보려는 연구자들한테는 상대적으로 연구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GMO의 잠재적 위험에 관한 연구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이 책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듯이, 게중에는 GM 농산물의 위험 가능성을 알리는 실험 결과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최근인 지난해에는 프랑스 연구진이 암수 100마리씩 모두 200마리의 실험쥐를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 2년 동안 GM 콩(NK603)을 먹은 쥐와 그렇지 않은 쥐들의 건강 상태를 살폈더니 GM 콩을 먹은 쥐 집단에서 건강 위해성의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학계에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실험 과정과 결과를 자세히 소개한 지은이는 책에서 "그동안의 많은 사례가 그랬듯 찬반 논란이 지속되면서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GMO의 안전성을 좀 더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장기적인 생체 실험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부도 GM 농산물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다. GM 작물은 농업생산자한테 농업생산성과 농가소득 증대라는 혜택을 안겨준다고 얘기되지만, 농업생산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에 따라서 GM 농산물은 이익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손해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 그동안 얘기돼 왔다. 지은이는 GM 작물은 제초제 사용이 줄고 병충해나 가뭄 피해가 줄어들면서 생산성 증가의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종자산업의 독점에 대한 농부의 종속을 키워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익과 위험에 관한 견해는 소비 단계에서도 둘 다 상존한다. 소비가격이 떨어지고 건강증진 식품이 등장하면서 소비자한테 이익을 제공한다는 견해와 여전히 건강 위험 가능성은 불확실하게 남아 있으며 환경 생태계의 교란 위험도 있다는 견해는 맞서고 있다 (이 책 119쪽, '표- GM 농산물에 대한 농업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과 위험').

 

이 책이 GM 식품과 동물복제 식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연구소에서 재배시험장, 그리고 제품생산 단계까지 자세하게 다루면서도 한편으로 농업생산자의 이해관계, 법정 소송의 논쟁, 소비자의 인식까지 다룬 것은, 이처럼 GM 작물과 복제동물 식품이 이제는 생명공학 기술 하나만으로 이해될 수 없는 다차원적인 산물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알고 선택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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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서 나와 이제 제품이 되어 식탁에 오른 생명공학. 연구소에서는 연구개발자의 시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면, 생명공학 소비시대에서는 소비자의 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기초연구의 산물이 응용기술로 개발되어 생산과 유통에 이르는 단계가 되었다면, 이제는 소비자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책 제목처럼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를 존중한다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알 권리도 소비자한테 보장해야 한다. 


이 책이 얘기하듯이, GM 농산물의 역사와 여러 논쟁의 사례들을 되돌아보아도 GMO 찬반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궁극적인 단 하나의 결론'을 얻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대체로 이런 점은 GMO를 개발하는 여러 연구자들도 이해하는 바이며 GMO에 문제를 제기하는 환경과 소비자 분야의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이해하는 바이다(참조: 사이언스온의 GMO 특집). GM 농산물이 기대했던 이익과 혜택을 충분히 가져다줄 것인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며, GM 농산물이 종국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위험을 초래할 것인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익과 위험이 둘 다 상존한다면 이익과 위험에 관한 연구활동은 될수록 함께 이뤄질 수 있어야 하고 이에 관한 정보는 될수록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소비자는 충분히 알고서 선택할 수 있다.


생명공학 식품의 영역은 앞으로도 넓어질 것이다. 농업생산성 증대를 강조하는 GM 작물에 이어 소비 취향과 건강 증진에 맞춘 기능성 작물이 개발되고 있으며, GM 식물에 이어 미국에서 개발되는 GM 연어도 조만간 식탁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전에 없던 새로운 GM 동물이 식품으로서 등장할 것이다. 복제동물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식품으로서 유통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한창 개발되고 있는 복제 소들이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면서 생명공학 식품의 안전성 논란도 뒤따라 이어질 것이다.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도 전문적인 생명공학 논쟁이 '소비자를 위한 논쟁'이 되게 하려면, 이제 소비자의 '알고서 선택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려는 노력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정보 공개와 투명성은 그런 권리의 필수 요소이다. 이 책에서 그런 목소리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