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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설] 당선됐으니 이제 ‘경제민주화’ 필요없다는 건가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22.

등록 : 2013.02.21 19:10 수정 : 2013.02.21 19:10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가 제외됐다. 지난 대선에서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 토사구팽된 것이다.

 

인수위의 어제 발표를 보면, 5대 국정목표에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 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 등이 포함됐다. 경제민주화는 용어 자체가 사라졌다. 다만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국정목표 밑의 6개 전략 중 하나인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이란 항목에 관련 내용이 열거돼 있을 뿐이다.

 

인수위 관계자들은 경제민주화가 국정목표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이제까지 발표한 공약들은 모두 경제 파트 속에 들어가 있다”고 해명했다. 국정목표에서 제외됐을 뿐 관련 공약들이 모두 포함됐고, 공약의 실천 방향이나 이행 계획도 그대로라는 강변이다. 차라리 안 하는 것보다 못한 사탕발림식 물타기이자 혹세무민하는 궤변에 해당한다.

 

박 당선인이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지난해 7월 대선 출마선언 때는 경제민주화를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꼽았다. 12월 대선 공약집에도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 10대 공약에 포함됐다. 대선 때 내건 공약의 무게만큼 국정의 우선순위에 반영하는 게 상식이자 순리이다. 이제 와서 경제민주화를 5대 국정목표에서 제외하는 것은 대국민 약속 위반이다.

 

재벌개혁과 복지확대로 대표되는 경제민주화는 이해관계자가 많고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이 엄존하는 만큼 국정 최고 책임자가 의지를 갖고 추진해도 될까 말까 한 험난한 과제다. 국정에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결국 추진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를 하위 목표로 제쳐놓은 것은 추진 의지가 없음을 만천하에 내보인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박 당선인에게 표를 더 준 것은, 경제민주화를 안정적으로 추진해 달라는 뜻도 있었다. 박 당선인은 야당이 내건 경제민주화를 가져다가 자신의 공약으로 삼았다. 경제민주화가 중요한 시대정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선 공약집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를 사실상 뒤집는 것은 표를 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박 당선인이 정말 ‘약속의 정치인’이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민의를 가볍게 저버리는 정치인은 언젠가 엄정한 심판을 받는 법이다. 박 당선인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