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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보

[사설]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 수뇌부를 수사해야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22.

등록 : 2013.02.20 19:09 수정 : 2013.02.20 19:09

국정원이 대선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 김아무개씨의 행적을 외부에 알린 현직 직원을 파면하고 전직 직원과 함께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김씨의 행적을 전직 직원에게 알려준 행위가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와 국정원직원법의 직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 직원으로서 대선 관련 댓글을 작성한 김씨의 활동 자체가 정치관여 금지를 위반한 행위이므로, 이를 알린 건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 공익적인 행위라고 보는 게 마땅하다.

 

국정원이 ‘공익적 내부제보’를 한 직원을 파면하고 검찰에 고발까지 한 것은 언론을 통해 국정원의 불법행위가 속속 드러나자 내부를 통제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국정원의 이런 행태는 고질적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나꼼수’ 진행자들과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고소한 데 이어 이달 초엔 <한겨레> 기자와 누리집 관리자 등을 고소했다. 이번 직원 징계와 고발까지 모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려는 얕은 술수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댓글 내용을 보면 이번 사건이 ‘대북심리전’이라는 국정원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씨와 잠적한 이아무개씨가 쓴 글들은 대부분 대북심리전이라기보다 대남심리전에 가까운 것들이고, 정치 관련 글들은 대체로 야당이나 야당 후보를 비판하고 정부·여당이나 여당 후보를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국정원 스스로 김씨가 심리정보국 소속임을 인정한 이상 여기 소속됐다는 3~4개 팀 60~70여명이 대부분 김씨와 같은 활동을 한 것으로 추정하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조직적으로 정치개입, 선거개입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국정원법 위반 차원을 넘어 국기문란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국정원장의 재가 없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도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오불관언의 태도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국기문란 의혹을 그대로 두고 새 정부가 순조롭게 출범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한 데 이어 이번에 국정원이 전·현직 직원들을 고발한 이상 이제 검찰로 공이 넘어간 셈이다. 경찰은 몇달째 사건을 끌면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해온 과거의 불명예를 씻으려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 심리정보국 활동 전반과 ‘대북심리전’을 누가 기획·지시했는지도 밝혀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