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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불황에 줄어들던 이혼, 다시 증가하는 이유는?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24.

등록 : 2013.01.24 16:45 수정 : 2013.01.24 17:17

mayseoul@naver.com

결혼 20년 넘은 부부들 ‘황혼 이혼’ 때문
2009년 이후 3년만에 이혼 건수 늘어나

‘불황에는 이혼마저 감소한다’는 통념이 깨질 전망이다. 미국발 금융위 다음해인 2009년 이후부터 감소해오던 이혼건수가 지난해 3년 만에 증가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 이혼마저 미루는 불황에 오히려 이혼이 증가한 이유는 뭘까?

 

 주된 이유는 결혼한 지 20년이 넘는 부부의 ‘황혼이혼’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황혼이혼 건수가 결혼한 지 4년이 안되는 신혼부부 이혼 건수를 이혼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으로 앞지른 것으로 추계됐다. 24일 통계청의 ‘2012년 11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11월까지 이혼건수는 10만54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10만3900건에 견줘 1.4%(1300건) 늘었다. 이혼건수가 증가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3년 만이다.

 

이혼 건수는 1990년 4만5000건에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만6300건으로 10만건을 넘어선 뒤 카드사태가 불거진 2003년 16만6600건으로 고점을 찍고나서 꾸준히 감소해왔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2만4000건으로 잠시 늘었을 뿐 2010년(11만6900건), 2011년(11만4300건) 내리 감소했다. 이처럼 10여년간 이혼이 꾸준히 감소했던 것은 2008년 법원이 이혼 당사자가 일정 정도 생각할 시간을 주는 ‘이혼 숙려제’를 도입한데다 경기도 나쁜데 이혼하기 보다 그냥 참고 사는 게 낫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으로 분석돼 왔다.

 

 

이렇게 10년을 이어온 이혼의 감소세가 지난해 뒤집힌 것은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황혼이혼’ 때문이다. 통계청 사회통계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혼의 주축은 결혼한지 4년 이하의 신혼부부다. 그러나 지난해는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되는 부부의 이혼이 신혼부부들의 이혼을 앞질렀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결혼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건수가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잠정치)이 27%로, 신혼부부 이혼 건수 비중인 25%보다 2%포인트 높다고 추계하고 있다.

 

 

그 동안 황혼이혼은 꾸준히 늘어왔다. 통계를 보면,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이혼건수는 2001년 2만건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2만8300건으로 늘었다.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4.8%에서 24.8%로 10%포인트나 늘어났다. 반면 신혼부부의 이혼건수는 10년동안 3만8000건에서 3만700건으로 감소했으며 비중도 28.2%에서 26.9%로 줄었다.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것은 은퇴후 자영업자로 전직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생활고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경제적 문제보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가정내 부부간의 지위가 동등해지면서 결혼과 이혼에 대한 가치관이 바뀐 것을 황혼이혼의 주요 원인이다. 또 기대수명의 증가로 부부가 자녀를 출가시킨 후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지만 고령층은 가부장 문화 때문에 다른 연령층의 부부에 견줘 친밀도가 떨어지는데 이런 낮은 친밀도 역시 황혼이혼으로 한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