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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18대 대선

문재인, 내일이면 늦다[펌.프레시안]

by 부산중구마중물 2012. 12. 17.

문재인, 내일이면 늦다

[긴급 제안] 친노 임명직 배제하고 개헌 추진해야 이긴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기사입력 2012-12-17 오전 10:23:16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2일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박근혜 후보가 오차범위에서 우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선거일이 임박하자 안철수 박사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판세는 안갯속에 갇혔지만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는 형국으로 관측된다. 그야말로 51대 49, 그것도 소수점 이하의 피 말리는 싸움이라 한 표, 한 표가 당락을 가를 것으로 점쳐진다. 열쇠는 10% 안팎의 무당파가 쥐고 있다. 그 무당파의 절반가량은 반박근혜-비문재인의 성향이라 확실한 동인이 나오지 않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형세다.

1987년 체제 이후 5차례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는 제3의 후보가 있었다. 제3의 후보가 없는 선거는 이번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처음이다. 그 까닭에 보수-진보 진영이 더욱 첨예한 격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선이 양자대결인 만큼 무당파 지지 확보가 승패를 가르는 관건으로 떠올랐다. 과거의 3자대결에서도 무당파가 당락을 결정했다. 2007년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이회창이 15%를 득표했음에도 이명박이 정동영을 22.6%P 차이로 누르고 압승했다. 무당파의 지지를 최대한 이끌어낸 덕분이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대세론이 이회창의 승리를 점쳤다. 하지만 승리는 노무현이 쟁취했다. 정몽준과 단일화해 무당파의 지지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란 후광이 박근혜를 만들었다. 그가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 유신옹호론이 고개를 들었고 그는 5.16 쿠데타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변했다. 그것은 40년 만에 유신 논쟁을 불붙였다. 정수장학회, 장준하 타살 의혹, 인혁당 조작사건 등등 유신망령이 되살아나자 그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유신 체제를 완강하게 옹호했던 그가 마지못해 사과의 뜻을 말했다. 험난한 난관이 그를 기다릴 것 같았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순에 사라졌다.

선거 막판에 새누리당의 댓글 부대 및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 박근혜의 신천지 유착설 등이 쏟아지나 미풍도 일으키지 못하는 모양이다. 박근혜의 지지층이 철옹성마냥 견고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박근혜의 지지층이 신앙적인 응집력을 과시하는 까닭이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야권후보가 우세할 것이란 낙관적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박근혜-문재인이 백중세를 나타내고 있다.

안철수 지지자 중에서 야권 성향의 지지층을 분류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안철수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를 기대하던 전통적 야권 성향의 지지층이다. 둘째는 안철수를 통해 정치 쇄신을 갈망하던 무당파이다. 전자는 정권 교체라는 열망을 안고 문재인 지지로 쉽게 돌아섰다. 하지만 후자는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은 까닭에 문재인 지지로 돌아서길 주저하고 있다. 결국 문재인이 승기를 잡으려면 후자가 마음을 열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 문재인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 반박-비문 무당파가 마음 열도록 결단해야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문재인의 중대한 결단이다. 반박-비문 무당파의 향배를 결정할 확실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정 있는 고언을 한다면 그것은 친노 핵심의 임명직 배제다. 이들 무당파는 이명박의 실정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노무현의 실정에 대해서도 비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항간에는 "문재인은 좋지만 친노 세력이 싫다"는 말이 흔히 회자된다. 그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의 2인자 문재인.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달라는 끈질긴 설득과 회유를 뿌리치던 그였다. 4.11 총선에서야 친노 세력의 옹립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 까닭에 집권할 경우 친노 세력의 득세를 우려하는 의구심이 의외로 팽배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친노 세력은 노무현의 실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무당파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또 민주통합당 내외에서 4.11 총선 패배의 원인을 친노의 패권주의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후보 경선 이후 당내 사정을 냉철하게 성찰할 필요도 있다. 당 밖에서는 박빙의 결전이 벌어지고 있으나 당 안에서는 경선 과정의 앙금 탓인지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정권 교체에 명운을 걸고 뛴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마지못해 지역구에서 투표하자는 현수막이나 걸지 않았나 싶다.

경선 과정에서 인터넷과 SNS에서는 경쟁자에 대한 비방과 욕설이 난무했다. 안철수와 단일화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의 상처와 앙금이 입을 다물고 있지만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문재인은 '친노 핵심 임명직 배제'를 서둘러 천명해야 한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말이다. 이것은 노무현을 밟고 가라는 소리가 아니고 그를 뛰어넘으라는 뜻이다. 당사자들은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용기와 지혜를 소중히 여기고 소의보다는 대의를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1997년 김대중의 동교동 가신들의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선언은 교훈적 가치를 가졌다. 임명직이 막히더라도 선출직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2013년 재보선,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국회의원 선거가 그것이다.

친노 핵심 임명직 배제만으로는 선거 막판의 판세를 뒤흔들기에 한계가 있다. 문재인이 확실한 승기를 잡으려면 핵폭탄의 위력을 발휘할 획기적인 정치 개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안철수가 말하는 정치 쇄신은 막연하게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 따위의 수사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국회의원 세비 30% 인하, 국회의원 정원 감축, 중앙당 폐지, 국고보조금 축소 따위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정치 개혁은 헌법 개정을 통해 정치체제-정치구조를 재편해야 가능하다. 그동안 산발적인 개헌 논의가 있었지만 정치권의 정략적 판단에서 나왔기 때문에 국민적 지지는커녕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

따라서 획기적인 정치 개혁을 단행하기 위한 개헌 제안은 진정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전제조건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의 개헌을 선언하는 것이다. 확고한 실천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재임 기간을 3년 반으로 단축한다고 방점을 찍어야 한다. 2016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며 신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퇴임하는 것이다. 문재인이 청와대 정무특보로 재직할 당시인 2007년 1월 대통령 노무현이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같은 맥락의 개헌이라는 점에서 그가 소극적일 이유가 없을 것 같다.

1987년 헌법이 민주화에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 하지만 5년 단임제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 신임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녔다. 무능한 대통령이라면 5년이 너무 길다. 4년으로 임기를 끝내야 한다. 국정 수행 능력이 출중하다면 4년의 기회를 더 줘서 중임제 대통령제의 장점을 살리도록 한다. 역대 대통령이 헌법상의 권력 구조와는 상관없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다 식물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감했다. 이 점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개헌만이 대통령의 실패를 막고 정치 개혁을 이룩할 수 있다.

또 국회의원 선거의 주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의 절반은 대통령 선거와 맞춰 뽑는다.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는 의회 다수파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한다. 나머지 절반은 대통령 임기 중반에 선출하여 일종의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니도록 한다.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평가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문재인이 재임 기간을 단축한다면 절반의 대통령으로 끝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개헌을 통해 획기적인 정치 개혁을 단행한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는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최대의 난제는 양극화이다. 역대 정권이 시장주의와 규제 완화에 근거한 신자유주의를 맹신한 결과 계층 간, 부문 간의 극단적인 양극화가 형성되었다. 사상 최대의 빈부격차, 가계부채 1000조 원, 비정규직 양산과 청년실업, 부동산 투기와 전세 대란, 과중한 사교육비와 출산율 저하, 경쟁 위주 교육의 시장화, 유통 재벌의 골목시장 침탈, 거대 자본의 자영업-중소기업 영역 침투, 부문 및 지역 간의 발전격차 등등 국가적 난제 한가운데는 신자유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계층 간, 부문 간의 반목과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그 간극을 좁히지 않고는 국가가 발전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단계에 이르렀다. 그 까닭에 경제 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 민생 경제가 파탄 난 현실에서 경제 민주화의 본질은 민생복리이다. 그 지향점은 양극화 완화를 통한 사회통합이다. 여기서 문재인이 유념할 대목이 있다. 김대중-노무현의 경제정책이 왜 보수화했느냐는 점이다. 기득권 세력이 영남 민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저항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은 경제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구도를 깨야 하며 자신이 그 적임자임을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래야 문재인이 모든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의 초점을 민생복리에 맞출 수 있다. 재임기간 3년 반 동안 경제 민주화의 토대를 착실히 쌓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적 지지에 힘입어 개헌을 통해 정치 개혁을 완수한다면 역사는 그를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다.

내일이면 늦다. 문재인 후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설혹 그가 결단을 내리지 않고 당선되더라도 임기 중에 그 같은 선택과 도전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도자는 결단의 시기를 포착할 줄 알아야 한다. 위기일수록 그 결단이 빛을 발한다. 선거 막판에 결단을 내리더라도 주류 언론의 편파 보도 및 왜곡 보도로 인해 그 순수성과 진정성이 변질될 수 있으니 전파력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