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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교육과학기술

교원평가, 이대로 좋은가? / 신유아

by 부산중구마중물 2012. 12. 27.

교원평가, 이대로 좋은가? / 신유아

등록 : 2012.12.26 19:28 수정 : 2012.12.26 19:28

일러스트레이션 김선웅

최근에 교원평가가 끝나고 나서 결과를 확인한 13년차 중등 교사다. 평가 결과를 확인하려고 클릭 버튼을 누를 때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이번에는 경기도에서 동료 평가를 제외하고 학생과 학부모 평가로만 5점 만점에 2.5점 이하인 교사들을 ‘연수 대상’으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동료 평가는 점수가 일반적으로 너무 후해서, 2.5점 이하의 교사가 너무 적게 나온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다행히 2.5점은 넘긴 것을 확인하고 안도했지만, 50살 넘은 선생님들이 “나는 아직도 무서워서 결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씀하는 것을 들으면서 한숨이 절로 나온다.

 

수업을 직접 들어본 적도 없는 학부모들이 수업과 근무 상황 전반을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회의적이었다. ‘과연 교원평가를 이렇게 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어쩌다 수업 공개를 하는 날 한두 번 수업을 지켜봤다 해도 그 수업만 보고 평상시 수업 활동 전반을 평가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일일까 싶다.

 

학부모는 대개 자녀의 말을 듣고 교사를 평가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전반적으로 일치할 확률이 높은 것은 자명하다. 결국 이는 학생들이 이중으로 평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에게 평가권을 굳이 부여한 것은, 선거 때 표를 많이 얻기 위해 교사에 대한 평가권을 학부모에게도 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가 의구심마저 든다. 하지만 생업에 바쁜 대다수 학부모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교사들을 항목별로 평가를 하는 것에 썩 내켜 하지 않는다. 평가 때마다 담임교사들은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하느라 학생들에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야기를 하고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한다.

 

평가를 받는 교사들 입장에서 교원평가란 그야말로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고등학교보다 중학교 교사들이 더욱 그렇다. 중학생들은 아직 철이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감정적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교사는 1년 내내 “교원평가 때 두고 보자”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수업도 안 듣고 수업 방해 행위를 하는 학생들에게 말로 하는 지도조차 소신껏 하기 어렵다. 학생들은 교사가 준 수행평가 점수나 시험문제 정답에 대해 자유롭게 이의제기를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이 준 평가에 대해 전혀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1년 내내 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대부분 그 시간에 무단으로 빠지거나 떠들거나 잠을 자고, 깨어 있는 시간에는 게임이나 하면서 지낸 아이들에게 수업 평가를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지도 의문이다. 수업 시간에 늘 수업을 방해하고, 교실을 아무 때나 들락거리고, 학내에서 교사에게 마구 욕설을 퍼부으며 차마 할 수 없는 언행을 한 학생들이, 교사 평가 중 서술형 항목에 “더럽게 못 가르침”, “당신이나 똑바로 잘해” 등등의 글을 써 놓은 것을 읽고 있을 때면, 좌절감은 물론 참담한 심정이 든다. 적어도 상당 시간 수업에 빠지거나, 과제 제출을 하나도 하지 않았거나, 수업을 거의 듣지 않은 학생에 대해서는 그 학생의 평가를 거부할 권리도 함께 주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얼마 전 시험을 앞두고 시험 범위를 정리해 주면서, “이거 시험에 꼭 나오니까 잘 봐두고 외워두라”고 하자 “진작 그렇게 했으면 교원평가 잘 줬을 텐데” “똑같이 안 나오면 신고할게요”라는 말들을 들었다. 나는 웃으면서 “그래, 진작 잘할 걸 그랬다”고 대답했다. 지금의 교원평가 제도가 진정 교육을 위한 것인지, 대중적 인기를 얻기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신유아 경기 시화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