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

“한·미정상회담서 다자대화 틀을... 북에 선행적 신뢰조처 필요”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5. 1.

등록 : 2013.04.28 20:00 수정 : 2013.04.28 22:26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왼쪽)과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2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한반도 안보위기 등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2년 12월12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해 2월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악화 일로를 걸어온 한반도 위기가 개성공단마저 집어삼킬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4월12~15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한·중·일 방문은 대북 대화의 문을 열지 못했다. 개성공단을 둘러싼 한국 정부의 두 차례 대화 시도도 결국 실패했다. 이제 5월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는 길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개성공단 남쪽 잔류 인원이 귀환을 시작한 27일 오전 한겨레신문사에서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 문제를 두고 2시간 동안 대담을 나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한-미 정상회담이 무엇을 다뤄야 하는지, 남-북과 북-미 가운데 무엇이 우선인지를 두고 두 사람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석과 해법을 제시했다.

■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

 

 

사회
한 개성공단 기업인으로부터 10살짜리 아이의 임종을 지켜보는 심정이라는 얘기를 듣고 남북관계의 현실을 체감하게 됐는데 결국 박근혜 정부의 첫 대화 시도는 벽에 부닥치고 상황은 더욱 나빠진거 아닌가

 

대화는 사전 교감후 제의하는 것이 좋다. 북한은 자신들의 행동은 되돌아 보지 않고 유엔 제재에다 한미 합동 군사연습이 더욱 강화된 것을 빌미로 해서 내부적으로도 대화를 거부하고 잇을 것이다. 게다가 실제 여부와 관계없이 북이 핵보유 주장을 배경으로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강경하게 밀어붙이고 있음도 염두에 둬야 한다. 북의 판단은 미국을 끌어내면 한국과 일본도 그냥 따라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을 끌어내는데 남북대화를 활용하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중순 존 케리 국무장관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만나 한 얘기를 보면 북미 양자 대화를 포함해 매우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의지가 실려 있었고, 미.중이 서로 취할 행동에 대해 상당한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워싱턴에 돌아가서는 미국내 여론에 밀려 대화의 전제조건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북은 박근혜 정부가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 크게 바뀐 게 없고, 앞으로도 바뀌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런 전반적 추이를 관찰하면서 현 상태에서는 남북대화에 나올 판단이 서지 않을 수 있다. 흔히 마주보고 질주하는 기차로 한반도 위험을 비유하는데 우리가 대화를 제의했지만 기차는 자동차와 달리 관성의 힘이 크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기차의 속도는 줄일 수 있겠지만 바로 멈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위기는 과거와 달리 특이한 복합구조를 갖고 있다. 위기고조의 수위도 그렇고 3차 핵실험과 안보리 제재의 악순환 이외에도 남쪽내 미 전술핵 재배치 요구와 독자적 핵보유 등의 강경론에 미국은 경각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한미 합동연습에 최신예 전략 무기를 동원해 무력시위를 하고 북도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남쪽 내부에서는 위협을 체감하지 못했으나 해외 언론이 종군기자들을 보내면서 전세계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북은 긴장고조에는 성공했지만 이런 상황을 계속 끌고 가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보다는 이를 계기로 큰 카드를 던지고 담판하자는 것일텐데 케리 국무장관이 한중일 순방에서 내놓은 9.19공동성명의 합의 이행은 의미가 있었지만 워싱턴에 돌아가서는 후퇴하는 발언을 했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여전히 북은 식탁위에서 수저를 내 던지는 행태를 보여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화를 얘기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고 전임 정부와 크게 다르다고 보긴 어렵다. 간접 대화가 아닌 직접 대화가 필요한데 뉴욕 채널등을 가동하겠다는 증후가 없고, 남쪽도 이번 대화제의를 보면 물밑 접촉이 없었다는 걸 보여준다. 북한은 특이하다. 특이하게 다뤄야 하는데 특이한 국가를 정상적인 국가와 같은 방식으로 다루려고 해서는 안된다. 북의 입장에선 대화에 나왔다가 다시 아무 것도 못 얻는다면 지난 20년 협상과 다를 바 뭐가 있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핵무기를 가진 9번째 국가에 걸맞는 댓가를 요구할 것이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남·북 위주로 돼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미·중 포함 범주 넓혀야

박대통령, 보수세력 설득해
남 행동주도로 북 의무이행케

 

■ 북한이 원하는 것은?

 

사회
북은 스스로 전쟁이냐 담판이냐를 내걸었음에도 미중의 대화제의를 비난하고 남북대화에 응하지 않고 개성공단을 폐쇄 위기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그렇다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뭔가?

 

문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핵무기는 최후의 보장장치로 일종의 보험(헤징)인데, 그걸 제일 먼저 내세울 수는 없다. 핵물질이나 시설 등은 몰라도 비핵화가 핵의 완전 포기라면 핵군축을 통해서 체제 안보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한 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를 거부하면서 관계개선을 요구하는 건 기만(치팅)으로 본다. 전향적이라고 할 수 있는 케리 국무장관 마저도 그것이 전제되지 않고는 풀 수가 없는 문제다. 어찌보면 동전의 양면인데 그 간격을 좁히고 역지사지의 신뢰가 없으면 더 나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핵과 관계정상화를 놓고 보면 순차냐 동시행동이냐  인데 문제의 성격에 비추어 정확한 동시행동이 될 수가 없다. 시각을 둘로 나눠서 보자. 하나는 북이 어떤 상황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단 바닥까지 협상을 해보자는 것이다. 나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협상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에게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카드인 핵을 선불로 내놓으라는 것은 첨부터 출발하기 어려운 협상마차를 같이 몰자는 것과 같다. 반면에 미국으로서는 핵을 갖고 위협하는 정권에게 관계정상화를 하겠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북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미국으로서는 적대시 정책해소, 즉, 북미 관계 개선은 당연히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다. 반면, 한국은 핵문제 진전없이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은 불가능한 사정이다. 이렇게 3개의 입장이 서로 맞물려 순환논리의 모순에 빠져 있다. 이를 단절시키려면 어느 한 고리를 끊어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미국이 북과의 관계 개선 나서야 하는데 그걸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우선 한국내에서 강한 여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 것인가 이다.

 

순환논리의 모순 구조는 동의하지만 좀 생각이 다르다. 북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 아닌가로 보지 말고 북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론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비관적 강경론자들은 결국 제재를 통해 스스로 붕괴하길 기다리거나 전쟁 밖에 없다. 북이 핵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이 강압적 외교든 뭐든 협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워싱턴이 먼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긴 어렵다. 미국내에선 북을 희화화하고 악마화해 적대적으로 보는 경직된 시각이 집단 심리로 고착화돼 있다. 북을 이해하는 지역전문가들은 변방으로 내몰리고, 외교적으로는 이란 시리아 등 중동지역이 우선이고 국내정치적으로 봐도 우선순위에 올라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나설 수 없기에 한국이 총대를 메야 한다는 것이다. 북이 핵무장을 공고히 하거나 전쟁이 났을 때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와 북핵 해결을 병행해서 추진하겠다는 원칙 아래 남북관계 개선에 먼저 나서고 그걸 지렛대로 미국과 북한을 움직여야 한다. 오바마 1기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는 이명박 정부에게 아웃소싱한 것이었는데 미국도 북한 문제를 푸는데 중국에 주도권을 주는 걸 원치는 않을 것이다. 한국이 해주길 원한다. 긴장국면의 모든 열쇠는 북미가 쥐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풀어나가는 해결사가 돼야 하고 그러려면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한·미 먼저 신뢰징표 줘야
남이 금강산 관광 풀고
북이 개성공단 열게 하면
남북정상회담도 가능

역대정부 좋은 정책은 수용을

 

원칙적으로 한국이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데 동의한다. 잘되도 최대 수혜자는 한국이고 못되도 한국이 최대 피해자다. 국내적으로도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한다면 야권은 물론이고 다른 반대세력들로 부터도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푸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우선 보수세력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만 아니라, 미국의 대북,대주 외교와 북중관계 활용등 입체적 외교에서의 주도력을 병행해야 한다. 동맹국인 한국이 요청을 배경으로 미국의 대북관계 개선이라는 카드를 중국에게도 나눠줘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압적인 설득을 전개하므로서, 중국도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담케 해야할 것이다. 이런 요소가 담길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전망이 밝아질 것이다.

 

사회
강조점이 다를 수 있지만 굳이 선후관계를 따지지 않는다면 2000년 윌리엄 페리(대북 정책조정관)-임동원 (국정원장)의 한반도 프로세스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공동커뮤니케라는 합의를 만들어냈던 것 아닌가?

 

제2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요구되는 데 어떤 경로를 택할 것인가라고 한다면 나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국내적 지지기반이 존재한다고 본다. 미국과는 달리 박 대통령은 단임제 대통령이기에 다음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밀고 나갈 수가 있다. 박 대통령이 어떤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있고,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보수 세력은 박대통령을 지지하고 있고 반대세력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극단적 보수강경 빼고는 반대할 사람이 없다. 주저하고 너무 계산하면 안된다. 그래야 5년 뒤 남북관계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고 한미관계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잃을 게 없다. 전쟁으로 가면 모든 걸 잃게 된다. 위기국면을 극복하고 평화와 안정으로 간다면 국민도 모두 지지할 것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라는 기본 발상은 맞다. 다만 성공을 위해선 몇가지 측면의 발전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개념적으로 보면, 트러스트는 일방이 주관적으로 믿음을 주는 것이고 컨피던스는 쌍방이 객관적으로 확립된 이익에 따라 믿음을 쌓아 가는 것이다. 쌍방향적인 신뢰를 염두에 둬야 한다. 또 하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남북 위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남북관계만이 아니라 미,중 특히 대미 관계에서 중요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북미, 북중, 미중등의 함수관계를 신뢰프로세스에 통합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에 잇어 금강산과 개성을 한 묶음으로 푸는 등 과감한 행동이 있어야 신뢰 구축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신뢰프로세스의 개념 확대, 알맹이 구체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강자의 입장에서 행동을 주도하고 북의 이행을 구속할 수 있을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이번 개성공단 대화 제의는 과감하지는 못했지만 보수 정부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남이 먼저 신뢰를 만들어가려고 했던거 아닌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73년 유럽의 헬싱키프로세스를 모델로 삼은 것인데 당시 미국과 소련은 신뢰구축조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인 60년대말부터 4년 동안의 물밑대화가 있었다. 그리고 나서도 2년에 걸친 협상 끝에 합의가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전부터 위기 상황에 직면했고 그건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유산 때문이라 하더라도, 물밑접촉을 통해 북과 사전조율을 하려는 과정을 밟지 않았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신뢰 구축을 위한 신뢰구축 프로세스가 필요한데 그게 없었던 것 같다. 유럽은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조건 없는 만남과 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큰 구도를 새롭게 설계하고 구체적 내용을 채워가는 입체적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북의 대화거부에 맞대응하다 보면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북은 최소한 외견상으로 군사적 대결에서 밀리면 통치가 안되는 정권이다. 단호한 신뢰프로세스라는 모양 보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이다. 한반도 정세와 정책을 논할 때, 기후와 날씨를 구분해야 한다. 날씨는 내일 모레 흐리다 비온다 맑다고 하면서 수시로 바뀐다. 그런데 동북아 전체의 연중 기후를 보면 일정한 패턴으로 변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지정학적 환경으로 형성돼 온 것이다. 외교정책이 그 때 그 때의 날씨 변화에 따라 다니면 안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농사꾼 처럼, 동북아의 정치 기후에 잘 적응해서 그에 맞춰 필요한 작물을 재배하는 전략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2011년 1월 워싱턴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예전 냉전시대의 미소 정상회담 때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양자 문제와 세계문제를 다루었다. 거길 보면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이 다섯 번이나 언급된다. 흔히 그런 문건을 작성할 때는 같은 말을 될 수 있으면 되풀이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안쓸 수 없었기에 그렇게 된 거다. 양국의 공통의 이익과 미래로 나아갈 길이 거기에 있다는 것인데 그건 날씨가 아니라 기후다. 9.19 공동성명은 남.북.미.중이 앞으로 먼 장래에까지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집약한 것이다. 비가 오면 난리나고 햇볕나면 좋아하는 식으로 정책을 만들지 않는 자세를 견지하기를 기대한다.

 

■ 한-미 정상회담의 과제

 

사회
이제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라고 한다면 5월 7일의 한미정상회담이 앞으로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볼 수 있을텐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세군데 방점을 둘 수가 있다. 첫째는 동맹에 방점을 두는 것인데 대북제재와 군사적 억지,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핵우산으로서의 확장억지확인 등 한미동맹 강화와 미사일 방어 등 한미일 3국 공조 체제 등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박대통령이 얼마 전 언론인들을 초치한 자리에서 밝힌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아시안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미국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비전통 안보분야에서의 신뢰구축을 하는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서울프로세스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동맹이나 현재의 위기 국면보다는 새로운 안보협력구상에 방점을 두는 것이 되겠다. 세 번째는 현안인 한반도 안보위기를 정공법으로 다루는 것이다. 이 경우 자연히 북핵과 북미관계 개선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획기적 대안, 6자회담 활성화 방안, 그리고 9.19공동성명, 10.4 정상선언에서 합의한 종전선언을 통해서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체제로 만들어가는 4자대화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전에 양국간 외교채널을 통해서 조율을 하지만 두 정상이 1시간여의 시간에 모든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는 어렵다.

 

첫 번째 동맹에 방점을 찍게 되면 중국과 북한이 등을 돌릴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 5년의 안보불안이 재현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위한 서울 프로세스를 미국에서 제안한다는 것은 맥락이 맞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물타기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국내외에서 불러 일으킬 소지가 크다. 이런 구상은 미국이 아니라 서울에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 상대로 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해 보인다. 그렇다면 선택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의제를 부각시킬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어떻게 남북, 북미 양자관계, 4자 및 6자 협상구조에 공헌 할 수 있는가를 짧은 시간내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각인 시켜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가가 5월 이후 한반도 정세 그리고 남은 임기 5년의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미국이 큰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다. 사실 6자회담에서 이미 합의돼 있고 세 차례 실무 회의도 개최되었다. 한반도 비핵화가 이란 핵문제도 그렇고 미국이 목표로 내건 핵무기 없는 세계 구현이라는 관점에서도 핵심 주제다.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는 중점을 두고 있고 박 대통령의 다음 갈 곳이 중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미국 방문으 내용을 채워야 할 것이다. 미국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또 하나는 미국의 고위선에서 한국과 다룰 여러 무제를 두고 사전에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가 없다. 공동성명이든 언론발표문이든 서로 합의하는 문건이 나올텐데 구색맞추기 위해서 모든 걸 다 담으려 하면 초점을 잃을 우려가 있다. 워싱턴은 물론 중국의 입에도 맞고 북한도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핵심을 뽑아서 공동문서에 담아야 한다. 결국은 한반도 평화체제든 남북관계 든 결국 핵 때문에 안되는 것이다. 주변을 맴돌지 말고 한반도 문제의 핵심인 핵 문제에 돌직구를 던져야 한다. 관성에 따라 흘러갈 것인지,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돌파구를 만들어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사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핵 문제가 핵심이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가운데 어디에 중점을 둬야할 것인지에 대해선 견해차가 있는듯 한데

 

이론적으로는 미국이 외교적 수단으로 미북관계를 뚫을 수는 있겠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미국이 중국을 통해 북한을 설득, 압박하려면 중국이 얘기하는 걸 들어야 한다. 중국은 자신들이 북한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으려면, 미국도 북한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중국을 같은 배에 태우면, 미국내 여론 조성에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중도 협력해야 한다. 남북관계에 방점을 두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당위가 아닌 현실의 관점에서도 미국에게 동맹의 입장에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북미관계에 방점을 두는 건 워싱턴의 분위기에서 어렵다. 북한 입장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요즘 미국에서 알카에다를 지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대접을 받는다. 사정이 그렇다면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이를 통해 북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한반도에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아닌가 한다. 그래야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선순환의 마중물을 남북관계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지도부는 박근혜 지도부에 대해서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워싱턴 가서 어떤 얘기를 할지 목매어 기다리고 있다고 까지 말한다. 중국을 우리와 같이 가도록 하기 위해서도 그런 접근이 필요하다.

 

한반도 프로세스 가운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오바마가 구체적으로 뭘 얘기할 수 있을 것인가? 남북관계를 통해서 풀어가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북이 미국과의 관계에 매달리고 있으니 미국을 통해서 북이 나오도록 하는 게, 남북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로 접근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국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움직이니까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에 구체적인 걸 얘기하자고 하고 그에 맞춰 중국도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 주는 외교적 접근이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북핵 문제는 핵보유국을 선언한 북이 바로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미국이 핵 문제 진전 없이 북에 손을 내밀 수도 없다. 남북이 움직여야 한다. 남북관계가 좋으면 미중이 다툴 일도 많지 않다.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그걸 바탕으로 이른바 선행적 신뢰조처(프로액티브 바게이닝)로 남북관계를 풀어 가야 한다. 여유 있고 힘있는 자가 먼저 구체적인 신뢰의 징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개성공단 사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북이 문을 닫았는데 개성은 북이 손해보고 남이 이익을 보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금강산은 자기들은 이익을 보는데 남쪽이 막아서 못한다는 것인데 정상회담 뒤 물밑 접촉을 통해서 개성과 금강산을 연계해 개성은 북쪽이 풀고 금강산은 이미 북이 밝힌바 있는 신변안전보장, 재발방지를 재확인해서 두가지를 한 묶음으로 해서 서로 연다면, 북의 표현을 빌리면 사변적 사건이 될 수 있다. 결국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한데 선행적 신뢰조처에 대한 국내 보수세력들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도자라는 것이 뭔가. 그걸 돌파해 나가는 것이 지도자가 아닌가. 이것이 가능하다면 올 하반기에 남북 정상회담도 내다볼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태도도 바뀔 것이고 5.24조처나 유엔의 대북 제재 문제도 큰 틀에서 선별적으로 해제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사회
쉽게 답이 나올 논쟁은 아닌듯 한데 마무리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게 있다면

 

무엇 보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한미정상이 북핵문제와 북미 관계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 메시지를 병풍처럼 뒤에 펼쳐 두고 남북관계도 풀고 한.중 조율도 해야 한다. 한 가지 보태자면, 박 대통령이 원칙있고 단호한 정책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개성공단 기업들의 피해는 확실하게 보상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남북간의 대결에 의해 개성공단 기업들이 희생되는 가운데 단호한 정책을 펼 수는 없다. 최소한 북한이 우리 기업의 어려움을 볼모로 삼지는 못하게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엄중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의 역할은 중차대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박근혜 정부 5년은 물론이고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외교적 타성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또 상상력을 발휘한 정책을 펴야겠지만,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의 정책 가운데 좋은 것은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쉽은 위기국면에서 나온다. 여론에 좌우되지 않고 지지세력인 보수층을 포함하여 여론을 이끌어가는 지도력이 요구된다.

 

진행·정리 강태호기자 kankan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