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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17개 은행별 대출금리 비교, 가장 싼 곳은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3. 21.
[중앙일보] 입력 2013.03.21 00:15 / 수정 2013.03.21 05:57

은행연합회, 17개 은행별 대출금리 첫 비교 공시
SC 11.1%, 산업 4.74% … 가계 대출금리 천차만별

 

시중은행 두 곳에서 마이너스통장을 쓰고 있는 김모(38)씨. 지난달 오랜만에 통장정리를 하다가 두 은행의 대출금리가 너무 다른 데 놀랐다. 김씨는 2009년 두 은행에서 연 5%대의 비슷한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금리는 A은행이 연 6%대, B은행은 연 8%대로 큰 차이가 났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가산금리 체계가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김씨는 “그간 연체도 없었고, 추가 대출을 받지도 않았는데 은행마다 금리차가 나니 황당하다”고 답답해했다.

 김씨처럼 은행의 ‘깜깜이’ 가산금리 때문에 뒤통수를 맞는 대출자들이 줄어들 전망이다. 20일 은행연합회가 홈페이지(www.kfb.or.kr)를 통해 가계·중소기업의 신용등급별 대출 가산금리를 공시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어느 은행의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지 쉽게 비교할 수 있어 이자가 싼 은행으로 갈아타려는 대출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르면 개인 일반신용대출 가산금리의 경우(신용등급 7~10등급) 적게는 4.38%포인트에서 많게는 11.26%포인트까지 편차가 컸다.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어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느냐에 따라 최대 6%포인트 이상 금리차이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은행별로는 스탠다드차타드(SC·11.1%)·씨티(7.82%) 등 외국계 은행과 광주(7.28%)·전북(7.09%) 등 지방은행이 높았다. 가산금리는 스탠다드차타드가 최고 11.26%포인트를 부과하는 등 평균 가산금리가 8.26%포인트나 됐다. 이어 씨티(4.76%포인트)·대구(3.89%포인트) 등이 가산금리가 많았다. 전체 은행의 가산금리 평균은 3.51%포인트였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각종 손실에 대비하는 프리미엄과 목표이익률 등을 감안해 결정하는데,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이자로 챙기는 수익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과 담보가치가 낮을수록 가산금리가 높아진다. 이에 대해 스탠다드차타드 측은 “다른 금융회사에서 대출이 거부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이 큰 탓에 평균 가산금리가 높게 나온 것”이라며 “연 20%가 넘는 제2금융권의 대출을 연 10%대 금리의 대출로 전환해준 경우도 많다”고 해명했다. 개인 대출 가운데 분할·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은 평균대출 금리가 3~5%대로 은행별 편차가 크지 않았다.

 중소기업 대출의 가산금리는 전날 부당하게 가산금리를 높여 추가 이자를 챙긴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외환은행이 가장 높았다. 물적·보증서담보대출의 가산금리는 각각 2.95%포인트, 2.68%포인트였다. 이에 따라 적용되는 대출금리도 각각 5.7%·5.43%로 높은 수준이었다. 은행권의 물적·보증서담보대출은 평균금리가 연 4~5%대다.

이처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공개하게 된 것은 지난해 불거진 ‘가산금리 폭리’ 의혹 때문이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대출 가산금리를 임의로 인상해 2008년 10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3년간 무려 20조4000억원의 추가 이익을 거둬들였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렸지만,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신설 혹은 인상하는 방법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비교공시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어느 정도 경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산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게 공시된 은행들은 대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고객 입장에선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서도 금리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은행권의 편법 가산 금리와 관련해 집단 소송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외환은행에서 확인된 가산금리 부당이득 사건을 다른 은행까지 확대해 조사해야 한다”며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법적 절차를 통해 반환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해용·이태경 기자

가산금리
은행에서 대출금리를 결정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를 말한다. 대출자의 신용도·담보가치는 물론 은행의 목표 이익률, 부대비용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은행별 가산금리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연합회는 매달 20일 이를 공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