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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영도구/동구

이야기 공작소 <3-6> 부산 동구 스토리텔링- 전문가 TF팀 방담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22.

"삶의 향기 짙게 밴 골목길 투어, 관광객에 독특한 감흥 선사할 것"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3-01-21 19:50:54
  • / 본지 25면
   
■방담 일시·장소= 1월 14일, 부산 거제동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회의실

■방담 참석자= ▷강영환(시인) ▷김하기(소설가) ▷안진모(동구 수정2동장) ▷성현희(동구청 건축과) ▷손미혜(동구청 문화체육과)

■사회= 박창희(국제신문 선임기자,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기록·정리= 이정은(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간사)

 

 

 

# 강영환

- "산복도로 빈집들 찾아 작가들 집필공간 활용을"

# 김하기

- "부산 지명 발상지 선점, 감성적 네이밍 신경쓰길"

# 안진모

- "산지 지형 적극 이용해 웰빙산책로로 연결하자"

# 성현희

- "부산 근대사 녹아있는 곳,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내야"

# 손미혜

- "168계단 원형 보존하고 옆 공터에 쉴 공간 마련"

# 이정은

- "걷는 이들 지루하지 않도록 곳곳에 벽화·조형물 설치를"

"증산공원을 가마뫼공원으로 바꾸고 가마솥 조형물을 걸자."

"산복도로의 김민부 카페는 '기다리는 마음 카페'가 더 와닿는다."

"산복도로 이야기를 담은 골목길 투어를 만들면 대박이 터질 것이다."

스토리 보물창고를 열자, 부산 동구의 숨은 이야기들이 굴비 두릅처럼 엮여 나왔다. 이를 누가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관건으로 부각됐다. 동구 스토리텔링 작업을 1차 마무리하면서 'TF팀 방담' 자리를 마련했다.


-(사회) 부산 동구는 부산의 근대가 압축돼 있는 곳이다. 동구의 핵심 스토리텔링 자원이 뭐라고 보시나.

▶김하기= 동구의 자부심, 부산의 정체성을 내세울만한 아이템으로 증산(甑山)공원이 있다. 부산(釜山)의 뜻은 '가마솥 산', '가마뫼'이고, 그 이름의 발상지는 지금의 동구 범일동 증산공원 자리다. 봉우리가 가마솥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그런데 임진왜란 때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가 부산진성을 점령한 뒤 그곳을 마음대로 증산으로 바꾸어 버렸고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왜장에 의해 명명된 증산을 부산공원 혹은 가마뫼 공원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주목되는 견해다. 그에 앞서, 증산과 가마뫼에 대한 고증이 필요할 것 같다.

▶강영환= 이전에도 증산의 뿌리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증(甑)은 떡이나 쌀 따위를 찌는 데 쓰는 시루를 뜻한다. 한국인들이 떡을 쪄내는 풍습을 보면 가마보다 시루가 더 친근했을 수도 있다. 유래에 대한 고증이 필요하다.

▶손미혜= 동구문화원에서 편찬한 '부산 동구의 뿌리와 자연마을'이라는 책을 보면 증산이 시루떡을 쌓아놓은 모습과 같았다고 한다. 따라서 증산에서 부산이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지역향토사학자들 간에도 논의가 분분한 것으로 안다.

▶안진모= 증산과 부산의 관계 고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구체적으로 논의가 된 적은 없다. 부산의 발상지를 다시 되찾자는 의미에서 토론회를 개최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하기= 다소 논란이 있지만 부산이란 지명의 발상지가 동구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고증을 거쳐 이를 사업과 이벤트로 확장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스토리텔링은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가마뫼 공원이라 이름 하여, 그곳에 부산의 상징인 가마솥을 걸어놓고 6·25와 동지, 새해와 설날에 밥을 짓고, 팥죽과 떡국을 끓여 이웃과 나누는 가마솥 축제를 벌여도 좋을 것 같다. 뜻이 모아지면 예산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

-이밖에도 동구에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동구의 킬러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성현희= 동구는 지명의 발상지뿐 아니라 근대사가 녹아있는 장소이다. 특정한 장소나 이야기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남선창고, 텍사스촌, 월남파병지(3부두)와 같이 곳곳에 산재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꿰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동구의 초량 이바구길도 그러한 취지로 만들고 있다.

▶안진모= 독도를 지킨 안용복 장군이 범일동 매축지 일대에서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범일동 매축지 일대를 안용복 기념공원으로 조성하여 산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강영환= 수영구에서 안용복 장군에 대한 기념사업을 펼치고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 지자체들이 인물을 놓고 싸우기보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콘텐츠를 키워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손미혜= 부산에 있는 왜성에도 이야기를 입혔으면 한다. 시민들은 증산공원이나 자성대공원을 단순한 공원으로만 알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많은 이야깃거리가 감춰져 있다. 도심에 있는 왜성을 스토리텔링 하면 일본인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강영환= 좋은 지적이다. 왜군들이 증산공원에 왜성을 쌓은 것은 부산 전체를 조망하기에 좋고 전망이 그만큼 빼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이야기 전망대'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그곳의 왜성도 우리나라 성 위에 축조했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성의 일부라도 복원하여 한·일 성곽의 변화를 비교하게 하면 그것도 자원이 된다.

▶김하기= 울산의 학성공원의 경우 허물어진 왜성을 복원하여 스토리텔링화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10m 간격으로 이야기 설명판이 붙어 있다. 증산공원도 우리 이름 찾기와 병행하여 이런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동구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거점이다. 산복도로를 어떻게 하면 팔아먹을 수 있을까.

▶강영환= 경남 하동군의 경우 다양한 작가군을 초청하여 하동을 소재로 한 작품을 제작하도록 독려하고 시상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동구도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작품을 구상하고 발표하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산복도로 공가를 찾아 작가들의 집필공간으로 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가들이 머무르면 작품이 나온다.

▶김하기= 산복도로의 주택을 창조적으로 개조한 유붕정(遊朋亭) 같은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 무엇보다 네이밍, 즉 이름붙이기가 중요하다. 동구에서 지금 '김민부 카페' 또는 전망대를 만들려고 하는 모양인데, 그곳은 '기다리는 마음'이란 이름이 제격이 아닐까 한다. 시적이고 감성적인 네이밍이 필요한 시점이다. 잘 지은 이름 하나가 사람들을 불러모을 것이다.

▶손미혜= 좋은 생각인 것 같다.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하니 전망대에서 누군가가 기다리는 것도 같다.

▶이정은= 이 자리에 나오신 강영환 시인도 산복도로의 소중한 아이템이 아닐까 싶다. 47년 동안 한곳에 살면서 그만큼 절절하게 산복도로를 노래한 시인이 어디 있느냐.

▶강영환= 내가 사는 집을 '북카페'로 만드는 게 꿈이다. 집이 약간 좁아서 탈이지만 자료는 많이 있다.

-하루빨리 '강영환 북카페'가 열리기를 바란다. 이런 게 살아있는 콘텐츠가 아닐까.

▶이정은= 동구에서 중구로 넘어가는 산복도로 풍경은 매우 아름답다.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반한다. 일전에 나인주 조각가의 '길'이라는 전시회에서 나무조각에 산복도로의 풍경을 그려놓은 미술품을 보았다. 작가들을 초청해 주민들에게 미술품 제작 방법을 가르치고 이를 특산품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성현희= 올해부터 미니 시티투어 버스사업이 시작된다. 종착역이 안창마을이 될 것 같다. 이야기를 발굴하고 특산품을 만들어 판다면 분명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의견과 제안들이 나왔다. 이번 스토리텔링 사업의 후속 작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

▶손미혜= 동구의 자산은 골목이다. 반듯한 길이 아니라 집과 집 사이 사람이 걸어다니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골목이다. 외지인들이 걸어보면 독특한 감흥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산복도로 168계단의 모노레일 설치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계단의 원형을 보존하고 그 옆의 공터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삶의 향기를 맡으면서 여행의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안진모= 동구 전체를 아우르는 걷는 길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구상은 해놓은 상태다. 동구가 산지이기 때문에 산의 정상에서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 코스는 증산공원에서 자성대~영가대~일신기독병원 뒤쪽을 연결하여 웰빙산책로를 거치게 하면 좋을 것이다. 당연히 이야기가 곁들여져야 한다.

▶김하기= 동구 전체를 조망하며 '기다리는 마음'과 같은 카페에서 음악을 듣는 풍경을 상상해보자. 이 곳의 길 이름을 '가마뫼 길'이라 붙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길 곳곳에 콘텐츠를 심어 이야깃거리를 만들면 부산역에 내리는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들지 않겠는가.

▶이정은= 동구의 매력은 역시 까꼬막 길에 있다. 관광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해서는 168계단이나 김민부 전망대가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걷는 사람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곳곳에 벽화나 조형물, 하다 못해 스탬프라도 찍을 수 있게끔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미혜= 초량 이바구 길은 현재 주변 경관을 정리 중에 있다. 이 코스를 중심으로 동구 전체를 꿰는 이야기 보석길을 엮어야 할 것 같다.

▶강영환= 산복도로를 살리는 길이 길에 있다. 상복, 중복, 하복에 각각 횡축을 만들고, 이것들이 종으로도 이어지는 동구의 명품 갈맷길이 개발됐으면 한다.

-좋은 의견 잘 들었다. 동구 스토리텔링 후속 작업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 공동기획: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부산 동구,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