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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왜냐면] 선풍기 괴담과 국민연금 / 이경우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2.

등록 : 2013.02.11 19:25 수정 : 2013.02.11 19:25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기초연금 대선 공약과 관련해 인수위원회의 잠정안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적연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틈타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무책임한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인수위가 제시한 국민연금 수령자에 대한 ‘기초연금 차등지급 잠정안’에 대해 많은 어르신들께서 대선공약 불이행과 상대적 역차별이라며 심기가 불편하시다. 젊은 세대 역시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으로도 2028년에는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더 수령할 수 있기에 인수위의 기초연금 안을 후퇴된 것으로 본다.

 

2007년도 국민연금법 개정 때, 40년 가입 기준 국민연금 지급률을 60%에서 40%로, 3분의 1씩이나 삭감하며 보완재로 도입된 것이 기초노령연금이다. 인수위는 소득하위 70% 가운데 국민연금 미가입자에게는 기존 기초노령연금액에 월 약 10만원 더 지급하고, 국민연금 수령자에게는 약 3만~5만원만 더 지급하여 상대적으로 정부 정책에 순응한 국민연금 수령자를 역차별함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곧 국민연금 가입유인을 저하시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 빈곤율 1위를 기록하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외국인들의 관점에서, 상식을 뒤집는 한국 관련 이야기 중 하나가 ‘선풍기 괴담’(Fan death)이다. “한국에서 선풍기를 쐬며 수면을 취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괴담이 있다. “사망자 대부분 부검 후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등 감춰진 질병이 발견되었다”는 국내 법의학자의 인터뷰 내용을 보더라도 선풍기는 단지 옆에서 바람을 일으켰을 뿐인데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 만 것이다.

 

우리 사회엔 선풍기 괴담처럼 사실이 아닌데도 진실로 정의된 몇 가지 괴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국민연금 고갈로 인한 연금수령 여부에 대한 불신이다. 민간 개인보험과 구분되는 국민연금의 몇 가지 주요한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가 시행하는 의무가입 사회보험이다. 둘째, 모든 가입자가 평균수명까지 생존했을 때 납부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한다. 셋째, 기금 고갈은 이미 예상된 결과이며 예상 연금액은 보험료 납부 당시 법률로 정해져 있다.

 

국가가 가입과 납부를 강제하므로 지급 책임 역시 국가로 전가되며 기금 고갈로 인한 연금수령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더불어 기금운용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연금수령액이 많아지지 않고, 기금수익률이 낮다고 해서 연금수령액이 적어지지도 않는다. 국민연금제도를 100년 이상 신뢰 속에 운용해온 독일이 지급준비금을 1주일치만 쌓아놓는 것만 봐도 우리 국민연금제도를 불안해서 가입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어느 나라도 국가가 존재하는 한 공적연금 지급을 중단한 사례가 없으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국민연금이 제대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정치권에 노정되어온 국민들의 불신이 연금을 통해 표출된 건 아닌가 싶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험제도는 국가 차원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고소득 계층은 민간 개인보험을 선호할 수 있겠지만 저축성 민간 개인보험의 3년 내 해약률이 50%에 가까운 현실을 고려하면 서민들의 노후가 그리 넉넉해 보이지도 않는다. 국민연금은 제도 도입 초기에 고령일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혜택이 두텁다. 국민들도 더는 정치권의 불안감 조성에 속아 국민연금의 손을 놓을 게 아니라, 오히려 힘차게 부여잡고 제도의 보장성 강화를 받아내는 것이 ‘이기는 길’임을 인식하길 당부한다.

 

 

이경우 국민연금바로세우기 국민행동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