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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여론조사(vote poll)

새누리 “박근혜 정권 창출” vs 민주당 “박, 과거대연합”

by 부산중구마중물 2012. 12. 4.

[중앙일보]2012-12-04 오전 1:22:28 입력

 

 

박·문 캠프 새로운 ‘프레임 전쟁’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캠프에선 요즘 ‘정권 재창출’이란 단어가 사실상 금기어다. 새누리당의 유세 현장이나 논평, TV 광고 등에선 ‘정권 재창출’이란 표현을 찾기 쉽지 않다. 대신 박 후보 측은 ‘박근혜 정권 창출’이란 컨셉트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이 ‘이명박근혜’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현 정부 실정 심판론에 박 후보를 엮어넣으려는 것에 대한 반격 카드다. 대선에서 ‘프레임(구도, 틀)’이 중요함은 이미 여러 선거 결과가 입증하고 있다. 일단 선거 초반 양측이 가장 대치하고 있는 지점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창출’이냐다.

 박 후보는 지난 2일 TV 연설에서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념 투쟁에 빠져 민생을 외면하거나, 성장에 집중하다가 민생에 실패하는 잘못을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민생 외면’ 정권은 노무현 정부, ‘민생 실패’ 정권은 이명박 정부를 가리키는 말임을 캠프 인사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도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을 편 가르고 그것으로 표를 얻는 구태정치는 끝내야 한다”며 문 후보 측에 ‘구태정치’라는 딱지를 붙였다.

 박 후보는 1일 창원 유세에서도 “노무현·이명박 정부 모두 민생에 실패했다. 저는 박근혜 정부를 민생정부로 만들어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3일 “박 후보는 과거 3김(金)을 연상할 정도로 단단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유권자들에게 ‘박근혜 정권 창출’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선거 전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기가 떨어진 현 정권과 여당 후보를 연결시키는 전략은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공격했던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 이 후보는 ‘김대중 정권 5년 실정 심판론’으로 노 후보를 공격했다. 노 후보 측은 “대선은 ‘김대중 대 이회창’의 대결이 아니라 ‘노무현 대 이회창’의 대결”이라고 반박했었다. 그러면서 ‘낡은 정치 청산론’을 제기해 오히려 이 후보를 구태 세력으로 몰았다. ‘새 정치 대 낡은 정치’라는 독자적 프레임으로 이 후보 측에 대한 반격을 가한 것이다. 오히려 노 후보 측의 프레임이 유권자들에게 먹히는 바람에 대선은 노 후보 측의 승리로 끝났다. 특별히 김대중 정부와 선을 긋지 않으면서도 후보 단일화 드라마와 맞물려 유권자들에게 김대중 정부와 노 후보를 구분짓는 효과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박 후보는 노 후보와 달리 이명박 정부에 대해 ‘정책적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의 한 측근은 3일 “현 정부에서 이 대통령과 박 후보가 갈등 관계였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것 아니냐”며 “굳이 차별화라고 할 것도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측근은 “정권심판론은 이미 4월 총선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게 입증됐지만 민주당이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재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달 26~27일 리얼미터 조사에선 ‘이번 대선에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된다고 보십니까’란 질문에 응답자 중 54.0%가 ‘그렇다’고 답했고 ‘상관없다’는 의견은 34.9%에 그쳤다. 하지만 박 후보의 지지율은 48.0%로 문 후보(43.3%)보다 우세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들 중에도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인사가 있었던 셈이다. 박 후보 지지자 중 박 후보가 당선되는 게 정권교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20.9%나 됐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정권교체를 바라면서도 박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꽤 있다는 것은 박 후보가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