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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한겨레 프리즘] 고척돔과 진해구장 / 김양희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6.

등록 : 2013.02.05 19:25 수정 : 2013.02.05 19:25

 
김양희 스포츠부 기자

부천에서 서울로 출근할 때마다 고척돔 야구장과 마주한다. 하얀 지붕을 씌우는 공사가 한창이다. 고척돔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은 ‘저기에서 프로야구를 하면 보러 가야지’가 아니라 ‘프로야구 하면 어디로 우회해서 지나갈까’다. 지금도 고척교 인근 교통 체증이 심한데 프로야구까지 하게 되면 더 심해질 것이다.

 

고척돔은 올해 12월 완공되는데,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서울에 연고를 둔 두산, 엘지(LG), 히어로즈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애초 야구계는 시장성, 접근성 등을 이유로 기존 잠실야구장 옆에 4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돔구장을 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동대문야구장 철거에 따른 민심을 달래고 서남권을 활성화한다는 이유로 입지조건이 좋지 않은 곳에 2만2000석 규모의 돔구장 공사를 강행했다. 공사비만 2000억원가량 드는 고척돔구장은, 프로 구단들이 입주를 거부할 경우 연간 운영비만 6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돈 먹는 하마가 된다. 지방자치단체와 프로 구단의 불통이 빚어낸 결과다.

 

프로야구 9구단 엔씨(NC)도 1군리그 데뷔도 하기 전에 통합창원시의 일방통행에 좌절하고 있다. 창원시는 구장을 사용하게 될 엔씨의 요구를 묵살한 채 신축 야구장을 인구 18만명인 옛 진해에 짓기로 지난달 말 결정했다. 창원에 51만명, 마산에 41만명이 사는데도, 선택은 중심 지역이 아닌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다.

 

옛 육군대학 부지는 야구장 위치 선정 타당성 조사에서 34곳 중 11위에 머문 곳이다. 시장성은 물론 접근성까지 떨어진다. 마산·창원에서 진해로 들어서려면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곳이 상습 정체 구간이라서 평소에도 30분 이상 소요되고 퇴근시간까지 맞물리면 1시간 넘게 걸린다. 안방 팬들조차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이 어려워 평일 관중이 2000명밖에 안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온다. 야구단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관중수입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엔씨가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다.

 

2016년 3월 완공을 목표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납부한 100억원의 예치금은 차후 문제다. 홈구장 입지 조건은 엄청난 경기장 투자 비용을 고려할 때 신중하게 따져야 하는 사안이다. 창원시는 차차 교통망을 확충하겠다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야구장 주변의 ‘절대 인구수’라는 필요충분조건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1500억원의 사업비가 드는 진해구장이 창원시의 약속대로 2016년에 지어지더라도 엔씨의 홈구장으로는 부적합할 수밖에 없다. 2015년까지 엔씨가 사용할 마산야구장의 규모는 1만4000석 정도밖에 안 된다. 창원시는 뒤늦게 ‘홈구장 2개’ 논리로 각 구장의 약점을 포장하고 나섰으나 스스로 신축 구장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게 됐다.

 

스포츠 구단은 자생력이 없으면 모그룹이 흔들릴 때 기로에 선다. 쌍방울 레이더스와 현대 유니콘스가 사라진 것도 자생력이 취약했던 탓이 크다. 프로 구단의 미래는 지속가능해야 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은 관중 수와 흥행성이다. 바로 그 흥행을 보장해주는 핵심 요소가 구장의 위치다. 미국프로야구 탬파베이 레이스만 봐도 그렇다. 1998년 창단한 막내 구단 탬파베이는 최근 몇년 동안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홈구장 접근성이 떨어져 평균 관중이 2만명을 밑돌 때가 많다. 다른 구단의 절반밖에 안 되는 입장수입에 탬파베이는 한때 연고지 이전까지 고민했으며, 결국 홈구장을 도심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자체가 눈과 귀를 막고 입을 닫으면 귀중한 세금이 낭비될 수 있다. 불통이 만들어낸 1000억원대 애물단지가 아니라 소통이 만들어낸 스포츠의 미래를 보고 싶다.

 

김양희 스포츠부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