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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영도구/중구

이야기 공작소 <4-7> 부산 중구 스토리텔링- TF팀 방담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3. 19.

도낏자루 썩을 만큼 넘치는 얘깃거리, 어떻게 엮어내느냐가 관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3-03-18 19:12:45
  • / 본지 6면
   
왼쪽부터 김하기, 최원준, 송유근, 김정화, 이정은.
# 김하기

- "인물·과거사 자료화 작업 시급
- 문화,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

# 최원준

- "용두산 '러브 인 파크'로 특화
- 광포동 문화사랑방 체험관 제안"

# 송유근

- "초량왜관만 해도 소재 무궁무진
- 축소모형 등 역사관 조성 필요"

# 김정화

- "젊은이들 공감 더 끌어내야
- 시리즈 내용 영상물로 만들자"

# 이정은

- "역사탐방 코스 개발 효과적일 듯
- 즐길거리·볼거리 더 많아졌으면"


■방담 일시 = 3월 15일

■장소 = 부산 연제구 거제동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회의실

■참석자 = ▷김하기(소설가) ▷최원준(시인) ▷송유근(중구 관광문화과장) ▷김정화(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기획부

              장) ▷이정은(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간사·기록 정리)


■사회 = 박창희(국제신문 선임기자·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부산 중구는 요즘 광포동(광복동+남포동) 르네상스 효과를 한껏 누리고 있는 자치구다. 광포동 일대를 걷다 보면 '재미가 살아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중구 관광의 핵인 용두산도 젊음의 기운이 되살아나고 있다. '부산 사람들이 더 가고 싶어 하는 곳- 재미가 살아 있는 중구!' 머잖아 중구청 외벽에 이런 슬로건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중구 스토리텔링 1차 작업을 마무리하며 '중구의 스토리 원석과 보석 캐기'를 주제로 TF팀 방담을 가졌다.

-(사회) 부산 중구 스토리텔링 연재 작업을 진행했다. 남구, 영도구, 동구에 이어 네 번째다. 중구는 사실 다뤄야 할 이야기거리가 너무 많아 '골라 먹는' 재미가 각별했다. 연재를 본 소감부터 얘기해보자.

▶최원준= 지면의 한계 때문에 연재가 짧은 것이 아쉬움이었다. 남포동 극장가의 시네마 키드, 먹자골목, 시장 등 다루지 못한 이야기 소재가 많다. 중구는 부산 근대사에 관한 한 이야기의 보고가 아니던가.

▶송유근= 초량왜관 이야기만 해도 얼마나 좋은 소재냐.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한일 간 문화교류 및 교역의 창구로서 벌어진 흥미로운 일들이 아주 많다. 용두산, 자갈치, 국제시장만 해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풀려나올 수 있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중구 스토리텔링의 원료들이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된 것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김하기= 중구에 이야기 소재가 다양한 것은 분명하다. 자료는 소재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베니스의 초량상인'을 쓸 때는 자료가 많아 집필이 힘들었을 정도였으나, '양산박'을 쓸 때는 자료가 많이 없어 애로를 겪었다. 증언을 해줄 인물이나 과거사에 대한 자료화 작업이 시급한 것 같다. 문화는 기록해 두지 않으면 사라진다.

▶김정화= 이번 연재를 통해 겪어보지 못한 부산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접할 수 있었다. 모두 흥미로웠고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거렸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지난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오늘날 소재가 많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정은= '양산박에서 문화의 108두령을 만나다'는 일종의 팩션으로 지역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잘 풀어낸 작품 같았다. '자갈치 시장의 봄'을 읽으니 자갈치의 역동적인 모습이 그대로 느껴지더라. 자갈치 시장 상인들이 들여주는 생생한 스토리,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이번에는 이들 원천 스토리를 콘텐츠화 하는 방안에 대해 얘기해보자. 잘 다듬고 가꾸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본질에 다가설 수도 있을 것 같다.

▶최원준= 중구 스토리텔링의 핵은 아무래도 용두산일 것 같다. 용두산을 '러브 인 파크' 즉, '사랑이 흐르는 공간'으로 조성했으면 한다. 이번 시리즈 중 '용두산 엘레지' 편에서 보듯이 용두산과 사랑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이를 위해 옛 미화당 백화점과 용두산 공원을 잇던 '사랑의 다리'를 복원하는 것이 관건이다. 사랑의 다리를 통과하게 하고, 옛날의 새점 치는 모습도 되살려 복합 이벤트 공간화하는 것이다. 용두산 곳곳에 사랑을 테마로 조형물을 만들어 사랑의 자물쇠를 걸거나 폴라로이드 사진이라도 찍게 하면 인기가 있을 것이다.

▶김정화= 러브 인 파크, 좋은 아이디어 인 것 같다. 다만 사랑의 열쇠를 거는 행사는 전국에도 많다. 연인의 초상화나 캐리커쳐를 그려서 나눠갖도록 하는 등의 다양한 이벤트가 필요하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결합시켜야 한다.

▶송유근= '사랑의 구름다리'의 경우 옛 미화당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서 폐쇄되었다. 중구와  부산시설공단이 현재 '사랑의 구름다리' 복원을 위한 산책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머잖아 개방될 것으로 본다. 정비작업이 끝나면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중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김하기= 용두산 공원에 '만남'이라는 주제를 심어도 좋을 것 같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대부분의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왔다. 남쪽이라면 목포와 여수도 있는데 굳이 부산에 온 이유는 영도다리 때문이다. 그 당시 영도다리는 전국에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영도다리 앞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다. 그러니까 영도다리는 만남의 원고향인 셈이다. 영도다리 근처에 공간이 없기 때문에 그곳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용두산 공원에 기념광장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최원준= 좋은 발상인 것 같다. 잘만 만들면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면서 세대 간 공감을 나누는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은= 용두산도 좋지만 자갈치 시장과 국제시장도 놓칠 수 없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자갈치에서 장사를 하는 분들의 생애 하나하나가 소중한 이야기 자원이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채록, 보관하거나 책으로 엮어 자갈치 축제 때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원준= 공감한다. 상인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산 역사이다. 하지만 이 역사를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다. 자갈치 공판장의 모습이 곧 중구의 모습 아니겠나.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하다.

-결국은 보석들을 꿰는 게 숙제다. 중구 스토리텔링의 후속 연계 사업에 대해 말해 보자.

▶최원준= 용두산 공원 진입로에 시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헌데 시비가 축대 위에 설치되어 있어 알아보기 힘들다. 잘 보이는 곳에 다시 설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용두산의 상징적 노래인 '용두산 엘레지' 노래비 하나쯤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용두산을 시와 노래가 흐르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해야 한다. 

▶이정은= 중구에 즐길거리가 많아지면 좋겠다. 스토리 원석들을 꿰는 방법으로 역사탐방 코스 개발이 좋을 것 같다. 용두산 공원, 근대역사관, 문화골목, 광복로, 자갈치를 연결하는 코스를 만들면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본다. 이렇게 하면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정화= 걷기 코스도 좋지만 이번 스토리텔링 시리즈에 소개된 내용을 영상물로 재구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록이 많지 않은 양산박과 문화골목의 남은 자료들을 모으고 보존하면서 활용할 수도 있다.

▶최원준= 현재 광포동 범주의 문화사랑방 중 남아있는 곳은 수복센터와 부산포, 동광초등학교 앞 골목의 강나루 정도이다. 대부분의 문화사랑방이 극심한 적자로 한 시대를 풍미하다 폐업의 길을 걸었다. 광포동의 문화사랑방은 부산 문화예술인들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이를 보존하기 위해 '광포동 문화사랑방 체험관(아카이브)' 설치를 제안한다. 과거 주막, 음악 다방을 복원해서 전시, 체험, 학술, 문화가 숨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당시 예술인들의 에피소드를 연극으로 만들어 선보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는 중구를 부산 문화 1번지로 재현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송유근= 공감한다. 문화사랑방 체험관과 함께 초량왜관 역사관도 필요하리라 본다. 일본의 나가사키에는 데지마라는 인공섬이 있다. 1600년경 일본이 네덜란드와 무역을 하기 위해 만든 일본 유일의 해외 무역 공간인데 나가사키 데지마 사료관을 만들어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데지마의 경우 규모가 고작 1만5000평 정도지만, 초량왜관은 규모가 10만 여평에 달한다. 그만큼 많은 이야기와 자료가 있을 것이다. 초량왜관 축소 모형이라도 만들어 가능성을 찾았으면 한다.

▶김하기=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 체험관이라면 재미 없다. 사람들이 보고 듣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체험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또 체험 프로그램은 제대로 된 자료집적화가 되었을 때 연구, 개발이 가능하다. 그래서 중구에도 동구의 '이바구 공작소'와 같은 아카이브 공간이 있어야 한다. 사라져가는 골목 이야기를 채록, 수집해 정리하고 책자화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

▶최원준= 광복로에 전차의 추억을 복원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전차는 과거 중구의 동맥이었고, 많은 얘깃거리를 달고 있다. 차없는 거리에 전차가 다니게 되면 광복로 관광 르네상스가 활짝 열릴 것이다.


※ 공동기획: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부산 중구,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