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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영도구/중구

[문태광의 BMW(Busan+Bus, Metro, Walking)] ⑦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 '이바구길'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4. 18.
한국전쟁 피란살이 삶과 恨 서린 산복도로 골목길 여행

2013-04-18 [07:56:49] | 수정시간: 2013-04-18 [16:10:15] | 32면

 

▲ 이바구공작소 앞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주는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1번 출구)에서 내려 요즘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이바구길'을 걷는다. 코스는 초량권번 터∼금수현 음악살롱∼황순원서재∼역사의 디오라마∼이바구공작소∼김민부전망대∼옛 백제병원∼부산역 7번 출구 순으로 잡았다.

첫 목적지는 초량권번. 1940년 기생들이 조합을 만들어 기거하던 곳으로 아직 옛 가옥의 모습이 남아 있다. 부산역 1번 출구에서 상해문을 지난 뒤 초량1동주민센터 못 가 왼쪽의 작은 골목을 찾으면 된다. 앞서 중앙대로179번길의 첫 사거리에 있는 홍성방 신관은 초량왜관 시절 왜인 출입을 통제한 설문(設門) 터다.

주민센터를 왼쪽에 두고 돌면 새영주시장을 지나 대영로에 이른다. 대영로는 부산터널로 가는 대로인데, 삼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영선고갯길(중구로)로 오를 수 있다. 고갯길은 지루하다. 하지만 이 길이 부산 최초의 아스팔트 도로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걷는 재미가 달라진다. 고갯길 입구에는 초량권번보다 먼저 생긴 봉래권번 터(임소길15번길)도 있다.

■황순원서재 이르면 5월 개관

코모도호텔과 한태쉼터(동광동과 영주동을 잇는 지점. 한태는 소와 연결된 쟁기의 봇줄을 잡아매는 줄을 뜻한다), 메리놀병원, 중구청을 차례대로 지나 'Car매력'이라는 카센터에서 오른쪽 골목(중구로91번길)을 선택하면 107계단을 거쳐 망양로에 이른다.

골목길에서는 부광교회를 발견한 뒤 양갈래의 계단 중 오른쪽을 선택해야 작곡가 금수현이 살던 곳(현 서라벌맨션 가, 나동)을 지나 107계단에 오를 수 있다. 기행 중에 만난 이웃주민 심영택(68) 씨는 "금수현 선생의 집에서는 피란 시절에도 늘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고 추억했다. 망양로에 오른 뒤 길 건너의 대청공영주차장 안쪽에 중구커뮤니티문화센터가 있다. 센터 5층이 '금수현음악살롱'이다.

'황순원서재'도 여기서 멀지 않다. 망양로를 따라 부산디지털고등학교를 지난 뒤 왼편의 청운아파트 뒤 중구노인일자리지원센터 2층이 황순원서재다. 황순원서재는 이르면 오는 5월 개관될 예정이라고 중구청 관계자는 전했다. 
황순원서재.
황순원은 한국전쟁 때 이곳에서 피란생활을 보냈다. 센터 옆의 대청어린이집을 지나 망양로38번안길을 따라 들어가면 중앙공원로와 이어지고, 부산터널 상부 부분에서 민주공원 첨탑을 지난다. 첨탑 주변에는 청남 오제봉 선생의 문학비가 우뚝 서 있다. '한없는 글에서 노닐던 즐거움, 평생토록 내 싫어하지 않았다네.' 글을 읽으며 잠시 쉬어갈 일이다.

■김민부전망대서 바다 조망 '잔재미'

첨탑에서 '역사의 디오라마'까지는 300m, 역사의 디오라마에서 '이바구공작소'까지는 200m가량 된다. 역사의 디오라마는 전망이 좋다. 북항, 영도, 신선대부두가 죄다 조망된다. 디오라마 옹벽의 '사랑의 자물쇠'라는 철제 그물망이 최근 청춘들에게 인기다. 이바구공작소는 지난달 초 문을 열었다. 피란민의 산복도로 삶과 한을 정리한 기록관같은 시설이다. 주변의 꼬부랑 골목길을 지금은 '이바구길'로 부르고 있다. 

역사의 디오라마.

 

 

바람도 울고 간다는 168계단과 '일출봉에 해 뜨거던 날 불러주오'로 시작되는 시 '기다리는 마음'의 김민부 시인를 추모한 '김민부전망대'도 가깝다. 계단을 다 내려오면 초량초등학교 앞쪽에 초량교회가 위치한다. 1892년 설립된 한강 이남 최초의 교회다. 1936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이곳을 다녀갔고, 6.25전쟁 때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예배했다고 전한다.

초량교회에서 초량상로를 따라 오다 초량지구대에서 중앙대로195번가길로 접어든 뒤 중앙대로209번길, 초량로13번길을 차례대로 선택하면 탑마트에 이르는데, 탑마트가 바로 옛 남선창고 부지다.

남선창고는 부산 최초의 서양식 창고로 원산에서 잡아온 명태를 이곳에서 보관했다고 해서 당시 명태고방으로도 불렸다.
남선창고는 근대 건축물로 보존 가치가 높았지만 아쉽게도 다 헐려 지금은 벽면만 남은 상태이다. 탑마트 옆의 붉은 벽돌 건물은 옛 백제병원. 1922년 건축된 부산의 첫 서양식 건물이다.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 7번 출구가 여기서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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