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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common sense)

[유레카] 미래부의 뿌리 / 김이택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3. 6.

등록 : 2013.03.05 19:17 수정 : 2013.03.05 19:17

 

이스라엘 부총리실엔 과학자·전문가 150명이 모인 시에스오(CSO·수석과학관실)가 있다. 정치·군사를 제외한 모든 사회·경제분야 주요 정책들을 책임지고 기획·실행해 나가는 핵심 두뇌집단이다.
소련 붕괴 직후인 1990년대 초 러시아와 동유럽의 유대인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대거 몰려오자 시에스오는 이들을 활용해 벤처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했다. 1993년 설립한 ‘요즈마 펀드’가 10개의 벤처펀드를 설립해 2억달러를 조성한 것을 계기로 수백개의 벤처기업이 만들어졌다. 현재 실리콘밸리 입주기업의 25%가 이스라엘 정부 펀드에 뿌리를 둘 정도로 이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시에스오는 2000년대 들어 컴퓨터를 이용한 인터넷경제에 이어, 티브이와 인터넷의 결합이 앞으로 10년간 ‘인터넷경제 시즌 2’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산파역으로 알려진 윤종록 전 인수위 교육과학전문위원은 저서 <호모 디지쿠스로 진화하라>와 역서 <창업국가>에서 이스라엘 사례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아이피티브이를 포함한 방송·통신 융합으로 생산유발효과만 126조원에 이를 것이란 통계도 인용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요즈마 펀드를 인용하며 창조경제와 이를 실현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공약을 발표한 것도 윤 전 위원의 구상에 뿌리를 둔 듯하다.

 

경제민주화의 얼굴마담 격이던 김종인 전 장관은 지난해 말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를 펴냈다. 독일 모델을 거론하고는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으론 고용창출에 한계가 있다며 전기전자·기계 등 전통 제조업의 부활을 제안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일선에서 물러났고, 윤 전 위원이 추천했다는 김종훈 미래부 장관 후보도 미국으로 떠났다. 독일 대신 이스라엘 모델에 무게중심을 둔 박 대통령의 미래부 집착이 너무 강고하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