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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십알단[펌]

by 부산중구마중물 2012. 11. 16.

인터넷과 트위터 세계에서 ‘십알단’이 화제다. 십알단은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9월27일 ‘봉주 21회’에서 의혹을 제기하며 이름붙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리트위트 집단이다. ‘십자군 알바단’을 줄인 말이다. 이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지지자임을 자처하며 박 후보를 홍보하고 야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하는 일을 대놓고 수행한다. 십알단이라는 이름에도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으며 스스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꼼수는 십알단의 1차 리스트라며 350여개의 계정을 공개한 바 있다.

 

십자군은 11~13세기에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스러운 곳인 팔레스티나와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한테서 탈환한다며 8차례에 걸쳐 감행한 원정에 참여한 군사들을 가리킨다. 십자군이라는 이름을 꺼리지 않고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이번 대선을 ‘박근혜를 위한 성전(聖戰)’으로 여기는 십알단의 신념이 느껴진다.

 

정치의 계절에 정치적 의견을 에스엔에스를 통해 표출하고 알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특정한 의견이 집단적인 리트위트를 통해 의도적으로 유포되거나, 생각이 다른 의견을 융단폭격식으로 공격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여론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가 9월에 트위터에 등장한 글들을 분석해보니 친박근혜 성향의 계정은 12%에 불과하나 이들이 쓴 글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그리고 3000여개의 계정이 이를 집중적으로 리트위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십알단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하지만 박 후보 쪽 글은 최대 30만명에게 가고 있는 데 반해, 야당 후보 쪽 글은 최대 60만명에게 가고 있다고 한다. 십알단의 노력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8차례의 십자군 원정도 끝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