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칼럼

[사설] 성장주의 담론에 치우친 정부조직 개편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16.

등록 : 2013.01.15 22:05 수정 : 2013.01.15 22:05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음달 출범할 새 정부의 조직을 현행 15부2처18청에서 2개 부를 늘린 17부3처17청으로 확정해 어제 발표했다. 국민 안전과 경제 부흥이라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철학이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담겼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이번 개편에서는 경제부총리제가 부활했고,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가 신설됐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겸하는 경제부총리는 경제부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업무를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에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담을 위한 차관제가 도입됐다. 외교통상부의 통상 업무는 지식경제부로 이관됐다. 지식경제부는 산업통상자원부로, 행정안전부는 안전행정부로 개편됐고, 특임장관실은 폐지됐다.

 

 이번 개편은 전체적으로 5년 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폐지된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기능을 되살리거나 강화함으로써 이명박 정부가 흩뜨려놓은 정부 조직을 그 이전으로 복원·정리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 박 당선인이 보수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추구하는 ‘큰 정부’ 기조를 채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경제부총리의 신설은 양날의 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함으로써 경제 운용의 효율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경제팀이 호흡을 맞춰 기민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세출 구조조정 등 재정 개혁과 재정의 적극적 기능을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경제부총리 신설이 과거 박정희 시대의 정부 주도형 성장 모델로의 회귀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관치의 핵이었던 경제기획원 부총리 시절로 돌아가기에는 시대 상황이 너무 많이 변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미래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여러 기능을 한데 모아 이른바 창조경제를 구현한다는 것인데, 애초 의도만큼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또다른 성장주의 담론을 양산할 수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은 박 당선인의 핵심 대선 공약인 만큼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강조한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대한 정부 조직 차원의 뒷받침이 없는 점도 아쉽다.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조직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경제부총리 신설이 복지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노동 역시 이번 개편에서 생략됐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지만 중소기업부의 신설도 무산됐다. 중소기업청의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애초 기대에는 미흡하다.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기능을 떼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한 것은 통상 부문과 국내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통상정책 기능이 외교부에 있으면서 외교적 고려가 우선시되는 탓에 국내 산업과 괴리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다만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과 같은 중·장기적 통상 전략을 추진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개편은 전체적으로 성장주의 담론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박 당선인이 공약은 복지를 강조해 놓고 실제는 성장으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법하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박 당선인을 선택한 것은 과거 개발주의 시대로 돌아가라는 것이 아니라, 분배와 성장이 함께 가도록 함으로써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었다. 박 당선인은 국민의 이런 주문을 항상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