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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18대 대선

너 자신의 청춘을 위해 투표하라

by 부산중구마중물 2012. 12. 15.

너 자신의 청춘을 위해 투표하라

등록 : 2012.12.14 20:21 수정 : 2012.12.15 10:34

1년7개월 만에 ‘직설’로 돌아온 한홍구(왼쪽) 교수와 서해성 작가가 지난 11일 서울 재동의 카페에서 20대 청춘들에게 “너 자신에게 하는 투표”를 하라고 ‘돌직구’를 던지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한홍구-서해성의 돌아온 직설-20대에게 고함

한홍구-서해성이 ‘직설’로 돌아왔다.

<한겨레>에서 연재를 끝낸 지 1년7개월 만이다. 50회 동안 직설을 던졌지만 세상은 여전히 고요하다. ‘우아 떨지 않는 말’로 세상을 향해 또다시 싸움을 거는 까닭이다. ‘늙은 의병’으로 여전히 전장을 지키는 그들답다. 한홍구 교수는 <한겨레> 토요판에서 ‘유신과 오늘’이라는 제하의 글을 연재하는 한편, ‘정수장학회 사회환원과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아 ‘유신의 부활’을 막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16일 오후 5시엔 서울 교보문고에서 <장물바구니-정수장학회의 진실>이란 책을 들고 시민들과 북토크를 연단다. 서해성 작가도 바쁘다. <오마이티브이> ‘대선올레!’ 방송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투표 의병운동’을 벌이고 있다. 12월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늙은 의병들이 20대 청춘들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태어나자마자 ‘빚쟁이’가 될 수밖에 없는 세상을 만든 건 미안한데, 너희들도 침만 뱉지 말고 외쳐야 할 것 아니냐”고. 어떻게? “나 자신의 청춘을 위한 백년 투표, 불패의 투표를 하자”고.

 

지금 우리가 싸우는 건
역사에 대한 모욕감 때문
선거로 유신 정당화시켜주고
꿈이 정규직인 시대를 위해
80년 광주가 있었던 거야?

안철수 현상도 결국은
‘안되겠다, 새로운 걸 만들자’는
대중들의 의병정신이거든
의병이 다시 나서야 하는 건
정말 비극적인 일이지만

 

김지하가 마~이 아픈 건 참 짠한데…

 

서해성(이하 서)
이런 또 ‘직설’일세.

한홍구(이하 한) 직설 끝나고 1년 좀 넘었지?

곧은 말로 세상 좀 좋게 해보자고 했던 건데. 이제 좋아지려나.

직설 그만둘 때는 이제쯤이면 많이들 떠들 것이다 했는데, 도리어 반대편에서 떠들어. 김지하 떠들어, 김중태 떠들어, 한화갑 떠들어.(웃음)

91년 ‘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워라’에 이어 김지하가 다시!

나이가 들면 외로워지거든. 사람들 찾아오지 않지, 얘기 들어주지도 않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박씨 집안에서 와서 많이 들어주니까, 헷갈리는 것 같아.

‘지저스 콤플렉스’라고 자기가 하면 그게 뭐든 옳다고 생각하는 거지. 1인 독재에 맞서면서 생긴 또다른, ‘좋은 파시즘’. 평생 쌓아놓은 거 하루아침에 털어날리고 마는.

전 국민이 다 알아듣는 말이 있어. ‘마~이 아파.’(웃음) 김지하가 아픈 건 참 짠한데, 각종 추잡한 것들이 한꺼번에 다 나와. (한)화갑이 아저씨 그렇게 된 건, (김)옥두 형님이 한 말씀 하시니 쫙 정리가 되데. 네티즌들 참 똑똑해. ‘옥두 형님이 동교동에서 정리했던 건 신발만이 아니었다.’(웃음)

근데 요새 의병이 다시 나온다고 그래.

뭐 남의 얘기처럼 말을 해. 딴 데서 조국, 오연호랑 격문을 썼더만.

옛날 의병은 낫 들고나왔는데, 이 의병은 핸드폰을 들고나와야 해. 낫은 하나밖에 못 베는데, 핸드폰은 여러 명 꼬실 수 있잖아. ‘투표해라.’ 짱돌 대신 문자를!

배터리하고 충전기 꼭 지참하고!

[한겨레TV] 한홍구·서해성의 '대선 직설'

 

 

 

옛날엔 숫돌, 지금은 배터리. ‘하루에 10통 이상씩 전화해라’ 그거 하자고 의병선언 해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아.

나는 열심히 의병들이 핸드폰으로 나를 걸 공급했지. 그런데 우리 둘은 왜 맨날 이렇게 싸우는 거야.(웃음)

우리도 좀 좋은 것 좀 해보자. 남 칭찬 좀 하고 그러는 거.

난 요새 제일 얄미운 게 열심히 싸운 사람을 우아하게 비판하는 거야. (홍)성담이 형이 그림(박근혜의 ‘유신 출산’)을 그리셨는데, 풍자가 그거밖에 안 되느니, 미학적으로 어쩌고저쩌고하는데, 나는 그 양반이 그만큼이라도 싸우면서 말을 보태면 이의가 없어.

80년 광주항쟁 때 싸운 홍성담이 다시 싸워야 하는 거, 난 그게 제일 슬프더라. 늙은 의병이 다시 나온다는 게 슬프잖아. 새 의병이 나와야지.

의병이 나오는 시기가 왜 그게 슬프냐면 관군이 무너진 시기거든.

우리에게 언제 관군이 있었나. 1894년 동학 이래로 이놈의 나라는 어려운 일 있을 때 한 번도 안 빼놓고 의병이 나섰어.

불행하게도 민주당이 헤매니까. ‘안철수 현상’이라는 게 민주당 입장에선 창피한 일 아냐. 제1야당이 버젓이 있는데…. 옛날 3선개헌 할 때도 야당은 44석 갖고도 존재감이 확실하게 있었는데, 지금은 백이십 몇 석 갖고도 제 몫을 다 못하니!

안철수 현상이라는 건 안철수가 만든 건 아니거든. 그게 의병정신이라고 생각해. ‘아, 이거 안 되겠다. 우리가 새로운 것 만들어야 한다’고 대중이 나선 거란 말이야. 김용옥 도사가 ‘메시아 현상’이라고까지 했는데, 그건 좀 세고….

메시아를 자임하고 나온 사람이 있어.

에끼!

50년 전에 박아무개씨.

이건(안철수 현상) 정말 대중이 만들어낸 거고,

그건(박정희) 총칼이 만든 것이고.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가 대통령을 안 나와도 사라지지 않고 있어. 대중이 스스로 만들어낸 거잖아. 대선 끝난 뒤에도 안철수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유지해야 뭔가 바뀌고 새로운 세계로 갈 수 있을 거야.

문재인, 너무 유기농 하시나

문제는 안철수 현상이 하나가 아니라는 거지. 표면에서 보면 합리적 보수, 중도 이런 부분이 있지만 밑에서는 정말 이걸로는 안 된다고 하는 ‘못 살겠다 꾀꼬리’가 있거든.

첫번째는 지역정치 그만두라는 거야. 두번째는 너무 낡은 정치 그만두라는 것. 세번째는 ‘야, 서비스 좀 해봐라’ 하는 것. ‘니들은 브이3(V3)라도 나눠줘 봤냐’는 거지.(웃음) 6·2 지방선거에서 (윤)봉길이 형 이후 벤또(무상급식)가 승리를 한 번 거뒀잖아. 이번엔 백신이고. 대중의 이해와 요구에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봐. 문재인 선수가 약이 더 세야 해.

참여정부 5년 동안에 있었던 일과 관련된 노동, 삼성, 재벌 이런 문제에 대해서 좀더 분명한 태도를 갖춰주시는 게 필요한데 말이야.

토론회 보고 나서 하는 말들을 요약해보자면 ‘언니(박근혜 후보)한테는 살충제를 더 많이 쓰고, 이쪽에는 비료를 더 줘야 한다’인데, 선이 분명한 것 같은 느낌을 안 줘서…. 뭐 다 전략과 전술이 있겠지만 좀 아쉬워.

너무 유기농 하시나.

문제는 유기농이 시장 지배력이 별로 없다는 거지.(웃음)

‘유기농을 먹어보니까 좋더라’ 해야 하는데, 맛도 별로 없고 값만 비싸고.(웃음) 이걸 넘어서야 해.

독립운동, 민주화운동도 결국은 의병밖에 없는데…. 역사학자, 왜 우리는 의병으로밖에 안 되는 건가, 젠장.

권력을 못 잡았으니까 의병이지.

의병 모아서 니들 직업군인 해봐라. 국회의원도 하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도 잡아보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 판에 의병이 또 나서는 것에 대해서 ‘거시기’한 대목이 있는 거지.

의병은 원래 10대나 20대들이 하는 거지. 역대 의병 중에 우리 나이 먹도록 의병 한 사람은 많지 않아. 한 시대가 지나면서 옛날 의병들이 계속 의병 하는 건 좀 불행한 시대지. 각 시대에, 자기 시대 의병이 나타나야 하는데, 문제는 옛날 의병들이 요즘 젊은이들 꾸짖기만 해. 지난 몇 년 보면.

386이라고 흔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 후배들이 볼 땐 기성세대란 말이지. 기성세대들이 꼰대 노릇 너무 많이 했단 말야.

사실 꼰대 세대지. 기성세대(라는 말)는 너무 점잖고.

꼰대들 중에는 ‘가카’를 필두로 한 이른바 산업화세력. 독재세력, 독점세력이 둔갑해서 이름을 바꾼 게 산업화세력인데. 걔네들은 ‘인마, 왜 니네 좋은 직장 가려서 가려고 하냐, 그러니까 취직이 안 되는 거야’ 그러면서 조지고, 다른 한쪽에선 ‘너희들 왜 그렇게 역사의식이 없냐?’ 하고.(웃음) 사실 그러면 후배들이 얼마나 열 받겠어. 둘 다 ‘우린 이렇게 했는데 니네는 뭐하는 거야?’ 그 말을 너무 많이 했다는 거지. 이번 기회에 20대한테 사과 한번 합시다.

미안하지. 난 정말 미안한 건, 지금 20대들은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너무 갈려 버린다는 거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는 건 죄가 돼 버렸어. 지금 세상이 이렇게 힘들어진 것에 대해 20대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도.

한 번 더 꼰대 노릇 해야겠네. 하여간 ‘니네는 왜 이렇게 살살 사냐.’(웃음) 조선시대에 ‘유아징포’라는 게 있었잖아. 애 태어나면 군대 갈 거니까 미리 포(세금)를 내라는 거 아냐. 지금 20대한테는 대학등록금 문제가 유아징포야. 이건 최소한 386이 책임졌어야 해. 이건 탕감해줘야 해. 진보고 보수고 개나발이고 다 떠나서…. 병아리에게 삥 뜯는 거지.

출발선은 공평하게. 출발할 때부터 다리에 돌멩이 달고 뛰지는 않도록 해야지.

 

 

 

 

제18대 대통령선거 부재자투표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생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20대 유권자가 투표를 마친 뒤 투표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우리나라 20대는 너~무 싸가지가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20대에게 불만이 있어! 딱 한 가지야. 알타미라 동굴에 씌어 있었다던 낙서 알아?(웃음) ‘요새 새끼들 싸가지 없어.’ 그런데 우리 20대들은 너~무 싸가지가 있어.

어른 공경을 너~무 잘해. 존경하는 건 아닌데. 우리는 참 겁이 없었어. 시퍼런 칼날이 춤을 추는데도 ‘에이, 죽는 놈도 있는데, 잘려도 다시 새살이 날 거야’ 하는 믿음이 있었지. 지금 젊은이들은 그게 너무 약해진 것 같아. 우리가 그렇게 키웠어!

더 화가 나는 건 20대들 욕하던 그 많은 형들, 아저씨들, 오빠들은 지금 왜 이렇게 조용하냐는 거야?

오십 평생에 처음으로 억울한 생각이 좀 들어. 왜 우리만 뺑이치고 있나. 어디서 시끌벅적하게 떠든다 싶으면 다 우리가 친하게 지낸 놈들이야. ‘저 자식들은 저 나이 들도록 철이 안 들어서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 철난 386 동생들은 정말 이럴 때 피를 토하면서 싸워주면 좀 좋아. 그 수많은 친노들 중에 나보다 분해하는 놈이 적은 것 같아. 분하면 싸워야지!

다른 지식인들도 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거룩해지고 만 거지?

싸우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아. 축구선수도 늘 훈련해야 하는 것처럼 싸움에도 근육이 있잖아. 김대중, 노무현 10년을 사람들이 너무 낙관했던 것 같아. 태평성대라고 생각하고.

과일나무를 더 심을 생각을 안 하고 과일을 따먹었어.

자기부터 민주화됐어. 민주화로 얻은 힘을 갖고 그 민주화를 세상으로 뿌려야 하는데 그걸 안 하고 ‘아, 이만큼 세상이 민주화됐네, 좋네’ 하는 사이 노동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민주화 이익을 가장 많이 본 게 재벌이야. 자기네들 맘대로 하는 민주화. 근데 그 새누리당이 요새 번역소 차린 거 알아?

스트롱~맨!

스트롱맨 때 당한 사람들 트라우마 좀 말해보소. 언니(박근혜) 뒤에 스트롱맨이 있는 거잖아.

과거사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피해자들을 많이 만나요. 그분들 얘기 듣다 보면 상처가 아물지 않았어. 아물 수가 없지. 가해자가 무슨 처벌을 받길 했나, 잘못했다고 고백을 했나, 사죄를 했나. 이분들이 박근혜에게 자기 아버지를 욕하라고 했나? 상처에다 소금 뿌리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인혁당이 두개의 판결이 있다느니, 빨갱이었다느니 하는 건 현재진행형인 범죄야. 지금 20·30대들에게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인 40년 전에 일어난 국가폭력까지 책임을 지라고 할 수는 없겠지. 그러나 길 가던 여성이 맞고 있다면 우리 시대 모두의 문제로 느끼는 것처럼 이 엄청난 일을 우리 시대의 문제로 같이 느껴야 해.

한마디로 줄이면 유신이 뭐야. 신문에 맨날 쓰고 있더구만.

한명이 자유롭기 위해 만인이 불행해졌던 시대지.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에서 명언이 나오데. ‘독재는 한명이 꼴리는 대로 하는 거고, 민주는 저마다 꼴리는 대로 하는 거’라고.

전두환 말이 가장 정확해. (성대모사 하며) ‘나한테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말이야.’ 유신이라는 것, 그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지는 말해야 맞지.

 

의병들은 20대였다, 윤봉길도 20대였다

선거를 통해 뭘 바꿔본다는
경험과 믿음이 없어서
20대 투표율이 낮은 거야
우는 아이 젖주는 건데
젊은이들이 안울어, 침만 뱉어

경제민주화가 걸린 선거
앞으로 20~30년 좌우할 텐데…
윤봉길 의사 80주기인 그 날,
우린 도시락 폭탄 대신에
한표를 던지자 이거야

 

박근혜 후보가 정말 아버지의 부정적 유산과 단절하고 진짜 미래를 얘기하는 후보라면 왜 반대하겠어. 그런데 ‘유신이 뭐가 잘못됐냐’ ‘구국의 결단이었다’고 얘기하는 후보라면, 그런 일을 능히 할 수 있는 사람 아냐?

이번 선거에서 가장 불행하게 느끼는 건 딱 한가지야. 난 이번 선거는 정말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아니길 바랐거든. 그런데 12·19 선거 가까워올수록 민주 대 반민주로 가고 있어.

그걸 위장하기 위해 저쪽에선 옛날 민주인사 몇 명 갖다가 포장을 하고 있지만….

전문용어로 ‘미수꾸리’.(웃음) 나는 경제민주화를 그 입에서 들으니까, 경제민주화가 너무 모욕스러운 거야.

우리가 지금 이렇게 싸우고 있는 이유는 역사에 대한 모욕감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젊은 시절부터 여태까지 이렇게 살아온 이유가 된 게 광주 아니야, 광주의 그 힘!

그때 (광주)비디오 한편 보고 인생 조진 거지.(웃음) 박종철이가 그랬듯이.

대한민국이 유신독재를 선거로 정당화시켜주고, 양극화로 애들이 출발선부터 빚쟁이가 되고, 아이들이 장래희망을 ‘정규직’이라고 쓰는 세상이 고착된다면, 80년 5월27일 새벽에 도청에서 총 들고 지키고 있었던 사람들이 미친놈이지. 그런 세상 만드는 데 뭐하러 목숨을 바쳐!

박근혜 후보야말로 엄청난 민주화운동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야. 자기 아버지 방식대로라면 선거에 못 나왔지. 대통령 직선제 가져오기 위해서 대체 몇 사람이 죽은 거야!

(나지막이) 많이 죽었어.

민주화가 참 좋긴 좋은 거야. 젠장 괴롭힌 놈도 혜택 주잖아.

차별은 안 하는데, 아~그걸 너무 악용, 오남용하는 것 같아.

안철수 등판 전엔 얼음 위에 씨 뿌리는 기분

자, 20대 이야기 해보세. 20대 투표율이 낮다고 하잖아. 투표 안 하는 게 멋내는 것처럼 돼 있거든.

쿨하다고. 또 정치를 난장판으로 만들어서 젊은애들이 관심 안 갖게끔 ‘모두 도둑놈이다’ 하는 식으로 분위기를 만들어버리고. 일부 민주화 세력 중에 부패한 사람 더러 나오니까 그걸 합리화시켜주고.

내가 요새 인터넷으로 하루도 안 빼고 방송하고 돌아다니는데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안철수가 다시 나오기 전까진 진짜로 얼음 위에다 씨 뿌리는 기분이더라고. 미치겠더라고. 안철수가 결합하면서 의병들이 나서고 하면서 그제야 싹이 돋아나고 있다는 느낌이 분명히 들어.

투표하고 싶어도 못 하는 친구들도 굉장히 많아. 더 큰 문제는 선거로 뭐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게끔 만들었다는 거고. 그런데 그런 것들이 사실 역사적 경험 속에서 나오는 건데, 우리가 투표를 해서 뭘 바꿔본 게 정권 자체 빼놓곤 없거든.

‘민주화가 밥입니다’ ‘민주화가 직장입니다’ 하는 걸 보장했어야 하는 건데, 게다가 저쪽에서 경제민주화까지 물타기를 해버리니까. 이른바 의제 점령과 프레임 흐리기인데….

또 하나는 민주정권의 체험(때문)이야.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시작했잖아. 그 시절 어차피 바닥으로 내려간 거, 눈 질끈 감고 재벌개혁 확실하게 해버렸어야 하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너무 빨리 탈출하려고 하다 보니 면죄부를 다 줘버렸지.

그것 포함해서 세상 바꾸는 게 20대가 표를 찍느냐 안 찍느냐에 따라 달려 있지.

20대들이 이번에 적어도 반값 등록금이면 반값 등록금, 하나에 확실하게 (투표해야 해). 민주당이 아주 과감하게 20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약을 해야 해.

20대에게 어필하는 게 곧 부모에게 어필하는 거잖아. 복잡하게 할 것도 없어. 내가 늘 말해왔는데 일·몸·집은 하나다. 몸은 100만원으로 해결하고, 일자리는 고용 100퍼센트까지 이를 수 있도록 터전을 닦고, 집은 일자리와 관련해서 정부가 나서서 잘 조절하겠다. 유치원과 대학을 의무교육처럼 다니고 있는데 더 과감하게 해도 욕 안 먹어.

정치개혁도 해야지. 청년들이 많이 사는 대학 근처에 과감하게 지역구 의원을 내고 청년들끼리도 청년 어젠다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젊은이들이 선거로 뭘 바꿔본다는 그 경험이 없어. 우는 아이 젖 주는 건데, 젊은이들이 안 울어. 침만 뱉어. 젊은 세대들이 이 사회에 건강하게 요구해야 하는데, 그 분노의 타깃을 못 찾는 것 같아.

이번에 하는 청춘투표가 인생투표야. 인생이 통째로 걸렸어. 문재인, 안철수를 넘어서 ‘너 자신에게 투표하라!’ 꼰대들 ‘늙은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고 ‘나에게 표를’ 던지는 거야. 근데 올해가 임진년이야, 하필. 420년 전 임진년 때도 의병이 나라를 구했어. 나를 위한 투표가 세상을 구하는 거야. 잘하면 내가 이순신이 되는 거야.

5년 전 선거는 그냥 대통령 하나 뽑는 거였지만 이번에는 국민적 기대가 경제민주화로 모였잖아. 경제민주화라는 건 사실 제헌헌법의 중요 과제였어. 제헌헌법은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민주화의 조화거든. 친일파가 잡으면서 다 깨갱 됐다가 40년 만에 정치적 민주화 됐고, 정치적 민주화 하다 보니 쟤네들(기득권 세력)이 다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서 양극화니 뭐니 해서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됐잖아. 더는 못 참겠다 해서, 그 대안으로 경제민주화를 들고나온 거거든. 경제민주화가 되고 안 되고는 길게 볼 때는 한국 현대사 60년 중 독립운동에서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그 맥이 계속 살아가느냐 꺾이느냐를 결정하는 거고, 작게 본다면 젊은이들 입장에선 지금 만들어진 체제가 20년 내지 30년 간다는 거야. 우리야 노후가 좀 편하냐 아니냐의 문제지만.

우리야 전두환 밑에서도 살았는데, 앞으로도 살면 되지만. 경제민주화가 걸린 선거이기 때문에, 청춘들에게는 요번에 어떻게 첫 단추를 끼우느냐가 앞으로 20, 30년이 걸린 인생투표지.

투표를 안 하면 불만도 말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

 

 

윤봉길 도시락 폭탄처럼, 네 표를 던져!
 

 

 

일본 지배받은 게 34년11개월17일이거든. 박정희가 18년5개월10일17시간 지배했고. 전두환이 8년, 노태우 5년, 이승만 12년. 이거 합치니까 80년이야. 20세기는 껍데기뿐이었던 대한제국 치하 10년, 미군정 독재 3년, 김대중 집권 97년 이후부터 3년 빼면… 한국 사회의 보수적 표심에는 80년 넘게 지배받은 노예적 공포가 있는 거야. 그걸 깨버리는 '選擧'여야 해. 지난 대선은 20대가 아니라 386이 망친 거야. 386이 엠비(MB)가 빤히 더러운 줄 알면서 ‘나의 비비케이(BBK)’에 투자한 거지. ‘내 아파트 값도 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노골적으로 갖고 투표한 거거든. 제기랄 유권자는 없고 탐권자만 있었어. 이번엔 진짜 유권자가 돼야 돼. 주권자가 온전한 유권자만 되어도 세상은 딴 길로 안 세는 거야.

김대중도 뽑아봤고 노무현도 뽑아봤지만 세상은 안 바뀌었거든. 그 점에 대해서 우리가 젊은이들의 희망을 땡겨 쓰고 무책임하게 부도낸 것에 대해서 우리 세대, 민주화운동 세대들이 정말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해. 이번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나 정부를 ‘다스리는 통치자’가 아니라 ‘자원 관리자’라고 했음 좋겠어.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자원을 땅 파는 데 쓰느냐 미래에 투자하느냐의 문제인데 젊은이들이 앞서서 우리에게 투자하도록, ‘국가여 우리에게 투자하라’ 하는 거지.

가장 저비용을 들여서 내 취업 문제와 건강 문제와 집 문제 해결하는 게 사실은 투표잖아. 그런 점에서 투표란 가장 저비용으로 치르는 가장 값비싼 경제적, 정치적 행동이야. 지금 야당이 그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정부라도 만들어놓고 압박해야지. 그러려면 정권교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거고.

답답한 건 엠비에서 박근혜로 가는 걸 정권교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지.

목도리 바꾼다고 영혼이 바뀌고 양말 바꿔 신는다고 발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 이제 마칩시다.

12월19일이 윤봉길 의사 80주기야. 윤봉길 의사 80주기를 다카키 마사오를 숭배하는 세력들의 축제일로 만들어선 안 되지. 청년들이 이렇게 불안하고 실업 공포에 떠는 그런 세상이었다면 윤 의사가 목숨 바쳐 독립운동할 이유가 없었던 거지. 윤봉길 의사의 나이, 많지 않아요. 20대. 안중근도 32살이었고.

역사에 나오는 운동권들이 다 20대지.(웃음)

윤봉길 의사는 도시락 폭탄을 던졌지만, 우리는 그날 내 표를 던지는 거야. 우리 자신과 우리들의 다가오는 2세들의 미래를 위해서 꼭 투표하고 그 결과를 여러분 당대에 즐기라고 말하고 싶어. 우리 386들은 우리가 즐긴다는 생각을 못 했지만.

인터넷 검색 한 번만 해보면 다 알 수 있거든. 윤봉길 의사가 어디에 총을 맞았는지. 일본놈들이 이마에 흰 띠를 두른 다음 정확히 한가운데를 총으로 명중시켰어. 피가 배어 나오면서 자동적으로 일장기가 되도록. 죽음마저도 최악으로 모욕받은 우리 봉길이 형님 80주년이 그날인 게 우리더러 역사적 선택을 하라는 뜻인 거지. 그 이마에서 흘러나온 피를 인주 삼아서 의병투표를 하는 날이자 ‘문안드림’을 훌쩍 뛰어넘어 나 자신을 위해 인생을 걸고 백년투표를 하자는 말씀. 나 자신에게 하는 투표는 언제든 불패의 투표라오. 근데 끝이 너무 거룩하다!(웃음)


한홍구가 청춘에게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은 정동영을 530만표라는 어마어마한 표차로 눌렀지만, 정작 그가 얻은 표는 1149만표로 1201만표를 얻은 노무현의 득표수에 비해 52만표나 적었다. 유권자 수가 266만명이나 늘었음에도 이명박이 얻은 표는 그 전 선거에서 이회창이 얻은 표에 비해 겨우 4만9000표 늘었을 뿐이다. 수구세력이 얻을 수 있는 표의 최대치는 정해져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17대 대선은 이명박이 표를 많이 얻어서 이긴 게 아니라, 노무현을 찍었던 사람들이 절반만 다음 선거에 투표장에 나갔기 때문에 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대한문 앞에 나와 ‘지못미’를 되뇌며 가슴을 쳤다. 강연 가서 “민주화돼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분위기가 금방 썰렁해지니 민주정권 10년을 보낸 뒤 투표장에 가기 싫어질 만도 했다. 투표장 한번 안 나간 탓에 우리는 촛불 들고 몇 달을 거리를 헤맸고, 급기야 분향소에서 눈물 흘리며 소주잔 기울였고, 훨씬 더 팍팍해진 삶을 살아야 했다.

민주당 꼴 보기 싫고, 투표한다고 세상이 확 바뀔 것 같지도 않아 투표하러 가고픈 마음이 안 들 수 있지만, 지난 5년 살고 보니 투표장 가야 할 이유는 참으로 절박하다. 재작년보다 작년이 못한 것 같고, 작년보다 올해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세상은 우리가 바란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많이 변해왔다. 세상을 바꾸는 주된 동력은 이제 투표가 되었다. ‘1원1표’의 자본주의가 아닌 ‘1인1표’를 통해 인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실천하자. 대한민국의 자원을 강바닥에 퍼붓느냐, 반값 등록금에 쓰느냐 정하는 게 민주주의다. 젊은 벗들이여, 그대의 미래를 그대가 선택하라!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서해성이 청춘에게

서해성 소설가
나는 꼰대다.

저 광장이 솟구치던 혁명도 꼰대가 되면 한낱 보수에 지나지 않는다. 훈장을 주렁주렁 단 자들이란 자고로 걸음이 느린 법이다. 꼰대란 자기가 겪어온 것으로 후배들을 조지는 자들을 이른다. 이들은 곳간 열쇠와 나침반까지 들고 서서 길잡이를 자임한다. 문제는 열쇠 많은 자가 도둑이기 십상이고 자기 품에 든 나침반이 녹슨 걸 정작 모른다는 데 있다.

과거를 부숴버릴 때만 청춘일 수 있다. 청춘투표·인생투표·미래투표·정권교체·징벌투표·의병투표·역사투표, 그리고 경제민주화 투표 등 숱한 이름으로 부르는 이번 대선이, 분명한 건 시대의 나침반 좌표를 다시 설정하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이 좌표 결정을 낡은 언론과 꼰대들의 ‘늙은 투표’에만 맡겨두는 건 청춘들에게 모욕이다.

안철수 현상은 누구의 독점물일 수 없다. 그를 매개로 새 세상을 불러내고자 한, 일찍이 없었던 청춘들의 열정은 상당 부분 이미 민주화운동의 새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 이 시대의 파도를 타고 가서 표를 던지는 행위는 밥이 되는 투표이자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내는 민주주의의 지문을 새로 찍는 일이다. 투표는 살아있는 미래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가장 저비용의 값비싼 제도다. ‘나 자신에게 표를 던지라’는 말이 이것이다.

나는 꼰대다. 유신이 부활하려 하는 이 길목에서 꼰대로서 한마디만 하자. 민주주의와 정의에는 묘지가 없다. 그 묘지의 이름이 독재다. 묘지 앞에서 묵념은 필요 없다. 새 좌표에 이것 하나만은 넣어 달라. 그뿐.

서해성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