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방정부

김해시, 외자유치 빌미 특정산단 특혜 의혹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3. 17.

시, 외자유치 빌미 특정산단 특혜 의혹
2013년 03월 12일 (화) 16:45:43 호수:114호  1면 최윤영 기자 cyy@gimhaenews.co.kr

   
▲ 난개발에 따른 환경피해가 예상되는 한림면 명동리 김해사이언스파크 예정지 산비탈. 김해시는 외자유치를 강조하고 있으나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림 명동리·주촌 덕암리 일대
구로다전기·인도네시아 기업
대규모 직접투자 대대적 홍보
경사도 높아 형평성 문제 부각
투자규모 실행 여부 논란 증폭


김해시가 외자유치를 빌미로 산지(山地)를 대상으로 한 특정 산업단지 조성을 잇달아 허용, 김맹곤 시장의 난개발 방지 공약과 '민선 5기'의 치적인 경사도 입지 강화 정책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특정 기업들에게 엄청난 시세 차익을 보장하는 특혜 행정이란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 김해시, 대대적인 외자유치 홍보
김해시는 한림면 명동리 산 165의 1 주변과 주촌면 덕암리 산 8 일대를 산업단지로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일본 구로다전기㈜(대표 카네코 다카시)와 인도네시아 '피티 블루 씨 인더스트리(PT. BLUE SEA INDUSTRY·대표 이국형)'에서 각각 대규모 직접투자를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구로다전기가 들어오기로 한 김해사이언스파크 일반산업단지는 올해 착공, 오는 2015년 완공이 목표다. 사업비는 1천990억 원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 16일 경남도와 김해시, 경남은행, 구로다전기, EK인더스트리㈜(대표 정태영)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몇몇 언론은 구로다전기와 협력업체가 4천억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사업 시행자는 ㈜에코테크웰코리아(대표 카네코 다카시)이다. 김해시는 지난해 11월 투자의향서를 접수했고 3월부터 산업단지계획안 승인절차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관련기관과의 협의가 늦어져 전체 일정도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피티 블루 씨 인더스트리가 입주할 예정인 이노비즈밸리 일반산업단지는 올해 안 착공, 오는 2015년 완공이 목표다. 사업비는 750억 원이다. 인도네시아 삐깔롱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피티 블루 씨 인더스트리는 수산물 가공업체다. 지난해 11월 15일 사업 시행자 ㈜에스앤비(대표 이병철)가 김해시에 투자의향서를 접수시켰고, 지난 1월 10일 경남도 도시계획과에 입지타당성 사전검토를 의뢰했다. 현재 국토해양부 등 관련기관을 상대로 실시계획 인가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 난개발 막자고 만든 조례는 유명무실
문제는 이 산업단지들이 산을 깎아냈을 때라야 조성이 가능해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이노비즈밸리는 25만 8천900㎡, 김해사이언스파크는 무려 70만 7천559㎡의 녹지를 훼손한 가운데 들어설 예정이다.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인 주촌면 덕암리 산 8과 한림면 명동리 산 165의 1은 주소에서도 알 수 있듯, 경사도 규제에 따르면 공장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김해시는 상위법인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이하 산업단지 특례법)'을 적용, 스스로 만든 조례를 무력화할 방침이다.
 
2011년 8월 시행된 산업단지 특례법은 통상 1~2년 걸리는 도시기본계획 변경 절차를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민간사업자는 그전처럼 SPC(특수목적법인)를 만들지 않아도 녹지지역 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김해뉴스>가 확보한 김해시 내부자료를 보면,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사업계획 조정을 요청했을 정도로 '외자유치'라는 명분이 없었다면 추진할 수 없는 지역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김해사이언스파크 조성 과정에서 1천100만㎥의 흙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이노비즈밸리의 경우 김해상공개발이 2010년 해당 지역 맞은편 야산을 대상으로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했지만, 난개발을 이유로 반려된 적이 있어 형평성 논란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김해사이언스파크 예정지 주변은 고압 송전선이 지나가기 때문에 이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경우 추가적인 환경 피해가 예상된다. 시행사 측은 "송전탑은 다른 곳으로 옮기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해시 관계자는 "송전탑을 피해서 산업단지를 조성할 예정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엇갈린 답변을 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또 "우리나라는 산림이 70%라 땅이 부족하고, 산업단지 예정지에 보전이 필요한 산림은 없다"며 "기존 산업단지 개발 일정과 외자유치 시기가 달라 별도의 입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해당 산단은 사토의 양 말고도 여러 가지가 지적됐고 사업계획이 수정될 예정"이라면서도 "아직 초안 및 본안 심사가 진행되지 않아 평가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자세한 답변을 피했다.
 
■ '빛 좋은 개살구' 된 외자유치
김해시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외자유치 성과 역시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일단 외국기업의 직접투자 규모부터 불분명하다. 김해시는 이노비즈밸리의 경우 인도네시아 기업과 국내업체가 공동으로 5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해시 내부자료를 보면 ㈜신우엘에스산업 230억 원 65.7% 투자, ㈜비아텍 125억 원 34.3% 투자라고 언급돼 있어서 외자의 규모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입주 예정인 한국 기업들은 수산물 가공과 관련이 없는 업종이다.

   
 
이에 대해 김해시 관계자는 "이노비즈밸리에 들어가는 외국기업의 직접투자액은 입주면적에 비례한다"고 말해, 이노비즈밸리의 외자유치 규모가 알려진 것보다 적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김해사이언스파크 역시 구로다전기와 협력업체가 4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알려졌지만, 관련 보도에 따르면 구로다전기가 400억 원을 내겠다고 한 뒤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곳의 외자유치 규모는 구로다전기 협력업체를 얼마나 유치하는가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사업 시행자의 실체마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특혜 시비는 증폭될 전망이다. 이노비즈밸리의 시행자는 ㈜에스앤비(대표 이병철)인데,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외자기업보다 더 큰 면적에 입주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이노비즈밸리에 함께 입주할 예정인 신우엘에스산업의 대표 역시 이병철 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노비즈밸리는 이병철 씨의 법인이 전체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것이다. 게다가 기계를 취급한다고 알려진 ㈜비아텍이 들어올 계획이라 이노비즈밸리는 외국기업의 비중이 6분에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도네시아 기업의 대표가 한국 출신이란 점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해시 관계자는 "(건설자재를 만드는 신우엘에스산업과, 수산물을 가공하는 인도네시아 기업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다"며 확인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신우엘에스산업 관계자는 "피티 블루 씨가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땅을 샀고, 산업단지에 투자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며 "외국 기업이 공장을 지어 들어오기 때문에 외자유치는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단지 허가는 김해시 혼자서 할 수 없다. 경남도를 비롯한 여러 관계기관이 우리가 제출한 의향서를 검토해 결정할 문제이므로 특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해사이언스파크는 구로다전기가 시행사 ㈜에코테크웰코리아를 설립했으나 실제로는 EK인더스트리㈜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K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에코테크웰코리아의 현장사무실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EK인더스트리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장유자동차학원 근처에 있다"고 답했으나 "나중에 보자"며 방문을 거부했다.
 
■ 원칙 없는 행정이 특혜 의혹 불러
김해시가 외자유치 실적을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두 산업단지는 결국 특혜 의혹만 낳고 있다. 지역 상공인들은 "김해시의 조치는 엄청난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녹지지역 산업단지 개발"이라며 "앞에서는 난개발을 '지양'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난개발을 '지향', 시민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은희 환경소공동체 숲정이 대표는 "'성형괴물'이라는 말을 들어봤나. 겉포장에만 신경 쓰는 바람에 미래를 위한 생명력을 갉아먹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말"이라며 "김해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없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