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친노세력이 권력 놓아야 민주당 새로운 모색 가능하다”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22.

[연속인터뷰-18대 대선과 진보개혁진영의 혁신 ⑥]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3-01-13 15:45:04 l 수정 2013-01-14 09:26:22

18대 대선은 야권 지지자들이 이른바 '멘붕'이 될 만큼 야권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걸맞는 평가와 성찰, 이에 기반한 혁신 논의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습니다. 치열한 논쟁과 깊은 성찰이 없다면 다음 대선은 또다시 야권의 패배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된다면 가장 고통받을 이들은 이 땅의 민중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에 <민중의소리>는 '진보개혁진영의 혁신'이라는 주제 아래 학자, 전문가, 정치인 등 각계의 평가와 성찰을 연속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론 등 기고도 환영합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안철수 지지층의 이탈이 대선 패배의 주요한 요인"이라며 "문재인 후보는 괜찮은데 민주당은 싫은 '비민주당'층의 마음을 잡지 못해서 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박사는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친노 프레임을 넘어서야 했는데,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또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승산이 낮은 후보가 단일후보로 된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라며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상대하는 후보가 됐다는 데 (이번 선거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친노세력이 권력을 내려놓으면 다른 모색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내부 동력으로 새로 태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대선 끝나고 강연 많이 다니시던데.

“주로 대선 패배 원인을 진단하고 앞으로 갈 길을 얘기하는데 (제 강연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 대선 판을 냉정하게 보는 노력이 취약했던 것을 확인하게 된다. 여론을 끌고 가는 사람들과 파워트위터리안들이 대선판을 냉정하게 읽는 것이 취약해서 많은 사람들이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했던 것 같다.”

-페이스북에 종편채널 출연에 대한 고민을 적어놓으셨던데, 엊그제 TV조선에 출연하신 것 봤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

“그동안 MBN만 출연했는데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나로서는 의미를 부여하고 종편출연을 안 해왔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전략이다. 50~60대 같은 경우 종편을 보면서 영향을 받은 걸로 본다. 현실에서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데 선을 긋고 거부하는 게 능사는 아니었다. 종편의 불공정이 몇 사람 출연한다고 바로잡아지지는 않겠지만 제한적으로라도 다른 목소리가 필요하다. 굳이 나서서 기회를 차단할 필요는 없다. 진영 대 진영간에 선을 먼저 긋는 것이 현명한 방안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사람한테 우리 얘기를 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상대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 종편에서 출연 요청이 있으면 나가려고 한다.”

-12월 19일로 돌아가보면 투표율이 높아서 오후에 문재인 후보가 이길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다.

“착시현상이었다. 민주당한테 속은 거다. 구조적으로 이길 수 있는 선거가 아니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도 매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문재인 후보가 계속 지는 걸로 나왔다. 다만, 마지막 하루 이틀을 남겨두고 역전된 조사가 2~3개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골든크로스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는데, 골든크로스는 발생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막판에 취했어야 할 모습은 여전히 상황이 어렵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서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열세를 인정하고 최후의 승부수를 던지면서 지원을 호소했을 때 마지막 가능성이 있을 수 있었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 이겼다고 자만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열세 상황을 확인하면서도 끝까지 간 것이다. 대단히 무책임한 모습이었다.”

-민주당이 마지막에 던졌어야 할 최후의 승부수는 무엇인가.

“친노세력이 자신들의 권력을 내려놓는 모습, 국민들한테 이제 친노라는 계파가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이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면 제2의 참여정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어야 했다. 이게 패인의 중요한 요인인데, 안철수가 존재했을 때 모여있던 층에서 이탈한 것 때문에 패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권교체에 동의하지만 민주당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안철수 후보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결국, 비민주당층, 즉 문재인은 괜찮은데 민주당은 싫다, 문재인은 괜찮은데 친노는 싫다는 층의 마음을 잡지 못해서 진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친노 프레임을 넘어서야 했는데, 문재인은 노무현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기는 선거를 만들려고 했다면 그 문제를 넘어서야 했다. 저는 구체적으로 세 가지를 제안했었다. 이해찬의 정계은퇴선언과 계파로서 친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 참여정부 출신 핵심 인사의 백의종군 선언, 문재인 후보의 의원직 사퇴, 이 세 가지를 공개적으로 제안했었다. 뒤의 두 가지는 다른 사람들도 제기한 문제인데 받지 않았다. 앞에 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센 카드가 필요했다. 다 던졌다고 해도 쉽지는 않았겠지만 초박빙의 해 볼만한 상황까지는 갔을 것이다. 친노 프레임을 넘어서는 결단을 하지 못한 것은 문재인 후보의 책임이다. 문 후보 본인이 친노가 왜 문제냐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친노 얘기가 나올 때마다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줬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의 한계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앞으로 정치인 문재인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문재인 후보가 대선 후에 보인 모습이 당혹스럽다. 역대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가시적 행보를 이렇게 빨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대선 패배,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무거운지 모르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지게 만들었는데, 내가 문재인 후보라면 정계은퇴를 했을 거다. 정권교체 무산의 책임은 누가 지는 건가. 민주당도 후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4.11 총선 후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4.11 총선은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였는데 져 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봉합했다. 그리고 대선에서 또 패배의 주역이 된 상황이다. 이번에도 져서 미안하다 한 마디 하고 덮고가자는 그 얘기다. 이렇게 가면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지고, 5년 후 대선에서 또 지는 거다. 문재인 후보에게 있을 수 있는 상황 중에서 제일 불행한 건 친노라는 계파의 수장으로 복귀하는 거다. 문 후보가 친노 수장으로서 자기의 정치적 역할을 한다면 그건 우리 정치의 불행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문 후보가 5년 후 대선 후보는 자신은 아니라고 한 약속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50~60대의 박근혜 후보 지지, 특히 50대가 대거 투표장으로 나가 박 후보를 지지한 것과 관련해 중도층을 위한 전략이 없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략 이전에 구조이 문제를 먼저 얘기하고 싶다. 지난 대선이 어려웠던 것은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상대하는 후보가 됐다는 게 구조적인 한계였다.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승산이 낮은 후보로 단일화가 된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한테 지난 1년 동안 계속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1년 동안 박근혜 후보를 상대할 때 대부분 이기는 걸로 나왔다. 단일후보는 박근혜를 이기는 후보를 만들려는 것이었는데 결과가 반대로 나온 것이다. 승산이 낮은 후보가 승산이 높은 후보를 밀어내면서 구조적으로 이기기 어려운 선거로 판이 짜여졌다.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정당의 이익을 우선시 하지 않고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안철수를 단일후보로 올려주고 자신들이 총력지원하는 게 사심없는 모습이었다.

안철수 후보 책임도 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꼬이면서 (단일화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건데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생각을 국민들한테 잘 전달하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면 아무리 힘센 민주당이 밀고 나와도 자신이 단일후보가 될 수 있는 길이 있었을 것이다. 안철수에게도 정치적 책임이 있다. 미국에서 돌아오면 정권교체 실패에 대해 무겁게 사죄하는 모습부터 보이고 정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안철수가 단일후보가 됐어도 장담은 못하지만 70%의 승산은 있었다. 승산이 높은 길을 닫아버리고 승산이 낮은 길로 들어선 한계가 있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



50대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는데 그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걸로 보인다. 5년 후면 50대 이상이 240만명이나 더 는다고 한다. 인구 구성에서 고령화에 따른 보수화도 예상된다. 박근혜를 찍은 50대의 일부는 10년 전에는 노무현을 찍었는데, 이번에는 50대가 생활의 책임을 안고 있는 세대로 현실적 선택을 한 것이다. 50대는 생활적 어려움에 부딪혀 있는 상황에서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세대다. 50대가 야당에 정권이 넘어가면 나의 미래가 불안하다, 박근혜는 민생을 해결하거나 지원하는 것에 관심을 크게 갖고 있다, 이렇게 받아들이면서 대거 투표장으로 갔다는 건데 상당히 이유있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야권이 제시하는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이념적 대안으로는 우리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50대에게 피부에 와 닿은 것은 총론적이고 이념적인 접근이 아니라 개별적인 문제, 즉 하우스푸어, 가계부채 등에 관해서 구체적 어려움을 풀 수 있는 생활적 대안을 우선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유권자 입장에서 자신의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 관심을 보여주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존의 전통적 진보노선의 한계를 넘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진영논리에 갇혀서 진보의 전통적 노선을 고수하는 방식으로는 달라질 것이 없다. 유권자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활 정책에서의 비교 우위로 다가가야 한다. 민주당, 진보정당 모두 그런 부분에서 눈에 띄는 게 없다.”

-몇 가지 패인을 언급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가 관건인데, 민주당은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이 내부 동력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비관적이다. 그동안 당을 주도한 친노 주류세력이 당권을 놓을 의사가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다. 대선 후에 친노는 원내대표에도 도전했다. 친노가 당내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면 답이 안 나온다. 민주당내 권력구조는 친노 주류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결국 민주당내 친노주류세력이 여당과의 선거에서는 번번히 지고 당권 경쟁에서는 이기는 묘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에 변화가 없이 민주당이 어떤 변화가 가능할 지 회의적이다. 물론 비노, 비주류 세력도 대안으로서 신뢰를 갖고 있지 못하고 구심도 없다. 민주당은 결국 지방선거에서도, 다음 대선에서도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본다. 당내 계파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외부 충격이나 동력에 의해서 야권 전반의 질서재편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본다.”

-민주당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리더십의 문제와 낡은 세력을 대체할 새로운 세력이 없다는 것이 아닌가 한다.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답을 만들지 못하면 그 다음에는 민주당이 버려지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한계를 넘어서는, 여당세력과 대결에서 이길 수 있는 선거를 하는 대안 야당 출연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게 될 거라고 본다. 신당의 출현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대안적 신당의 출현이 가시화된다면 그 중심은 안철수가 될 것이다. 안철수는 정치는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에 들어가서 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안철수가 민주당에 들어가봐야 꼼짝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뻔히 알거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밀려났는데 지금 민주당 들어가봐야 정치적으로 무장해제 당하면서 별 다른 존재가 못 된다는 것을 알 거다.

결국 신당 창당의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신당이 출현하면 민주당에서 이탈할 의원들이 있을 것이다. 재보궐 선거 거치면서 안철수도 국회 진출을 목표로 나서게 될 거고, 안철수와 가까운 단 몇 사람이라도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같이 들어갈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신당이 가시화되면 야권은 민주당과 신당의 경쟁 체제로 들어갈 거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 우위가 가려지지 않겠냐. 현재 민주당을 보면, 왜소화되고 친노 프레임에 갇히는 정당이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일시적으로 분열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이기는 구조로 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니겠나 싶다.”

-친노가 당내 권력을 잡고 있는 야당으로는 다음 대선이 어렵다고 보는 것인가.

“친노세력이 권력을 내려놓는다는 결단을 내리면 여러 가지 모색이 가능하다. 여기서 막히니까 다른 모색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언제까지 노무현 대통령 이름을 팔아서 천년 만년 야당하면서 야당 권력을 쥐고서 그렇게 갈 건지, 국민들의 정권교체 염원을 무산시켜가면서까지 야당 권력을 자신들이 쥐고 있을 이유가 무엇인지, 그걸 묻고 싶다. ‘우리 만한 세력이 없지 않냐, 우리가 물러나면 누가 야당을 이끄냐’라는 생각이라면 그건 독재정권 시절 장기집권할 때 논리랑 같다. 자리가 비워지면 그 빈자리는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채워지게 돼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역사적 잘못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을 지는 것이다. 책임을 지지 않으니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는 것이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이 물러나지 않고 야당 권력을 계속 갖고 있으면 지는 구조로 계속 갈 수밖에 없다. 지는 구조를 무너뜨리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는 구조를 이기는 구조로 만든다는 것은.

“민주당 친노세력이 야당 권력을 쥐고 있는 이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다음 번 선거를 이길 수 있는지 답을 내놔야 하는데 이대로는 또 진다는 거다.”

-진보정당의 전망에 대해서는.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대선을 거치면서 진보정당도 노선의 변화를 요구 받았다. 진보정의당은 워낙 빨리 연대로 합류해서 평가할 게 없고, 통합진보당 중심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 진보정당의 정책이 유권자 생활상의 문제에 밀착하지 못했다. 진보정당의 정책대로 가면 어떻게 당신들의 어려움을 풀어줄 수 있는지 메시지를 주지 못했다. 통합진보당이 기억에 남는 거는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 공격한 것 밖에 없다. 진보정당이 민생문제를 도와줄 수 있는 정책을 선도하는 정당이라는 메시지를 줘야 하는데 이것은 실패했다. 진보정당도 여전히 이념세력으로 비춰졌는데, 앞으로 전통적 진보노선을 고수할 게 아니라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정희 때문에 졌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양 측면이 같이 있었다고 본다. 젊은층의 선거 관심을 일깨운 효과가 있었고 무미건조하고 지리한 선거에 자극제가 됐다. 반면, 50대 이상층의 결집을 강화시킨 면이 있다. 저도 1차 토론을 보고는 시원하게 잘 한다, 진보정당의 후보가 충분히 저럴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했는데, 보수층한테는 위기 의식을 불러 일으키고 박근혜 동정론을 일으킨 측면이 있다. 이정희 때문에 박근혜가 됐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TV토론이 영향이 있었다고 해도 구조적으로 어려운 판이었기 때문에 제한적 영향이었을 거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진보에 바라는 시선도 변했다고 생각한다. 싸우는 진보, 거칠게 비난하는 진보 보다는 품격있는 진보, 룰을 지키는 진보를 원하는 쪽으로 변했다고 본다. 이정희 후보도 1차 토론과는 달리 2차 토론에서는 정책의 비교 우위를 보여주면서 차분한 기조로 갔다면 역풍을 막지 않았을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2차 토론 말미에서는 통합진보당 내분 사태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길 원했었다. 과정의 잘잘못이 어떻든, 누구에게 책임이 있었든지 간에 정치세력으로서 국민들한테 면목이 없다, 새로운 각오로 출발할테니 지켜봐달라고 얘기하는 게 필요했다고 본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은 (자신들이) 왜 사과를 하느냐는 정서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진보정당 노선의 변화를 얘기했는데 정치문화의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미래를 기약하려면 앞만 보고 모든 것을 투쟁하는 식으로 밀고가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세력이 때로는 옆을 쳐다볼 수도 있고 뒤로 물러설 수도 있다. 그게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정치세력의 모습이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은 지난 해 사태 때부터 앞만 보고 왔다. 그게 내부 결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민들 눈높이에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아니다. 고립된 위치에서 자기들끼리 가겠다는 게 아니라, 국민들 동의와 지지에 호소하는 세력이라면 국민들한테 친숙한 문화로 다가가는 것이 요구된다. 지금은 너무 다가가기 어려운 세력, 뭔가 다른 세상에 있는 문화를 가진 세력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멘붕(멘탈 붕괴) 힐링이 대선 후에 유행인데, 냉정하게 돌아보면 처음부터 어려운 선거였기 때문에 멘붕을 겪을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대선판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한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힐링을 너무 오랫동안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중요한 건 개인의 힐링이 아니라 역사적 힐링이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이 구조로 치르면 새누리당한테 또 진다. 지는 구조를 이기는 구조로 변화시키는 길이 무엇인지 눈을 돌려야 한다. 지금부터 눈을 돌리지 않으면 2014년에도 지고, 2016년에도 지고, 다음 대선에서도 진다. 야권 세력의 재정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