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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선 패배는 계파구조·패권주의에 지휘부 무너진 결과”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22.

등록 : 2013.01.21 20:30 수정 : 2013.01.21 23:05

 

문희상 통합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민주당 문희상 비대위장 인터뷰

사자 100마리가 양 1마리 놓고
서로 잘났다며 각자도생 형국
임기내 계파문제 해결에 최선

문 후보에 무한책임 맞지만
당도 오락가락 제 역할 못해
문 후보 다시 필요할 때 올 것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당시 (문재인 선거대책위원회가) 전략도 없었고, 전략을 운용할 수 있는 주체도 없었다. 민주당의 계파구조와 패권주의로 인해 지난 대선을 지휘할 지도부가 무너진 결과”라고 지난 대선 당시의 민주당 상황을 진단했다. 문 위원장은 21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한 인터뷰에서 “비유하자면, 사자 100마리가 모여 양 1마리를 지휘하겠다는 상황이었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도생하고, 서로 잘났다고 하고, 그 결과 전략을 이끌어갈 대장이 (선대위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임기 안에 계파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후보가 선대위를 잘 만들었어야 하는데, 결국 문 후보 책임 아닌가?

“물론 최종 책임은 문 후보가 져야 한다. 무한책임이다. 그러나 그 옆에서 깃발을 들어주는 게 당이다. 여기도 대장이 없었다. 게다가 그 기치가 선명하지도 않았다. 정체성이 왔다갔다 했다.”

-왜 그렇게 됐나?

“친노·비노 간의 싸움이 계파주의로 드러난 것이다. 계파 이기주의만 보면 친노도 비노도 똑같다. 대선을 진두지휘할 사령관을 못 만든 것도 각 계파가 누군 이래서 안돼, 누군 저래서 안돼 이러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리더십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대선 사령부를 구성하지 못한 것은 친노·비노 문제가 아니라 계파 이기주의, 패권주의 때문이다. 이걸 없애야 한다.”

-문 후보가 대선 뒤에도 정치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데, 후보가 대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로는 아쉬워 보인다.

“그게 바로 문 후보의 성격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죄송하다고 나서기도 부끄러워하는 심리는 좋은 면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적 사고를 하는 사람 같으면 벌써 영국 간다거나 독일 가서 피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를 기다릴 것이다. 문 후보는 그러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착한 사람이다.”

-기존 정치인처럼 노회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래서 후보가 된 것이다. 안철수가 만든 새로운 바람과 문 후보의 캐릭터가 합쳐져 얻은 결과다. 그 에너지를 흡수하지 않으면 아쉬울 것이다. 머지않아 (문 후보가) 필요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쯤?

“그쯤 되면 문 후보에게 지원유세해 달라고 난리가 날 것이다. 선호도 1번이 문 후보일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들어오면 안철수일 수도 있겠지. 지금으로서는 문 후보다.”

-말씀하신 계파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현재의 집단지도 체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제도의 문제인데 일장일단이 있다. 민주성을 확대하는 게 목표일 때는 집단 지도체제가 맞다. 그런데 지금은 전쟁에 준하는 사태이니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리더십을 높이는 차원에서 단일지도체제가 맞다고 본다.”

-이번 대선 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이뤄지나.

“평가위가 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일체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결론에 따라서 집행을 할 것이다. 앞으로의 비대위 100일을 정권 초기 100일과 같이 생각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앞으로 100일이 중요할 것이다. 당선 뒤 100일 안에 중요한 것은 다 해야 하고, 개혁은 1년 안에 다 해야 한다. 그렇다면 야당 협조가 결정적이다. 저는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등에서 공통적인 부분이 많으니까.”

-쇄신을 통해 세대교체가 더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나이가 많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노·장·청의 조화가 필요하다. 이분법으로 접근하지 말고 민생에 맞는 맞춤형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민주당도 현대화·민주화의 길로 가서 성숙한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우선 발의할 수 있는 100대 법률을 뽑아서 박근혜 새 정부를 지원해 줄 것이다. 성숙한 야당이 될 것이다. “

비대위 100일=박 정부 100일
공감대 있는 부문은 적극 협력
청와대도 야당과 소통해야 성공

나무가 숲 되면 새는 저절로 와
안철수와 함께 나무 심자 하면
마다할 사람 없지만…오시겠나?

-비대위의 석달이 박근혜 당선인의 초기 100일과 겹친다. 야당이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박 당선인의 협력을 기대하시나.

“청와대는 여당과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야당을 지렛대로 써야 한다. 여당도 살려면 야당이 필요하다. 그게 잘못되면 (청와대의) 지시를 받을 뿐이다. 18대 국회가 그랬다. 청와대 행정관이 국회의장에게 전화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 18대 국회였다. 박 당선인이 성공하려면 야당과 협력할 것이다. 소통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안철수 후보가 이르면 3월에 귀국해서 4월이나 10월 재보선에 나올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안철수 후보가 입당할 수 있는 정도의 쇄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억지로 새를 부를 수 없다. 나무가 많은 숲이 되면 새가 저절로 온다. 혁신은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는 작업이다. 물론 지금 (안 후보가) 나무를 같이 심자고 하면 마다할 사람이 어딨나. 좋은 자산인데. 하지만 (안 후보가) 오시겠나. 우리는 우리대로 (쇄신) 할 것이다. 물론 안 오면 그 양반(안 후보)도 손해다. 개간해서 자기 땅을 갖고 싶어할 텐데 그게 쉽지 않다. 새롭게 경작하려면 배고픈 기간이 있다. 우리가 밭이 있으니 힘을 합하면 되지 않나.” 인터뷰 성한용 선임기자, 이태희 기자

정리/하어영 기자 ha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