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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J Report] 공매도, 시장을 망친다?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4. 19.
[중앙일보] 입력 2013.04.19 00:50 / 수정 2013.04.19 00:50

주가 하락에 베팅해서 돈 버는 공매도 … 다시 불 붙은 타당성 논란

 

 

셀트리온 사태를 계기로 주식 공매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공매도 논란이 인 지 4년여 만이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되사 갚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 이익을 챙기는 투자법이다. 주식을 샀다가 주가가 오를 때 팔아 수익을 내는 것과 180도 반대다. 금융위기 직후엔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공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주가 하락을 가속화시켰다. 공매도도 매도의 일종이어서 많아지면 주가가 떨어진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공매도가 주식·외환 시장의 불안정성을 지나치게 높인다”며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결국 그해 10월 1일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됐다가 증시가 안정을 찾은 이듬해 6월 금융주를 제외하고 다시 허용됐다.

 셀트리온이 불러일으킨 논란은 그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시장 전체가 위협받던 금융위기 때는 ‘공매도’ 자체가 논란이 됐다. 전면 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도 그 때문이다. 이번엔 좀 종류가 다르다. 공매도가 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때 발동돼야 할 규제가 제 역할을 하느냐에 맞춰져 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동호회도 공매도 전면 금지를 주장하지는 않고 있다. 주주들이 요구하는 것은 “공매도가 일정 상황에 이르면 주주 보호를 위해 금지 종목 지정을 해야 하는데 않고 있다. 이걸 해달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공매도 제도 자체가 아니라, 제도 운용에 잘못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사실 공매도는 거의 모든 선진국이 도입한 제도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준석 박사는 “공매도는 주식 가격을 보다 합리적으로, 빨리 결정하는 기능이 있다”고 말한다. 우선 주가 거품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한다. 기업 이익 같은 실질가치에 비해 비싸다 싶은 주식은 언제든 공매도가 끼어들 소지가 있다는 생각에 투자자가 사기를 꺼리게 된다. 또 기업에 악재가 있을 때 이를 빨리 파악한 투자자가 공매도를 함으로써 가격 조정이 금세 이뤄지도록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악재 정보를 빨리 접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개인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그러나 그건 반대로 주식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처럼 주식을 잘 사서 큰돈을 버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공매도를 통해 대박을 친 인물도 있다. 첫손에 꼽히는 게 데이비드 아인혼 미국 그린라이트캐피털 회장이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 중반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그는 리먼의 재무상 문제를 파악하고 공매도를 해 큰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공매도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만 봐도 그렇다. 현대산업개발(종목명 현대산업)은 올해 전체 거래액의 15.6%가 공매도였다. 5.7%인 셀트리온과 비교가 안 된다. 그런데도 올 들어 17일까지 주가가 5.1%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3.7% 빠진 데다가 공매도 공세에까지 시달렸는데도 주가는 오른 것이다. 외국에선 공매도 투자자가 그야말로 쪽박을 찬 일이 있다. 2008년 헤지펀드들이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 주식을 대량 공매도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단기간에 주가가 300% 급등했다. 이로 인해 당시 헤지펀드들이 380억 달러(42조5600억)를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도 이처럼 위험을 안고 하는 투자다. “공매도 자체가 문제다”라고 하기 힘든 이유다. 불만은 ‘공매도에 대한 규제 발동이 되지 않고 있다’는 데서 나온다. 현행 제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매도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20거래일간 공매도액이 전체 거래액의 5%(코스닥은 3%) 이상인 경우가 그렇다. 이럴 땐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공매도 금지 종목 지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코스닥 주식인 셀트리온은 이 기준에 해당된다. 하지만 조건이 또 붙는다. ‘공매도가 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다. 다시 말해 별다른 악재가 없는데도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지수 또는 업종 평균보다 훨씬 많이 떨어져야 한다.

 셀트리온은 일단 주가가 많이 떨어지기는 했다.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코스닥지수는 12.5%, 코스닥 제약업종은 7% 올랐는데 셀트리온은 반대로 17.3% 빠졌다. 그럼에도 공매도 금지 종목 지정이 되지 않은 데 대해 한국거래소 나성채 주식매매제도팀장은 “공매도 때문에 하락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2일에는 공매도 비중이 전체 거래의 21.5%였는데도 주가가 오히려 올랐고, 공매도 비중이 4.1%밖에 안 된 17일에는 무려 13.4% 하락하는 등 공매도와 주가 하락 간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매도당하는 기업의 소액주주들은 악성 루머에도 시달린다. 당장 셀트리온부터 그랬다. 신약 시험(임상시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등의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공매도가 대부분 외국인에게서 나온 것이어서 소문과 공매도의 관련성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동국대 이준서 경영학과 교수는 “공매도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당국이 보다 적극성을 띨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공매도를 악용해 선의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꾼’들은 명단을 파악해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공매도 거래 관련 정보 제공에 인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날그날 종목별 공매도 거래는 알 수 있지만, 나중에 주식을 되사 얼마나 갚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수치가 나와야 공매도 물량 중 얼마큼이 청산되지 않고 쌓여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 강송철 연구원은 “미국은 청산되고 남은 공매도량을 종목별로 매달 두 차례 공표한다”며 “한국도 투자자를 위해 공매도 관련 정보를 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