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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틴틴경제] 자동차 연비가 뭔가요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3.

 

 

[중앙일보] 입력 2013.02.13 00:55 / 수정 2013.02.13 00:55

연료 1L로 얼마나 갈 수 있는지 나타낸 수치
광고와 실제 연비 차이 너무 커 전면 개편했죠

 

[일러스트=강일구]

Q 올해부터 자동차에 적용되는 연비 표시 방법이 확 바뀌었습니다. 바뀐 방식으로 연비를 측정해 보니 같은 차라도 과거 연비와 새 연비 사이에 큰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연비의 왕’이라고 불리던 도요타 프리우스가 대표적입니다. 이 차의 연비는 과거 방식으로는 L당 29.2㎞였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는 L당 21㎞로 낮아졌습니다. 같은 차인데 방식에 따라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인가요? 또 신연비란 무엇인가요?

A 디자인·브랜드·사후관리 등 자동차를 구입할 때 고려하는 기준 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연비입니다. 연비는 쉽게 말해 자동차가 1L의 연료로 얼마나 멀리 주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입니다. 기름값과 직결되다 보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연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집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모든 차에 다 적용되는 ‘정확한 연비’는 있을 수 없습니다. 같은 차를 타더라도 운전하는 사람의 습관이나 기후, 도로 환경 등에 따라 소모되는 연료량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동일한 방법으로 여러 차량의 연비를 측정해 발표한다면, 차를 구입할 때 좋은 비교 자료가 될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1988년에 처음 승용차를 대상으로 자동차 연비 및 등급표시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92년에는 연비에 등급을 매기고 라벨을 만들어 표시하는 방법도 마련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2011년 11월 “실주행 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연비 표시 방법을 도입해 2012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방법을 도입한 이유는 그동안 차량을 운행하면서 운전자가 실제로 체감한 연비와 공인 연비가 요즘 유행어처럼 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났기 때문입니다. 2010년 12월 에너지관리공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운전자의 69.4%가 ‘표시 연비와 체감 연비 간의 괴리감이 있다’고 응답한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차이가 컸던 이유는 이전까지의 연비 측정이 도심에서 주행하는 환경만을 기준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이 측정 실험은 차가 실제 도심 속 도로를 달리는 것은 아니라 자동차 바퀴를 제자리에서 굴릴 수 있는 측정기가 있는 실험실에서 진행됩니다. 총 주행거리 17.85㎞, 최고속도 시속 91.2㎞, 평균 시속 34.1㎞로 모의 주행을 하고 이때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등을 분석해 연료 소비량을 측정합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실제 운전 중 흔히 발생하는 급정거·급제동·급가속 등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새로운 연비 측정법이 도입된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새로운 측정법에는 도심 주행 상황뿐 아니라 고속도로 주행 상황과 고속 및 급가속, 에어컨 가동, 영하 7도 환경에서의 저온 주행이 추가됐습니다. 실험에 쓰이는 차량도 과거 주행 축적거리가 160㎞ 이내인 차량을 이용했던 것을 3000㎞ 이내인 차량을 사용하도록 바꿨습니다. 측정 결과가 실생활에 더 가깝도록 갓 뽑은 새 차가 아니라 꽤 탄 차를 기준으로 조사를 하는 셈이지요.

측정은 예전 방식대로 실험장치 위에 차를 올려놓고 진행됩니다. 그러나 도심 주행 상황뿐 아니라 총 주행거리 16.4㎞, 최고 속도 시속 96.5㎞, 평균 시속 78.2㎞로 달리는 고속도로 모의 주행을 한 번 더 실시합니다. 이렇게 구해진 각각의 연비 수치를 앞서 말한 다섯 가지 조건(도심, 고속도로, 최고속 및 급가·감속, 에어컨 사용, 저온 운전조건)을 반영해 미리 구해놓은 보정식에 대입합니다. 실험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추어 놓고 실험하기에는 제약이 많기 때문이죠. ‘5-cycle 보정식’이라 불리는 이 공식은 미국에서 실제 실험을 통해 만들어져 2008년부터 사용돼 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공식을 조금 더 국내 현실에 맞게 다듬어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계산을 거친 도심 연비와 고속도로 연비를 55대 45의 비중을 두어 합산하면 최종 공인연비가 나오게 됩니다. 도심과 고속도로 상황을 복합적으로 반영했다고 해서 ‘복합연비’라고도 부릅니다.

이렇게 복잡해진 방법으로 정확도를 높인 만큼 새로운 측정법으로 구한 연비는 예전보다 5~20%가량 낮은 수치가 나옵니다. 이런 연비 제도의 변화는 소비자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생긴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업체가 차를 팔 때 자랑하는 연비와 운전자가 체감하는 연비가 너무 다르다는 점을 소비자단체와 언론은 계속 문제삼아 왔습니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권리 주장은 이렇게 각종 제도를 개선하는 힘이 되기도 한답니다.

 
이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