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택시 기사들을 대신해서 할 말 있습니다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25.

등록 : 2013.01.25 20:31 수정 : 2013.01.25 21:22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오랜만에 등장한 것 같네요. 노현웅입니다.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키는 ‘택시법’(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국회 통과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 정부 쪽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법 개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나쁘지 않습니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찬성률이 65%를 넘는다는 여론조사도 나왔죠.

 

정부 쪽 논리는 이렇습니다.

 

1.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닌 개별교통이다

 

2. 1조9000억원에 이르는 재원이 필요하다

 

3. 택시법에 따른 지원은 업주들의 배만 불릴 뿐이다.

 

결국 택시는 정해진 노선을 정기적으로 운행하며 다수를 운송하는, ‘대중교통’이 아니기 때문에 택시법은 법체계상 옳지 않다는 겁니다. 또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면 막대한 재원이 투입될 텐데 이는 국고 낭비이며,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은 별도의 지원법안을 마련하면 족하다는 거구요. 정부는 이런 논리에 따라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안’(지원법) 제정안을 따로 준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말은 구구절절 옳아 보입니다. 그런데 택시업계에서는 운행 중단을 예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부는 그동안 택시업계의 난맥상을 사실상 방치해 왔습니다. ‘마이카’ 시대가 시작된 1995년 전국에 등록된 택시는 20만5000여대였습니다. 그런데 가구당 차량 등록 대수가 1대를 넘어선 지금, 전국의 택시는 25만8000여대입니다. 자가용이 귀하던 그 시절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이에 업체는 불황을 겪고 있고, 택시 기사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런데 택시 등록 대수, 누가 관리합니까? 국토해양부가 정책 결정하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허가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런 구조를 방치한 정책결정권자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 나올 법합니다.

 

또 정부가 마련하겠다는 지원법의 내용을 보면 수년째 추진하겠다고 말만 해왔던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합니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 산업에 대한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나왔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반복돼 있다. 더구나 정부가 개정안 내면 국회가 의결해 줄지 여부도 불투명하고, 입법예고 기간까지 더하면 일러도 내년 상반기에야 시행될 수 있다. 우선 시간만 끌어보자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는다는 거죠.

 

더구나 정부는 지금 당장에라도 할 수 있는 택시업계에 대한 관리·감독도 사실상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민주택시노조연맹 추산에 따르면, 택시 범죄의 70% 이상이 도급 택시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급 택시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사납금 제도, 택시 회사의 노조 파괴, 경영진의 탈세 등 택시업계의 해묵은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가 감독권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택시사업자조합에 감독 권한을 재위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자 조합더러 사업자를 감독하라니 투명하게 감시가 되겠습니까? 이에 택시 기사들의 평균 월급은 130만원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2000년대 초반, 민주택시노조 등 택시 노동자들이 “사납금 제도 처벌규정 마련”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였겠습니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택시 기사들은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ㅠ꼬일 대로 꼬인 구조를 개혁해야 자기들한테까지 혜택이 오리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인정받게 되면 버스·지하철·철도 등과 함께 관리됩니다. 유독 ‘개판’으로 운영되는 택시업계의 투명성이 평균 가까이라도 올라가게 되겠죠. 또 택시법이 통과되면 국토해양부가 만드는 ‘국가교통 5개년 계획’에도 택시 정책이 포함됩니다. 택시 산업의 구조적 문제인 등록 대수 수급관리를 해결하려면 중장기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거죠. 자, 이 정도면 마냥 ‘지원만 해달라’고 보채는 상황은 아닌 것 같죠?

 

물론 택시업체 사장님들까지 구조 개혁을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만약 택시법이 국회 재의결로 통과되면, 그다음엔 업계 개혁을 놓고, 택시 기사들과 업체 사이에 힘겨루기가 진행될 겁니다. 아! 택시업계가 도대체 왜 저렇게 꼬여 있느냐구요? 한 연구원이 말해준 내용을 옮겨드릴게요. “국토해양부 대중교통과의 택시계에는 계장이 6개월~1년마다 바뀌어 전문성이 없다. 또 택시 산업을 전담하는 과도 없다. 그러니 어느 놈 하나 택시 문제를 책임지려고 나서질 않는 것이다.” 이만하면 답이 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