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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지식경제

적게 쓰면 돈 더내라? 황당 전기요금 개편안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3.

등록 : 2013.02.13 16:51 수정 : 2013.02.13 17:04

겨울철 전력사용량 급증으로 전력 수급 상황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에너지 사용 제한 단속 시행 첫날인 15일 오전 지식경제부와 서울시, 에너지시민연대 등 합동단속반이 서울 명동의 한 호텔 1층에서 실내 온도를 전자온도계로 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경부 ‘전기요금 누진제 단계 축소’ 검토
전기 많이 쓰는 사람은 오히려 인하 효과
누리꾼 “산업용 요금 개선은 외면” 비난

전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높아지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올해 상반기 중에 개편될 전망이다. 정부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구분된 현재의 누진제를 3~5단계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중인데, 전기를 적게 쓰는 서민층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지식경제부가 지난 4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무역에너지 소위에 보고한 전기요금 현안 자료를 보면, “현행 6단계(최대 요금차이 11.7배)의 주택용 누진제를 3~5단계(요금차이 4~8배)로 단계적 완화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누진제는 1974년 서민층을 보호하고 전기소비절약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주택용 요금에만 도입된 제도로 전기를 많이 쓰면 요금이 올라가는 구조다. 주택용에 비해 월등히 사용량이 많은 산업용·일반용 전기에는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지경부는 최근 냉난방 수요증가, 가전기기 보급 확대 등으로 주택용 전력사용량이 증가하고, 1~2인 가구의 증가로 낮은 단계 요금의 서민혜택 취지가 약화된 것을 근거로 누진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무더위에 에어컨 사용 증가로 일부 가구의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최대 8배 넘게 부과된 ‘전기요금 폭탄’논란도 고려됐다.

 

문제는 현재 검토중인 3~5단계 방안이 추진될 경우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서민가구 전기요금은 인상되고, 많이 쓰는 가구의 요금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지경부의 분석을 보면 3단계의 경우 한달에 평균 50㎾h의 전기를 쓰는 가구는 3121원의 요금을 더 내야하고 150㎾h를 쓰는 가구는 3832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반면 350㎾h 가구는 5379원을, 450㎾h를 쓰는 가구는 8738원의 요금을 덜내게 된다. 4단계의 경우도 50㎾h가구는 한달에 1984원 요금을 더 내지만, 350㎾h 가구는 1456원을 적게 낸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누진제 개편 필요성은 있지만 기본적인 소비 구간은 낮은 요금을 유지하되, 다소비 가정의 요금은 올려 그 수익을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지원으로 돌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또 상업용 요금에도 누진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경부도 이점을 고민하고 있다. 지경부는 “1단계 구간(월 100㎾h이하)을 150~200㎾h로 확대하여 서민층 보호구간을 넓히고,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할인제도 개선 등 보완대책도 같이 추진돼야 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지원을 받는) 기초수급자가 아닌 저소득층의 경우 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현재 검토안은 다양한 분석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데, 의견수렴 뒤 상반기 중에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누진 단계 축소 방침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선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누진제의 단계를 축소하면 결국은 전기를 적게 쓰는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인데, 여기에 대한 해법을 가지고 추진하는 정책인지 궁금하다” “(지경부의 방안은) 언뜻 보면 누진제가 개선되는 듯도 한데 결국은 적게 쓰는 사람에게 많은 부담을 지우고 많이 쓰는 사람에겐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너도나도 직접 난방보다는 전열기구나 전기제품을 쓰려 할텐데, 블랙아웃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모자라는 전기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은 없어 보인다” 등의 비판적인 반응이 주로 올라왔다.

 

트위터 이용자들도 “재벌·대기업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라는 요구는 무시하고 결국 부자들 전기요금 깎아주고 대다수 서민들에게 전기요금을 과도하게 부과하겠다고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정의 부담은 현재보다 줄고 적게 사용하는 집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 어이없군. 여름에 에어컨 빵빵 틀어주겠다” “이번 기회에 주택용 평균 단가도 내려야지. 왜 누진제만 축소하나?” “서민들을 점점 벼랑으로 모는구나. 정말 살기 힘들다. 거기다 정부는 기름을 붓는구나” 라며 반발했다.

 

이승준 김규남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