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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영도구/영도구

이야기 공작소 <2-1> 영도 스토리텔링 보물 캐기- 프롤로그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15.

역사적·시적인 絶影馬, 생명력 넘치는 태종대…흥미진진한 '스토리섬'

   
절영마를 키운 영도는 '이야기 보물섬'이라 불릴 만큼 스토리 자원이 풍부하다. 태종대에서 바라본 대마도의 모습이 국경의 상념을 부채질한다. 국제신문 DB
- 영도의 옛지명 절영도
- 조조의 애마 이름 '절영'
- 견훤-왕건 '말 거래 설화'
- 일제땐 '목도'라 불리는 등
- 국마장·명마 산지로 유명

- 천하의 명승인 태종대
- 삼국통일 이룬 태종무열왕
- 태종雨 내리게한 태종 등
- 두 임금 이름과 함께해

- 자살바위·주전자섬 등
- 얽힌 에피소드도 풍성

■그림자 끊어먹는 절영마

그래, 나 절영마야. 이래봬도 절영산(絶影産) 족보있는 명마라구. 적토마, 적로, 조황비전, 절영, 대완마 같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준마들이 내 친구들이야. 절영(絶影)은 조조의 애마라고 하지. 그림자조차 끊어먹을 정도로 빠른 말! 절영마의 이름을 거기서 따왔냐고? 하하,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라 절영도(絶影島)가 명마 산지라는 것, 그것이 오늘날 영도의 유래가 됐다는 것일 테지. 우리 문헌에 다 나오는 얘기지.

#1. 후백제 왕 견훤이 고려 태조 왕건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절영마 한 필을 보냈어. 보내고 보니 아차, 그게 아니야. 어느 술사가 말하기를, 절영마를 주면 후백제가 망한다는 거야. 그래서 견훤이 스타일 구기며 돌려주기를 청했지. 배포가 큰 왕건은 껄껄 웃으며 말을 돌려주었다지.(삼국사기)

#2. 신라 성덕왕도 절영마를 아꼈어. 중추절에 왕이 월성봉두에 올라 달을 구경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어. 그러다 대아찬 김윤중을 불렀어. 김윤중은 김유신의 손자야. 왕이 말하지. "과인과 경들이 무사태평한 것은 모두 윤중의 조부 덕이니…." 하시고는 윤중에게 절영산 말 한 필을 하사했다는군.(동국여지승람)

이만하면 내 족보를 알겠지. 영도는 삼국시대 때부터 국마장으로 이용됐다더군. 지리적·환경적으로 말 사육 조건이 좋았지. 영도는 삼한시대에는 변한, 신라 때는 거칠산국의 속령, 고려 때는 동래현, 조선조에는 동래부에 속했어. 임진왜란 후에는 공도책(空島策)에 따라 무인절도가 되었고, 1881년에야 절영도진(첨사영)이 들어섰어.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영도를 목도(牧島)라 부르며 이곳에서 다시 말을 길렀어. 여기서 길러진 군마가 만주 등지로 가서 그들의 침략전쟁에 이용됐다지. 하고 보면, (절)영도, 목도란 말 속에는 명마 산지라는 뜻이 고스란히 숨어있는 거지. 일제 때까지도 명마(절영마)가 적국에 넘어가면 나라가 망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고 하지. 견훤과 왕건의 거래에서 보듯, 절영마는 한 나라의 흥망과 국운을 상징하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지.

절영! 이 정도로 역사적이고 시적인 지명은 무조건 살려내야지. 근래에 비석이네, 산책로네 하며 내 이름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라 기가 좀 살아요. 중리산 기슭의 영도 승마장을 영화 재현의 거점으로 살릴 수도 있겠지. 암, 살려야지. 절영마를 영도 콘텐츠로 살려보라구!

■태종대, 삶의 희망을 지피는 곳

   
태종대 전망대 앞의 모자상. 옛날 자살바위라 불린 자리다.
영도 태종대는 천하의 명승이다. 산과 바다, 절경(신선대, 자살바위, 주전자섬), 길(탐방로), 절(태종사, 구명사), 등대, 배(유람선), 특미(불타는 조개구이), 즐길거리(다누비, 전망대)…. 게다가 역사성과 상징성까지 갖췄다. 세상 어디에 이런 곳이 있을까.

태종대 지명 유래에는 우리 역사상 태종(太宗)이란 이름을 가진 임금 2명이 등장한다.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룬 신라 29대 태종무열왕이 이곳에 와서 활을 쏘고 말을 타며 군사 조련을 했다 하여 태종대라 부른다. 가뭄이 들면 동래부사가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렸다.'(동래부지)

'속전하기를 신라 태종무열왕이 대마도를 토벌할 때 어가를 멈추고 머물렀던 곳이다.'(안정복 '동사강목')

'조선 3대 임금인 태종이 이곳에서 활을 쏘아 포장과녁을 맞춘 곳이라 하여 태종대라 한다. 가뭄을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낸다.'(영도구지)

조선 태종은 '태종우(太宗雨)'를 내리게 한 왕이다. 때는 1419년, 태종 치세 말년. 나라에 큰 가뭄이 들었다. 태종과 대소신료들은 비 오기만을 기다렸다. 음력 5월 초열흘날에 태종이 승하하자, 마침내 비가 왔다. 사람들은 이 비를 태종우라 이름했다. 비를 오게 한다는 점에서 태종대와 태종우는 모티브가 일맥 상통한다.

■영도 프로젝트 띄울 때

태종대 스토리 속에는 악명 높은 자살바위도 있다. 현재 태종대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1970년대엔 한해 30여 명이 몸을 던져 큰 사회문제가 됐다. 자살이 끊이지 않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란 웃지못할 문구가 내걸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문구가 되레 자살을 부추겼다는 얘기가 있으니 지독한 아이러니다. 1976년엔 태종대에 구명사(救命寺)란 절이 들어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죽어간 고혼을 달랬다. 그후 부산시가 전망대와 모자상(母子像)을 세운 후 자살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극복해야 할 스토리란 점에서 태종대를 주목하면 주변의 섬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태종대 전망대 앞의 주전자 섬이 그런 경우다. 일명 유분도(鍮盆島), 생도(生島)라 불리는 주전자섬엔 3가지 금기가 전해져온다. 용변 금지, 발화 금지, 성교 금지다. 왜 이런 금기가 생겨났을까. 섬의 형태가 제기를 닮았기 때문에 최대한 부정을 삼가고 신성한 분위기를 유지해 자연성을 지키자는 의미가 아닐까. 이렇게 풀어내는 것도 스토리텔링이다.

태종대 스토리텔링의 주제는 통합과 생명력이다. 통일을 이룬 태종무열왕이 그렇고, 기우제나 태종우가 그렇다. 생도는 '숨쉬는 섬'이 아닌가. 옛 자살바위의 '자살'을 뒤집어 '살자'로 바꾸고, 이곳에 번지점프대를 설치하는 것도 흥미로운 역발상이 될 수 있다. 태종대에서 전지구적 기후 변화를 얘기하는 '기우제 축제'를 열면 어떨까. 이곳에서 개인과 나라의 건강과 국운을 빌고, 지구 지키기의 메시지를 발신케 하는 것이다.

영도에는 절영마나 태종대 같은 스토리텔링 특급 소재가 적지 않다. 영도다리, 봉래산, 신선 이야기, 산제당 아씨, 깡깡이 아지매 등이 그러하다. 새로운 발상과 아이디어를 결합해 이를 하나 하나 문화콘텐츠로 만들면 '이야기 보물섬' 영도는 진짜 보물을 차지한다.


# '이야기 보물섬' 영도 TF팀 1차 회의

- "영도다리·조엄의 고구마 등 스토리 간직, 보고 느끼고 즐길 해안로·둘레길도 자랑"

   
영도 '이야기 보물섬' TF팀. 왼쪽부터 김영진 영도구 문화체육과장, 강영조 동아대 교수, 김두진 영도문화원 사무국장, 최부림 부산관광컨벤션뷰로 실장, 박창희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지난 26일 국제신문과 영도구,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는 '영도 이야기 보물섬 TF팀'을 구성, 1차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선 영도가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스토리 소재와 접근 방향, 콘텐츠화 가능성 등이 논의됐다.

동아대 강영조(조경학과) 교수는 "영도는 근대 부산의 원풍경을 간직한 생활사 박물관이라 할만하다"면서 "최고의 스토리 자원은 아무래도 영도다리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석구석 흥미로운 이야기를 간직한 영도의 장소를 네트워킹 하면서 자원을 수집 정리해 지도화 하고, 테마거리를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도구 김영진 문화체육과장은 "조선통신사로 대마도에 갔다가 고구마를 처음 들여온 조엄의 고구마 스토리를 놓쳐선 안 될 것 같다"면서 "구 차원에서 테마공원을 추진 중인 만큼 희망적인 스토리텔링이 따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관광컨벤션뷰로 최부림 홍보실장은 "부산항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 또한 영도가 아니냐"면서 "알리는 것에서 나아가 오게 하려면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절영해안산책로와 봉래산 둘레길은 최적의 코스라고 설명했다.

영도문화원 김두진 사무국장은 "영도로선 태종대를 놓칠 수 없다"면서 "태종대의 유래와 자살바위, 주전자섬 등의 이야기를 녹인 뮤지컬이나 오페라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이정은 간사는 "젊은 층을 끌어들이려면 태종대 자살바위 등 좋지 않은 이미지를 역발상으로 스토리텔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도구는 2년 전 '영도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 스토리텔링 사업 용역'을 실시해 핵심 스토리텔링 자원 82가지를 발굴, 정리한 바 있다. 당시 용역을 맡았던 해양대 김정하(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이들 원석을 잘 다듬고 가공하면 영도의 미래산업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야기 보물섬 영도 TF팀

▷강영조 동아대(조경학) 교수 ▷김두진 영도문화원 사무국장 ▷김영진 영도구 문화체육과장 ▷김정하 해양대(동아시아학) 교수 ▷박창희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이양훈 부산KBS PD ▷이정은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간사 ▷최부림 부산관광컨벤션뷰로 실장

※ 공동기획: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영도구,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