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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 ‘미국 구상’ 방향은…4월 재보선 돕나, 뛰어드나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7.

등록 : 2013.02.07 19:20 수정 : 2013.02.07 22:03

 

금태섭·송호창·강인철과 접촉
캠프사람들과 온라인 교감도
서울노원병·부산영도 출마할수도
정치권선 ‘2월~3월 귀국설’ 돌아
직접민주주의연구소 등도 관심

“깊이 뿌리내린 나무는 언덕 위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안철수 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송호창 무소속 의원(경기 과천)은 7일 트위터에 안철수 전 후보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같이 찍은 사진과 함께 이렇게 글을 올렸다.

 

송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앞으로 안철수 전 후보와 함께 해 나갈 정치에 대한 각오를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18일 출국 전에 같이 대선을 치렀던 이들에게 “앞으로도 저를 정치인으로 불러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안 전 후보는 여전히 샌프란시스코 팰로앨토에 머물고 있다.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딸 설희씨도 함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안 후보가 미국 유학 시절 3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다. 안 전 후보는 2005년 봄 안철수연구소 창사 10년을 맞아 대표이사직을 물려주고 유학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와튼스쿨 서부캠퍼스)에서 2년 과정의 최고경영자 경영학 석사(EMBA)를 마쳤다.

 

안 전 후보는 1월 초까진 운동과 독서에 집중하다 1월 중순부터 대선과정 복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금태섭 변호사가 방문한 것이 1월17일, 송 의원은 그보다 앞서 안 전 후보를 만났다.

 

안 전 후보는 전자우편과 미국판 카카오톡인 ‘바이버’(Viber)를 통해 캠프에서 같이 활동했던 이들과 교감하고 있다. 바이버에는 안철수 캠프에서 팀장급 이상으로 활동했던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방도 개설돼 있다. 안 전 후보는 최근에는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강인철 변호사를 샌프란시스코로 불러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강 변호사를 부른 것은 자신의 뜻을 한국에 있는 캠프 구성원들에게 전달해 달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는 7일 캠프 출신 인사들에게 ‘설날 인사’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짧은 편지에서 안 전 후보는 “오랜만에 인사드린다”고 운을 뗀 뒤 “매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과 관련해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께 기대하셨던 결과를 만들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 마음들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최근 대선 과정에서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을 자인하며 지지자들에게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약속했던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계속 살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힌 바 있다.

 

안 전 후보와 안철수 캠프의 정치활동 재개는 4월 재보궐선거와 10월에 있을 재보궐선거가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월 재보선이 실시될 경우, 서울 노원병, 인천 동구·중구·옹진, 부산 영도, 포항 남·울릉 등 4곳 정도가 예상된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노원병)의 14일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 재상고심 대법원 선고공판 결과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안 전 후보가 출마를 한다면, 가능한 곳은 서울 노원병과 부산 영도 정도다.

 

안 전 후보와 교감이 있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안철수 전 후보가 정치를 계속하려면 4월 재보선에 나와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아닌, 금태섭 변호사가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 안철수 캠프에서 실장급으로 일했던 한 인사는 “캠프에서 출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사는 금태섭 변호사와 조광희 변호사가 우선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안 전 후보가 급하게 4월 재보선에 나서기보단, 시간을 두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일러야 10월 재보선 때가 되어야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0월에는 수도권 등 10여곳의 재보선이 예상돼 안 전 후보로선 여건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안 전 후보는 정치활동 재개에 앞서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기치로 들었던 새 정치의 어젠다를 설정할 연구소를 세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캠프 정책실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수장을 맡았던 윤영관 서울대 교수(참여정부 외교부 장관 출신)가 소장 후보로 첫손 꼽힌다. 캠프에서 정책을 총괄했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도 중요한 몫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 앞서 세운 ‘안철수재단’의 위상도 재정립해야 할 상황이다. 박영숙 재단이사장이 지병으로 투병중인 상황이라 새로운 이사장을 뽑을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들도 별도로 정치적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가칭 ‘직접민주주의연구소’다. 안철수식 새정치의 담론을 만들어 내는 민간 싱크탱크를 표방하고 있다. 또 안철수와 안철수 캠프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언론 환경에 있었다는 평가에 따라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매체를 준비중인 이들도 있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이런 준비가 안철수 전 후보의 직접적인 의사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캠프에서 만난 이들이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안 전 후보의 귀국일은 아직 미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4월 재보궐선거라는 정치일정과 연계해 안 전 후보의 ‘2~3월 귀국설’이 돌기도 한다. 부인 김미경 교수도 3월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귀국해야 할 상황이다. 어쨌든 4월 초는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의 귀국은 그 자체만으로 국내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당장 3월 말 또는 4월 초에 있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자들은 안철수 세력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구상부터 4월과 10월 재보선에서의 안철수 세력과의 연대 여부에 대한 견해까지 밝혀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