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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당(party)

[아침논단] 갈 길 먼 민주통합당의 당내 개혁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4. 18.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조선일보]

     

    입력 : 2013.04.17 22:45

    선거 敗因 갈등 휩싸인 민주당, 지도부와 후보만의 책임일까
    전통적 지지자들 등 돌린 이유… 호남·운동권에서 못 벗어난 탓
    '親盧' '非盧' 파벌도 시대착오적 기득권 버리고 자기희생 보여야 

     
    선거 패배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둘러싼 민주통합당 내의 갈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많은 이가 예상했던 작년의 두 차례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원인을 규명하고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당내에서 선거 패배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평가 보고서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역시 패배의 책임에 관한 것이다. 선거 패배는 한명숙, 이해찬, 박지원 등 당 지도부와 문재인 후보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고 이를 시험 성적 매기듯이 점수화했다. 사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그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그 일을 맡았던 이들에게 돌리는 것은 당연한 평가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선거 패배가 당 지도부와 후보자만이 책임져야 할 일일까?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는 세대, 계층, 직능, 지역 모두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상황을 당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적절한 대선 전략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 주장을 반박하는 이들은 1997년이나 2002년과는 달리 외환 위기나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메가 이슈의 부재가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거 패배를 전략의 부재 때문이거나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지 않은 탓으로 돌리는 것은 현재 민주통합당이 처해 있는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패배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왜 전통적 지지자들이 당 후보가 아니라 안철수에게 더 큰 기대감을 갖게 되었을까 하는, 좀 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큰 불만 속에 정권 교체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상황에서도 적지 않은 지지자로 하여금 민주통합당은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든 그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평가 보고서에서는 안철수를 지지했던 이들 중 3분의 1은 마지막까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선택을 강요했지만 민주통합당은 정치적 변화를 원했던 잠재적 지지자들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내지 못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문재인이 아니라 손학규 또는 그 이외의 어느 누가 나왔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민주통합당이 작년 두 차례 선거 패배와 관련하여 우선 해야 할 일은 선거 전략이나 이슈의 부재를 논할 것이 아니라 잠재적 지지자들이 어떤 이유에서 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냉정하게 찾아보는 일이다.

    그간 민주통합당은 우리 사회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 온 것 같다. 그것은 무엇보다 당의 구성과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는데,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호남과 운동권의 정당과 같은 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체성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 이른바 친노(親盧), 비노(非盧)라는 파벌의 존재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2002년 대선에서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이었던 386세대도 이제 당시와는 매우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갖게 되었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친노, 비노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도, 그 지지자도 없지만 그 이름을 두고 다투는 당내 계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가 아닌 제3 후보에게 적지 않은 지지가 몰린 중요한 이유는 과감한 정치 개혁에 대한 소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스스로 지니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경쟁의 개방성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정치 질서를 이끌고 나가려는 자기희생적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할 것이다.

    현재 민주통합당의 당대표 경선이 실시되고 있지만 큰 주목을 못 받고 있다. 북한의 위협에 더 큰 관심이 가는 탓도 있겠지만 새 대표를 뽑는다고 해서 당이 과연 얼마나 바뀔 것인가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2004년 총선 이후 대선 두 번, 총선 두 번, 그리고 지방선거 두 번에서 패배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금 선거운동이 한창인 4·24 노원병 보궐선거에서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이만하면 위기감을 가질 법도 한데 그런 모습을 잘 찾아보기 어렵다. 변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못하면 향후 선거에서도 민주통합당의 장래는 비관적이다. 여전히 민주통합당의 갈 길은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