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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테라피로 존재의미 찾는 전신마비 시인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6.

섹스테라피로 존재의미 찾는 전신마비 시인
치매도우미 로봇과 우정쌓는 전직 금고털이

등록 : 2013.01.06 20:16 수정 : 2013.01.06 21:02

작년 선댄스영화제 화제작 2편
‘세션…’ ‘로봇 앤 프랭크’ 17일 개봉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5)와 <서칭 포 슈가맨>(2012)의 공통점은? 선댄스영화제다. 두 영화는 모두 이 영화제에서 발표된 화제작이다. 매해 1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선댄스영화제 덕분에 ‘여행길에 우연히 만나 어느 한순간에 사랑에 빠지는, 빛나는 청춘 영화’도 ‘영화 같은 인생을 산 무명 가수 시스토 로드리게스의 삶’도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28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서칭 포 슈가맨>과 함께 화제를 모은 영화 두편이 17일 나란히 개봉한다. 관객상과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벤 르윈 감독)은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전신이 마비된 마크 오브라이언(존 호크스)이 ‘섹스테라피’를 통해 자기 존재의 의미를 긍정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제 장편영화상을 받은 <로봇 앤 프랭크>(제이크 슈라이어 감독)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치매를 겪는 노인(프랭크 란젤라)이 도우미 로봇과 우정을 쌓으며 유명한 금고털이였던 전직을 살려 일생의 마지막 한탕을 준비한다는 내용이다.

 

<세션>의 주인공 마크는 지적이고 재치 있는 시인이자 저널리스트다. 얼굴을 제외하고는 혼자선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그는 38살이 될 때까지 섹스 경험이 없는데, ‘섹스 테라피스트’ 셰릴(헬렌 헌트)을 만나면서 애무부터 삽입까지 하나씩 경험한다. 셰릴의 도움으로 평생 한번도 보지 못한 자기의 온몸을 볼 수 있게 된다. 욕구불만 장애 남성의 ‘첫 경험 획득기’처럼 시작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성을 통해 정신을 치료하는 ‘세션’을 수행하는 셰릴의 성실한 치료사로서의 모습이 부각된다.

 

<로봇 앤 프랭크>의 프랭크는 은퇴한 금고털이다. 오래전 폐업한 식당이나 아들의 이름 같은 걸 습관적으로 까먹는다. 그를 염려해 아들이 보낸 도우미 로봇을 경멸하지만 차츰 로봇에게 의지하게 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로봇한테 ‘받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둘의 관계를 마치 버디 무비처럼 그려내는 점은 신선하다.

 

두 영화는 닮은 데가 많다. 남자 주인공은 신체적·정신적 박탈감을 드러낸다. <세션>의 마크는 성행위라는 ‘육체의 기억’이 없는 걸 결핍으로 느끼고, <로봇 앤 프랭크>의 프랭크는 머릿속의 기억이 점차 사라지는 결락의 시간을 겪는 중이다. 두 남자가 각각 ‘섹스 테라피스트’ 여성과 가사도우미인 로봇과 끈끈한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섹스와 절도라는 욕망을 실현하고, 정서적인 만족을 얻으려 하는 점도 비슷하다. 전신마비와 치매라는 질병을 소재로 택하면서도 시종 유머를 잃지 않고 웃음과 눈물의 강약을 섬세하게 조절한다.

 

박보미 기자, 사진 20세기폭스·화인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