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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새 프레임 없이는 야권 승리 어렵다 / 이도흠

by 부산중구마중물 2012. 12. 4.

등록 : 2012.12.03 19:35

한겨레신문

 

지금 여러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 통합민주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문 후보 진영에서는 사퇴를 선언한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여론조사는 이것이 성사될 경우 역전이 가능하리라는 예상도 함께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연령별 투표율을 반영하면, 초박빙이거나 다시 뒤집어진다. 한마디로 다른 변인이 없다면 이번 대선에서 문 후보가 박 후보를 누르고 승리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야권 승리의 길은 무엇인가.

 

대선 판도를 정권심판론의 프레임으로 구성하면 문 후보는 승리하기 어렵다. 여권에 아무리 문제가 많더라도 이를 비판하면 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지 않은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승리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네거티브 프레임에 몰두하고 있다. 유신정권과 연결시키려다 효과가 크게 없자 ‘이명박근혜’ 공동심판론으로 불을 붙이고 있고, 연일 박 후보에 관한 비리성 의혹들을 폭로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네거티브 모드에 머물 경우, 여당은 지지율이 소폭으로 하락하지만, 야당은 대폭 하락하며 투표율도 떨어진다. 대중이 ‘도덕성=진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권심판론으로 가면 선거의 주도권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문 후보의 미래를 보여주지도 못한다.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대다수의 대중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후보를 분리하여 바라본다. 과거의 늪에 빠져 있는 한 미래를 향한 진보의 별은 빛나기 힘들다.

 

안철수 지지층과 중도를 잡기 위한 우클릭 또한 패착의 수다. 보수 대 중도 대 진보의 지지성향이 삼자 정립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진보의 투표율을 높이고 중도를 끌어들이면 선거에서 승리하리란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그럼 현 상황에서 조금 우클릭하면 중도의 부동층 표를 흡수할 수 있는가? 아니다. 이때의 중도는 이념적 중도가 아니다. 그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기존 정치에 불만을 품고 정치쇄신을 바라는 사람들이며, 사안별로는 분명한 선택을 하는 집단이다. 우클릭하면 진보는 투표를 포기하고, 중도는 후보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대선의 지형을 정책 대결로 바꿔야 한다. 지금 대다수의 국민이 겪고 있으면서 한국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핵심 모순은 '양극화'다. 860만명의 비정규직, 720만명의 자영업자, 415만명에 이르는 다단계 판매 노동자만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2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짊어진 채 하우스푸어에서 에듀푸어에 이르기까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 대중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고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며 희망의 빛을 줄 사람을 열망하고 있다.

 

지금 박 후보를 이명박 정권의 연장으로 몰고 가기는 어렵지만, 그의 집권을 신자유주의 체제의 연장으로 간주하는 것은 가능하다. 박 후보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문 후보와 비교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책적 우위를 드러낼 수 있다. 노무현 정권도 신자유주의 정권이었으므로, 외려 ‘문재인=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프레임에서 빠져나와 문 후보를 노무현 정권과 차별성을 갖는 새로운 정권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효과도 있다.

 

이 프레임을 구체화하는 정책은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주택, 평등노동으로 가는 징검다리식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문 후보가 이미 제시한 의료보험 100만원 상한제와 6살 이하 아동의 100% 무상의료, 반의 반값 등록금과 입시 철폐, 10년 동안 성실하게 주택부금을 납부한 이에게는 무조건 공공주택을 주는 제도, 비정규직 철폐 등이 이에 부합하는 정책일 것이다.

 

이렇게 하여 대선을 ‘과거 대 미래, 절망 대 희망, 낡음 대 새로움’의 구도로 몰고 가면서 대중이 자신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다면, 승리의 길은 넓게 열려 있다. 흐름을 거스르는 자는 승리하지 못한다. 99%가 저항하기 시작한 지금, ‘반신자유주의’야말로 새로운 흐름이자 역사의 대의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민교협 상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