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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증세 없인 불가능한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한겨레]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2.

등록 : 2013.01.01 19:11

 

총 342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이 어제 새벽 국회를 통과했다. 해를 넘겨 통과되는 등 난항을 겪기도 했으나 모처럼 날치기 처리가 없었던 점은 다행이다. 새해 예산안은 오는 2월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첫 예산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예산이 복지 부문에 얼마나 배정되는지와 이제 소요되는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가 관심거리였다. 일단 복지예산 규모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섬으로써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공약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해 예산에서 복지예산 규모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이는 정부안보다 2조4000억원 증액한 것으로 사실상 보편복지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0~5살 무상보육과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등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복지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이 대거 반영됐다. 장애인 활동지원과 증증장애인 자립생활지원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증액하고, 경로당 난방비 지원을 되살리는 등 여야가 복지 확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복지예산도 ‘공약 예산’은 늘었지만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의료복지 부문 예산은 줄어드는 등 보여주기식 복지확대로 흐른 측면도 있었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복지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는가이다. 정부·여당은 일단 ‘증세 없는 복지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박 당선인이 선거 때 공약한 대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과세 기준은 연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는 등 부분적인 증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다른 부문의 예산을 대폭 줄여서 복지재원을 충당했다. 이 때문에 국방비가 정부안보다 3287억원 줄어드는 등 다른 부문에서 모두 4조9000억원이 감액됐다. 불요불급한 낭비성 예산을 최대한 삭감한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해마다 이런 대규모 감액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늘어나는 복지재원을 조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적자국채를 발행하거나 증세를 통해 세입을 늘리는 것이다. 국채 발행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가 대단히 부정적이다. 새누리당이 2조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을 계획했다가 무산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지속적인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여당은 여전히 증세에 반대하고 있다. 이번에도 38%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1억5000만원 소득까지 확대하자는 야당안을 부결시켰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단견일 뿐이다. 올해만 반짝 복지 확대를 할 것이 아니라면 장기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