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산 중구영도구/동구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4-4> 동천의 기억- 동천재생포럼 2차 답사·토론회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7. 6.

동천살리기 성패, 수질개선이 관건…주민 적극 참여 필수

  • 국제신문
  •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 2013-06-04 21:21:23
  • / 본지 6면
   
동천재생포럼 회원 등 전문가들이 지난달 31일 부산진구 광무교 부근에서 동천 살리기 방향에 대한 현장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진우 프리랜서

 

 

 

- 보여주기식 부분 정비는 돈 낭비

- 근본적으로 복개 구간 걷어내야

- 시간 걸려도 주민의견 충분 수렴
- 모든 문제점 파악 해결방안 모색

- 하천 안내표지판 없어 안타까움
- 교량 스토리텔링 작업도 병행을

- 지역사회 동천재생 필요성 눈 떠
- 옛 모습 되찾기 동참 잇따라 뿌듯

동천의 변화가 점차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제신문의 '동천재생 4.0' 기획시리즈에 부응해 지난 4월 말 부산시가 종합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동천 재생 마스터플랜 용역'을 준비 중이다. 또 부산하천살리기 시민운동본부와 유력 케이블 방송인 CJ헬로비전이 동천 살리기 운동에 적극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에 발맞춰 최근 본지는 '동천 상상지도& 걷기지도'를 발행, 시민들에게 무료 배포하고 있다.

본지와 동천재생포럼은 지난달 31일 오후 부산시가 준비 중인 '동천 재생 마스터플랜 용역'에 무엇을 담고 어떤 실행 전략을 짜야할 지를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 동천 답사 겸 토론회를 가졌다.

■전포천 따라 현장 답사

부산 서면 영광도서 앞 복개천(부전천)으로 동천재생포럼 전문가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20여 명의 참가자들은 수학여행길에 오르는 학생들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출발에 앞서 최대현 (사)걷고싶은부산 대외협력국장이 현장답사 일정을 안내했다. "오늘 답사는 부전천 복개천을 따라 좌측 중앙대로를 건너 복개된 전포천 위를 따라 광무교 쪽 하류로 걸어갈 예정입니다."

영광도서 앞 복개천 위에는 실개천을 만드는 문화으뜸로 관광테마거리 조성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공사는 오는 8월말 완공 예정이다. 현장을 둘러보던 김해창 경성대 교수는 "부전천 복개 구간을 경관 중심의 인공정원처럼 만드는 개념인데,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유럽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복개 해체로 가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면역 7번 출구 앞. 이곳에서 부전천은 지하의 콘크리트 박스에 싸여 흐른다. 정복권(여·40) 백양산 동천사랑시민모임 회원은 "지하도 위에 하천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볼 수 있는 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답사팀은 이어 서면 카페거리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부전도서관과 궁리마루 앞 도로 밑에는 전포천이 흐른다. 현장을 유심히 지켜보던 안수용 백양산 동천사랑시민모임 대표는 "비록 복개천이라지만 하천을 안내하는 표지판 정도는 서 있어야 한다"라며 부산시 관계자에게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광무교를 지난 답사팀은 어느새 부산시민회관 옆 오작교(보행교)에 다다랐다. 오작교란 이름을 놓고 현장 토론이 벌어졌다. 한 참가자는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오작교란 이름 대신에 동천의 특징을 살린 이름이 붙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고, 다른 참가자는 "이 참에 범1호교, 범2호교, 범5호교 식으로 무미건조하게 붙여진 다리 이름에 역사성과 지역성을 더한 이름으로 스토리텔링하는 작업이 따랐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로 범1~5호교는 다리 준공 순서에 따른 명칭이어서 많은 시민들이 헷갈려 한다.

■'시민판 마스터플랜' 놓고 토론

2시간 남짓한 현장 답사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부산진구 범천동 한 음식점으로 장소를 옮겨 '동천 재생 마스터플랜 용역,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놓고 토론에 들어갔다. 구영기 생명그물 대표와 양진우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의 간단한 발제에 이어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김해창 경성대 교수= 시민판 마스터플랜은 원래 당국과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때 시민 입장을 제시하는 것인데, 이번 경우는 약간 다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견해와 바람을 얼마나 담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 의견을 충분히 듣을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해온 것처럼 하천재생회의 같은 조직이 꾸려져 체계적으로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그러자면 동천에 대한 실태조사는 물론 추억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학생 참여도 이끌어 내야 한다. 학교, 전문시설 등 교육의 장으로 동천 살리기 운동이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

박원호 우인엔지니어링 대표= 마스터플랜은 동천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방향이어야 한다. 시민들한테 동천의 기억을 되살려주려고 한다면,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부터 먼저 살려야 한다.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아무래도 물(수질)이다. 물이 살아나면 고기가 돌아오고 강이 살아난다. 동천 갈맷길 활성화도 과제일 것 같다. 지금은 인도가 수시로 끊어지고, 신호에 길이 막히는 등 걷기가 불편하다. 특히 동천 하류부에서 시민들이 마음놓고 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강호열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 동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는 광장이 필요하다.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그렇다. 동천 마스터플랜에는 각 하천의 회생 경험은 물론 민관 거버넌스 성공 사례를 반영했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시민 참여구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조재윤 부산진구 환경위생과장= 행정 사이드에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부산진구가 동천 유역의 70%정도를 커버하다 보니, 관여를 많이 하고 있는데 남구와 동구에서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현재 부산진구는 동천의 쓰레기 문제와 생활 민원 등을 맡고 있다. 유역이 겹치다 보니 애매한 것은 부산진구, 동구, 남구가 서로 미루는 측면도 있다. 시에서 이 부분을 조율해줘야 한다.

옥창민 부산시 환경정책과 직원= 동천 담당 실무자로서 고민이 많다. 시민판 마스터플랜의 핵심은 시민의견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일 것이다. 수행 주체가 누가 돼야 하는 지도 관심사다. 오는 7월 중 각계 인사가 참여하는 '동천 희망 시민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내년 예산 확보도 현안과제다.

최민식 부산시 하천환경담당 계장= 동천을 살리면서 도시재생을 이룬다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재생이 시대적 지역적 흐름인만큼 일단 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 복원 구간에 대한 국비 확보에도 신경을 쓸 게재다.

박창희 국제신문 부국장= 지난 5개월 동안 우리는 '동천'과 씨름했다. 이제야 동천 문제에 대해 지역사회가 눈을 뜨는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동천은 부산 도심의 복합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미래 희망도 함께 이야기해 주고 있다. 민·관이 손을 맞잡고 동천 재생 마스터플랜을 잘 만들어내면 머잖아 동천이 웃을 날이 올 것이다.


# 토론회 발제 요지

■시민판 동천 마스터플랜, 어떻게 만들 것인가 -구영기 생명그물 대표

- 시민사회 다양한 상상과 미래의 꿈
- 행복세상 희망 담아 청사진 그려야

   
양진우(왼쪽)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과 구영기 생명그물 대표가 '동천 마스터플랜 용역'에 담겨야 할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동천은 복잡한 수리수문 구조를 갖는 도심 하천이다. 그래서 몇몇 전문가들이 만드는 정형화된 마스터플랜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열린 마음으로 많이 참여하도록 판을 짜야 한다. 동천 유역에 사는 이해당사자, 즉 주민 참여도 필요할 것이다.

적절하게 영역을 나누어 동천을 바꾸는 구체적인 상상을 유도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 각 영역에서 도출한 중간 결론은 토론을 거쳐 하나로 정리하면 될 것이다. 복원을 할 경우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을 어떻게 관리, 해결하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용역의 핵심은 '무엇을 담느냐'이다. 여기엔 시민사회의 다양한 상상과 미래의 꿈, 더불어 행복한 세상에 대한 그림이 담겨야 할 것이다. 진행 및 토론과정 하나 하나도 중요한만큼 정확한 기록도 남겨야 한다. 시민판 보고서는 별책 형태도 괜찮다고 본다.

■동천 마스터플랜의 내용과 추진 방향 -양진우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 여건·환경변화 맞춰 새 로드맵 구상
- 부전천 등 지천까지 재생계획 필요

동천 환경개선 용역은 10여년 전에도 시행된 바 있다. 그러나 환경과 여건이 많이 바뀌었고 최근 도시재생과 맞물려 있어 새로운 전략과 로드맵을 담는 용역이 필요하다. 통상적인 용역과는 달리, 이번에는 '시민이 만드는' 개념을 적용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들이 제시되었으면 좋겠다.

공간적 범위는 동천 유역으로 하되, 가야천 부전천 전포천 호계천 등 지천도 포함돼야 한다. '하천'+'지역'을 포괄해 도시 재생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하천이 소홀히 다뤄져선 안 된다고 본다. 동천 복원의 경우, 서울 양재천이나 부산 온천천처럼 자연형이 가능할지 의문인 것도 사실이다.

아직 용역 수행 주체는 물론 연구자가 결정된 게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개인 의견을 말한다면, 이번 용역이 동천 환경 개선에 관한한 완결판이 되어 실제로 동천 회생의 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원: (주)협성종합건업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