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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국토해양

금강지천 제방 100여m 붕괴…“4대강 사업 따른 역행침식 탓”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6.

등록 : 2013.02.06 20:04 수정 : 2013.02.06 20:24

충남 공주시 우성면 어천리의 어천 하류 왼쪽 비탈에 설치된 높이 10여m의 콘크리트 호안블록이 6일 오후 폭격을 맞은 듯 무너진 채 방치되어 있다. 공주/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공주보 하류 8km 지점 콸콸
전문가들 “바닥 지나치게 파내
본류-지류 낙차 커져 침식”
반년 방치해온 국토청 “자연침식”

감사원이 ‘총체적 부실사업’이라고 지적한 4대강 사업의 금강 구간에서 하천가 콘크리트 블록 100여m가 무너진 채 반년 남짓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을 대량 준설한 영향으로 일어난 역행침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겨레>가 현장을 확인해보니, 충남 공주시 우성면 어천리의 어천 하류부 왼쪽 비탈에 설치된 높이 10여m의 콘크리트 호안블록 100여m가 부채꼴 모양으로 무너져 있었다. 4대강 사업으로 지은 공주보에서 하류 쪽 8㎞ 지점에서 지류 어천이 만나는 합류부로, 금강 본류에 포함된다. 겨울철인데도 물살이 콸콸 소리를 내며 빠르게 금강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근처 준설토 적치장에서 일하는 이아무개(43)씨는 “지난해 여름 큰물이 지나간 뒤 비탈이 저렇게 무너진 것을 봤다”고 말했다. 비탈에서 하천으로 흘러내린 콘크리트 조각들은 적어도 수천여개, 무게는 수십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년 남짓 방치된 탓에 콘크리트 조각들은 하천 가운데까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금강 본류 바닥을 지나치게 준설한 영향으로 본류와 지류의 낙차가 커지면서 일어난 ‘역행침식’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역행침식은 상류부터 자연스레 침식되는 것과 달리, 하류부터 상류 쪽으로 침식이 번져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현장을 확인한 대전충남녹색연합 심현정 간사는 “무너진 지점과 모양을 봤을 때 역행침식이 분명하다. 4대강 사업 뒤 금강에서 확인된 역행침식 사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전국적으로 4대강 지류에서 역행침식이 크게 일어난 지역이 10여곳 된다. 강 본류를 준설하니까 물살이 거세져 지류 비탈면의 바닥이 파이면서 콘크리트 블록이 무너져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 유역에서만 130㎞에 걸쳐 4200만㎥가 준설됐다.

유지·관리 책임이 있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이날 오전에야 뒤늦게 이곳의 호안블록이 무너진 현장을 확인했다. 국토해양부는 반나절 만에 해명자료를 내어 ‘물살이 강하게 부딪히는 구간에서 일어나는 자연침식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전국토청 하천계획과 관계자는 “원인 조사를 해봐야 한다. 그 뒤 어떻게 보수할지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공주보를 찾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공주보에서 천연기념물 수달 1마리가 지난달 31일 발견된 것’을 홍보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4대강 주변 생태계가 복원되는 게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들의 모임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은 성명을 내어 “지난해 10월 금강에서 물고기 수만마리가 떼죽음당한 원인조차 못 밝힌 정부가 수달 1마리를 가지고 금강 전체 생태계의 복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진실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공주보 상부 공도교 난간 표면의 콘크리트 200여m가 떨어져나간 사실이 지난달 30일 보도되자, 대전국토청은 이튿날부터 특수 시멘트를 이용해 보수 작업에 나섰다. 대전국토청은 콘크리드 굳히기에 적절한 기온이 되는 봄철에 보수공사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어, 또다시 부실공사가 우려된다.

 

공주/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