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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의원의 특권을 논하라[한겨레 hook훅]에서 펌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14.
평화롭게 고양이를 키우는 고양이 아빠. <정치하지마라> 저자
BY : 임형찬 | 2013.01.14 | 덧글수(0) | 트랙백수 (0)
       

 

 

매번 선거 기간이 되면 국회의원의 특권, 대통령의 특권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그러나 선거 기간이 끝나고, 당락이 결정되면 슬그머니 이 논의는 흐지부지되었다. 2012년이라는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함께 있던 해는 이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안철수 열풍이 일어나면서 한 때 정계에는 국회의원 특권 포기가 화두가 되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야권 단일화라는 이슈 앞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여야에게 모두 던졌고,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세비 30% 감축과 국회의원 정수 축소에 동의를 했다.

 

노동자로서의 특권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은 알지만 그 특권을 규정하는 법률에 대해서는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 7996만 원이다. 그런데 법률적으로 이 연봉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일반 사람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의 제 2조의 규정에 따르는데 문제는 이 규정은 개정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의 제 2조는 “다만”으로 시작하는 문장이 있다. “수당을 조정하고자 할 때에는 이 법이 개정될 때까지 공무원 보수의 조정비율에 따라 국회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뒀는데, 즉,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보수 조정 비율을 근거로 수당을 올릴 수 있는 우회적 방법이 있었던 셈이다.

 

 


[그림1]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의 별표

 

 


[그림2] 입법활동비 규정

 

[그림 1]은 국가 법령 정보 센터에 해당 법률 규정에 관한 갈무리 화면이다. “별표 1의 수당을 매월 지급한다.”라고 하지만 문제는 이 별표가 1988년 12월 29일 이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이 별표를 별도의 파일로 볼 때 쓰는 프로그램이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이지만 그 프로그램이 태어나기 훨씬 전의 규정이 담겨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림 2]처럼 오늘날에는 쓰지도 않는 한자식 표기법으로 된 경우도 있다. 그만큼 정보에 대한 폐쇄적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아무튼 공식적으로 법률상 별표에 표시된 수당은 월 101만 4천 원인데, 이 별표와 규정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으니 한 마디로 ‘죽은 법률’인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도덕적 해이로 본인(유권자)과 대리인(대표자) 사이에 탄생되는 문제와도 같다. 입법권자의 재량에 도덕적 해이가 결합되어 우회적 절차로 자신들의 이익을 표현할 수 있으며, 법률 자체를 죽은 법률로 만들어버린 것은 크나큰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총선 당시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관한 많은 의견들이 나왔음에도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의 제 2조와 같이 죽어버린 법 구절(국회의원에게 별표 1의 수당을 매월 지급한다)과 우회적 절차(다만, 수당을 조정하고자 할 때에는 이 법이 개정될 때까지 공무원보수의 조정비율에 따라 국회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에 대하여 명확하게 지적한 국회의원과 정치인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

 

애초부터 법률 구절의 구조적 결함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의지를 믿어달라고 한 것이다. 사실 국회의원 또한 특권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노동자로서의 지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렵게 입법 활동을 하면 적합한 보수와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이 국익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만 입법자로서 입법 하자를 뻔히 알면서도 방관하는 태도에서 신뢰를 구걸하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국회의원 특권 포기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들이 있지만 사실은 이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특권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구조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의 구조적 결함과 법조문 상의 우회적 경로의 정보 공개 여부가 먼저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문제의식과 정보 공개조차 하지 않으면서 의지를 믿어달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별 반 다르지 않다.

 

최근 국회의원의 연금 문제에 대해서 논란이 많은데, 사실 국회의원도 연금이라는 존재가 필요하다. 물론 현재의 1억 7996만 원에 해당하는 연봉을 감안한다면 연금 필요성은 시기상조이다. 연금이라는 공적 부조는 취약 가능성이 있는 계층을 위한 것인데, 아무리 국회의원이 비정규직이며, 임시직이라고 해도 4년간 7억 2천여만 원이라는 액수는 연금을 받아야 할 정도로 취약한 직업군은 아니다. 게다가 평범한 이웃이 국회의원이 되는 북유럽 국가 같은 정치 환경도 아니기 때문에 고용 불안정에 따른 소득 위기도 큰 이슈는 아니다.

 

물론 국회의원들 중에 아주 소수는 임기가 끝나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언론이 집중 조명하는 국회의원 연금에 대한 공격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한 개인 또한 또 다른 언론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회의원이라는 집단 스스로가 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헌법 기관으로서 그리고 언론과 감시를 맡는 지위로서 의제를 이끌지 못 했는지는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제는 감추고 정보를 막으며,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함구하면서 불편한 의제에 대해서는 언론의 지나친 때리기로 규정한다면 국민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사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 2조는 아주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도 있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 2조 (수당의 지급 기준 및 조정) 국회의원의 수당은 해당 년도의 최저시급 규정에 대하여 주 45시간 기준으로서 7배에 해당하는 액수로 규정하여 지급한다. 주당 노동 시간 및 배수 규정과 해당 법률의 개정은 총선거시 국민투표 결과에 따른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잠시 국회의원

 

놀이를 해봤다. 물론 이러한 규정은 필자의 상상력에 의해 작성된 법조문이다. 당연히 논의된 바도 없으며, 토론된 적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법조문의 성격으로서 국민의 최저임금에 대해 동반자적 역할을 짊어지거나 국민투표라는 제한적 조정 방식을 채택할 때야 말로 국민들에게 특권 포기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위의 규정을 이용하면 약 7천여만 원의 연봉으로서 종전보다 1억 원 가량 감액된다. 그러나 억울하면 최저시급을 올리는데 협력하면 된다. 본인과 대리인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방식이다. 즉, 국회의원이 스스로 노동자로 규정하는 선언인 셈이다.

 

고용인으로서의 특권

 

국회의원들은 세비뿐만 아니라 고용인으로서의 특권도 있다. 대표적으로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 9조 보좌직원에 대한 규정이다. 국회의원들은 보좌직원을 임의적으로 선발할 권한이 있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7.9급비서는 각 1명으로서 총 7명의 보좌직원을 고용할 수 있으며, 인턴 2명(월 120만 원)을 두 명 정도 고용할 수 있다. 총 9명의 인력을 국회의원 사무실에 고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유는 유난히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정수가 적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정치 선진국일수록 의원(상하원 의원이 있는 경우는 총합하여) 1인당 국민수 규모가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 같은 국가는 국회의원 1인당 3만 명이 되지 않으며, 이러한 나라에서 국회의원의 보좌진은 거의 없거나 2명 이내로 조정되어 있다. 대체로 정치 선진국들은 국회의원 1인당 인구는 10만 명 이내로서 호주, 캐나다, 미국, 독일은 주 의회의 자치가 강하기 때문에 주 의회 의원을 제외한 통계로서 10만 명 정도이거나 우리나라보다 더 큰 경우가 나온다.

 

2011년 국회 입법조사처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1인당 인구가 16만 2237명으로서 OECD 국가 중 미국, 일본, 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많은 국가에 해당한다. 당연히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면 OECD 1위 국가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뒤에서 1위이다. 그러니 당연히 보좌진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이야 보좌진이 적어서 걱정이지만 소위 놀고먹는 부류는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제 9조를 이용한 꼼수를 활용할 수 있었다.

 

바로 친인척을 보좌진에 고용하거나 유령 보좌진을 등록시켜 그 보좌진의 임금을 국회의원이 받는 경우이다. 실제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러한 꼼수가 언론에 폭로되면서 지적당한 의원들이 있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은 자신의 딸을 보좌관에 임명하여 그 보좌관 연봉을 사익으로 전환했지만 이번 제 19대 국회에 다시 입성을 했다. 안상수, 안경률 전 의원은 조카를 고용했으며, 김성조 전 의원은 매제를 고용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장세환 전 의원이 처남을 고용한 일이 있었다. 물론 제 18대 국회의 현황이다. 이 뿐만이 아니라 일부 의원은 자신의 자식 교육을 맡은 가정교사를 비서로 등록시켜 과외비를 충당하는 등 직접적인 착복도 했다.

 

미국은 1967년 친인척 보좌관 채용을 법률로 금지시켰고, 주요 선진국은 보좌관뿐만 아니라 공직 사회에서도 친인척 채용에 대한 금지법을 마련해두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신라시대부터 ‘상피제’라는 것이 있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이것이 엄격하게 지켜졌었다. 친인척이 같은 기관에 근무하지 못 하게 하거나 특별히 병조판서(국방)와 이조판서(인사)에 대해서는 사돈지간이라도 상피에 따라 다른 한 쪽이 사직을 하거나 다른 기관으로 가야만 했다. 그러나 왕조시대에도 하지 않았던 불편한 거래는 현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이 아버지의 기관에 채용되었던 것이나 이러한 보좌관 채용 문제를 보면 이러한 특권 남용은 공직 사회에서 보편적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국회로 논의를 돌리자면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자가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했지만 이것은 사실상 터무니없는 단편적 진단이며, 국회의원의 고용인으로서 특권을 줄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수를 확대하고, 보좌진 채용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특권 폐지의 방향인 것이다. 즉, 의원 자신이 직접 일을 하고, 입법 활동의 책임을 다 짊어져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굳이 정수를 늘일 수 없다면 고용되어야 할 보좌진을 정당이 선발하며, 정당 소속으로 파견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그리고 공직자에 대한 상피제도를 마련하여, 공직사회 전반에 걸친 친인척 채용 비리를 원천 봉쇄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치 쇄신은 구호가 아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정치 개혁의 염원을 담고 많은 논의를 하지만 정치 쇄신은 구호가 아니며, 권력에 대한 구조적 결함이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것처럼 사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논하는 것은 결국 국민이 대표자에 대한 인사권을 두고 논쟁하는 것이다. 단지 정치에 대한 혐오로서 정수를 줄이거나 무급 봉사직이라는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향도 정답이 아니다. 혹자는 국회의원의 인성과 의지를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거를 통해 구별하거나 입법 활동으로 파악할 것이다. 결국에는 국민으로서 국회 쇄신, 정치 쇄신을 논하려면 구조적 접근법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한 마디로 정확한 쇄신 목표의 방향을 국민 스스로 알아야만 억지로라도 국회가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